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기대도 되었지만 걱정도 앞섰다. 한국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양평 같다, 대성리 같다 또는 밤이 되도 길거리에서 시끄러운 술자리와 소란함이 도를 넘어섰다 등등. 인터넷에서는 라오스 여행 방송을 한 프로그램이 원망스러울 정도라고...
염려는 현실이 되었다. 루앙프라방에서 6시간 넘게 힘든 산길을 넘어와 일단 몸이 너무 피곤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루앙프라방보다 방비엥이 훨씬 별로였다. 너무 쉽게 보이는 한국어로 된 간판과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한국 사람들... 아내의 표현으론 마치 을왕리해수욕장에 온 것 같다고 했다. 정말 딱 그랬다. 어떤 곳은 한국에서 TV에 소개된 맛 집 간판같이 ‘칠해빙이 선택한 그곳!’과 같은 식의 간판도 있었다. ...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 싫은 것 보다 이곳이 너무 한국화가 되어 있는 것에 실망감이 너무 컸고, 그래서 거부감도 들었다. 물론 한국어로 된 간판이나 메뉴 등등이 있으면 편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긴 그냥 한국 같았다. 을왕리인데 가게 직원은 라오스 사람인거지. 방비엥에 처음 와 봤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원래 모습은 어땠을지 잘은 모르겠으나, 한국화 되어가는 방비엥의 모습이 한편으론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비는 그친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방비엥으로 이동해야 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근처 길가에서 할머니가 파는 쌀국수를 먹었다. ‘소이’라고 쓰여 있어서 나는 베트남에서의 밥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똑같은 쌀국수에 된장 같은 것을 퍼주는 것이었다. 뭔가 추가 고명 같은? 된장처럼 짭짤한데 안에 고기가 있어서 맛있었다. 마치 제육볶음이 식어서 굳은 것 같은 맛. 여기 쌀국수가 어제보다 더 맛있었다. 야채를 뜨거운 국물에 잘 익혀서 그런 듯, 어젠 숙주 같은 게 안 익어서 너무 비렸다.
밥을 든든히 먹고 샌드위치를 사러 갔다. 점심으로 먹을 것. 마지막이라 같이 사진도 찍고 인사를 했다. 'See you later'라고 인사했지만, 정말로 다시 볼 수 있을지...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와 툭툭을 기다렸다. 8시 30분부터 픽업이라고 했는데 오질 않는다. 45분에는, 여행사가 근처에 있어서 가보니 ‘coming soon' 이라고 기다리라고 한다. 초조한 마음을 갖고 9시가 다 되어 툭툭이 왔다. 가면서 꽉 채우게 몇 사람을 더 태워서 버스정류장에 도착.
내리자마자 우린 미니밴 좋은 자리에 앉아야 해서 서둘렀다. 수많은 미니밴과 스타렉스 봉고차, 과연 우리가 탈 것은 어떤 것인가. 내려서 방비엥을 묻자 여러 명의 기사들이 근처의 스타렉스 봉고차로 안내한다. 음... 우리가 어제 여행사에서 안내받은 것은 스타렉스는 아니고 미니밴이였는데... 일단 탔다. 그런데 10시가 다 되어가도 출발을 안 한다. 밖에서 물어보니 2명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이거 뭔가 좀 이상하다. 여행사에서 받은 영수증에는 9시 30분 출발, 미니밴이라고 적혀있는데... 그리고 여기 버스터미널에서 파는 미니밴 일반 표는 105,000킵, 우리는 여행사에서 픽업 포함 미니밴으로 120,000킵으로 했는데... 9시 반 즈음엔 저쪽에 미니밴이 출발하는 거 봤는데...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일단 우리는 잘못 탔고, 여행사에서 준비해 준 9시 30분 출발 미니밴을 탔어야 했는데, 일반 미니밴이라고 하는 스타렉스 기사들의 호객행위에 넘어간 것 같았다. ... 그러나 뭐 어쩔 수 없으니... 잠시 후 다른 툭툭이 왔고, 우리 봉고차는 2명을 더 태우고 출발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좋은 자리에 앉았다는 것...
방비엥으로 가는 길은 정말 험하고 멀었다. 일단 산길에 도로 사정도 너무 좋지 않았다. 두 번째 휴게소 들리기 전까지 한 4시간 정도는 대관령 넘는 길로만 갔다. 정말 멀미나서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두 번째 휴게소 이후부터는 평지길이 이어져서 잠을 좀 자다보니 방비엥에 도착해 있었다. 미니밴이 4시간 걸린다고 해서 선택했는데, 6시간이 걸리니 버스는 뭐... 여기서 육로로 버스 이동하는 것은 정말 노답인 듯하다. 우리나라 고속도로가 정말 좋은 거다.
내려서는 예약한 한인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툭툭으로 1-2만킵에 올 수 있다고 했는데, 툭툭 기사가 2만킵을 불러, 2명이 3만킵에 흥정하려 했으나 실패. 너무 힘들고 귀찮고 그래서 그냥 4만킵 내고 탔다. 다른 사람들을 내려주고 우리는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내려줬다.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해봤는데, 친절하거나 다정다감하거나 하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물론 그렇겠지만, 그냥 이분도 여기서 돈 벌려고 하시는구나 하는 그런 느낌? 루앙프라방에서는 체크아웃 할 때 돈을 냈는데, 여긴 미리 받아서 이런 느낌이 강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뭐, 뿐만 아니라 그냥 뭐 살갑거나 반가워하는 그런 것도 없고 너무 상투적이고 딱딱한 말투도 그랬다. 여튼... (방도 뭐 그리 좋지는 않았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 중심가인 을왕리(?)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돌아보는데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방비엥이 너무 한국화 되어 있는 모습에 실망하고, 루앙프라방에 하루 더 있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그냥 방비엥으로 내려왔는데 이런 모습(?)이라서 기분이 푹 꺼져있었을 뿐이다. 충격적인 한국 간판들을 구경하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볶음밥과 쌀국수를 시켰는데, 볶음밥에는 후추(?)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별로였고, 쌀국수에는 라임이 들어가서 별로라고 아내가 말했다. 나는 다 맛있었는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바나나 팬케이크를 사먹었는데, 이건 아내가 극찬을 했다. 바나나 초코 팬케이크였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밀가루 반죽 같은걸 달콤한 향이 나는 버터에 구워서 바나나랑 초코시럽을 해주는데, 한 개씩 먹어도 맛있는데 이게 맛이 없을 수가 있나.
우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비엔티엔으로 언제 넘어갈 것인지... 홧김에 내일 갈까도 했지만, 우선 한 밤 더 자보기로 했다. 숙소는 좀 옮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