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4일차> 아침산책, 윈코, 베스트바이

inhovation 2016. 9. 15. 00:00

2012년 1월 14일 월요일

 

 

  오늘도 잠을 설치다 핸드폰 알람보다 먼저 깼다. 시차적응을 한 것인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알람 전에 정신이 들어서 깼으면 아침마다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을텐데 항상 5분 더, 5분 더 하다가 급하게 밥도 못먹고... 오늘부터는 산책을 하기로 했다. 7시가 넘으니까 점점 밝아져서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주거지역만 있는 동네라서 조용했다. 이따금 출근을 하는 사람들인지 승용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또 스쿨버스도 보았는데, 영화에서만 보던 노란 스쿨버스.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마을 이런 곳에 있는 것 같은 '원조 미국 스쿨버스'다.

 


  10분, 15분 정도 걸었을까, 공원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해뜨는 모습을 보며 공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요즘은 우리나라도 운동하라고 동네마다 작게 공원을 만들어 놓았지만 한국에서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20살, 21살 이런 때는 많이 했는데 복학 하고 나서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 같다. 항상 이유는 시간이 없다는 것. 정말 시간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핑계인 것인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런 핑계가 통하지 않으니 마음 먹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해 본 것이다. 공원은 꽤 컸다. 한국에서 종종 만들어 놓은 공원들보다 훨씬 더. 미국은 땅이 넓으니까 모든 것이 스케일이 크다.

  경로를 어떻게 잡을까 하다가 공원 옆에 있는 작은 개천에 있는 다리를 건너 천을 따라 가볍게 뛰었다. 신기한 것은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들이 벌어졌다는 것. 미국인이 인사를 했다.

 

Good morning.

 

  '아... 산책하면서 정말 마주치는 사람들하고 굿모닝을 하는구나...' 재미있었다. 이후로 종종 몇 명 더 만났는데 거의 다 인사를 주고받았다. 모두 다 인사 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종주 할 때나 마주하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얘기 나누고 그랬는데 여기는 그냥 공원에서만 마주쳐도 인사를 하니, 한국과는 조금 다른 문화라고 생각해야 하나.

  길을 가다가 다시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도를 자세히 보니 이대로 멀리까지 갈 수 밖에 없어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한 시간 정도의 산책을 하며 걷고 뛰니 기분이 상쾌했다. 아침에 일어났어도 옷을 입고 집을 나오는 것이 제일 어렵지 집을 나와서는 재미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런 시간들을 가질 수 있게 아침 계획을 잘 세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건강해지는 것도 있겠지만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집에 들어오니 주변에 마트에 가서 빵이랑 우유 등을 사야 한다고 해서 따라나갔다. 제일 가까운 24시간 마트인 'Winco'라는 곳인데 차로 10분 정도 간 것 같다. 집 앞 슈퍼라는 것은 이곳에 없다. 새크라멘토가 시골마을이라 그런가. 아니, 시골마을이어도 구멍가게는 있을 법도 한데 구멍가게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차를 타고 나가면 홈플러스나 이마트 같은 곳 한 층 정도 크기의 마트가 있다. 마트는 입출구가 따로 되어 있었고 입구부터 C자 모양으로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가격은, 한국보다 대부분이 쌌다. 바나나, 우유, 고기, 계란, 빵 등등. 한국의 물가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강 계산해 보니 품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미국이 더 저렴했다. 제일 신기한 것은 커피였는데 콜라를 따르는 것 처럼 종류마다 통에 담겨져 있어서 필요한 만큼 담아서 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 주변을 지나갈 때는 커피향도 물씬 풍겨와서 그냥 사서 향만 맡고 싶을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침에 사온 빵으로 토스트를 해 먹었다. 그리고 잠시 또 'Best buy'라는 전자기기 파는 곳에 갔다. 한국으로 따지면 하이마트, 전자랜드 같은 곳이다. 윈코도 그랬지만 베스트바이도 한 층으로 되어 있다. 계속 썼듯이 미국은 땅이 넓어서 꼭 2층, 3층 올릴 필요가 없으니 그냥 단층으로 모두 짓는 것 같다. 주차장도 매-우 넓다. 제일 관심이 있는 것은 노트북이었다. 한국보다 싸다는 얘기만 들어서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왔는데, 이건 세부적인 사항을 많이 보니 써있는 금액만으로도 한국보다 가격대가 어떤지 알 방법이 없다. 지금 살 것은 노트북이 아니라서 오래 구경은 못했다

  물건을 사면서 이것저것 직원과 얘기하면서 '당연히' 영어를 썼다. 내가 찾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샘플로 전시되 있지 않은 것들을 써 볼 수 있는지 등등. 여전히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적어도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작년에 처음 외국으로 나가본 인도네시아에서 짧은 영어라도 말이 은근히 다 통하고 그렇지 않으면 쓰기도 하고 손짓 발짓 다 하니 혼자서도 잘 다니고 무리없이 거의 다 잘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 제일 큰 것 같다. 그 뒤로 내가 말한 것에 대해서 조금씩 어순이나 문법 같은 것이 맞았는지 검토 차원에서 공부도 하고 베트남 배낭여행 하면서 5박 6일동안 혼자 영어만 쓰다보니 짧은 영어 문장들을 말 하는 데 있어서는 '머릿속 계산'이 점점 빨라진 것 같다. 단점은, 듣기는 여전히 잘 안된다는 것. 그래도 마트에서 영어로 직원과 의사소통 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표정도 읽으면서 뭘 말하는지 대충 파악하고 OK.

 

  집에 와서는 여행계획을 세웠다. 40일 동안 새크라멘토에 있으면 시간도 정말 많으니 제일 북쪽에 있는 시애틀을 갔다가 캐나다 밴쿠버도 넘어갔다 오고 샌프란시스코, LA, 라스베가스도 가고 남쪽 끝에 있는 샌디에고까지 가서 맥시코 티후아나도 넘어갔다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여행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사실 40일 정도면 가능 할 법한 코스 같다. 그런데 돈이 정말 많이 든다. 한국에서는 스케줄 생각은 많이 했는데 돈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오지 못한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딱 '이 정도' 가져왔는데 '이 정도'로는 택도 없다. 여행일정을 길게 잡아서 저렴하게 이동하면 느리기 때문에 숙박비가 늘어나고 반대로 비행기를 타고 빨리 이동하면 교통비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차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운전하는 것도 생각을 한국에서 한 상태였지만 어제 레이크 타호 다녀오면서 느낀 것은 혼자 운전을 40일 내내 하기에는... 운전 할 수 있는 사람 2명에 총 4명 정도의 구성원이면 운전 부담도 줄고 숙박비 부담도 줄어들텐데...

  계획이 세워지질 않았다. 돈을 한국에서 계속 보내달라고 해야 할 것인지 여행 계획을 축소해서 세워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계속 되었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피곤해서 계획은 STOP, 낮잠을 잤다.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야 했지만 알람도 못듣고 저녁먹을 시간까지 계속 잤다. 아, 미국 오면서 쌓인 피로가 이제야 좀 풀리나보다. 작년에 베트남 다녀와서도 밤새 비행기타고 와서 몇 일은 멀쩡하다가 주말에 하루 내내 잔 적이 있었지.

 

  앞으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도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하다간 정말 시골마을 새크라멘토에만 계속 있는 것은 아닐지... 그래도, 여행계획이 어려워서 머리는 복잡해도 아침부터 산책을 하는, 지금 그냥 여유있게 즐기는 미국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그렇지만, 여행도 가야한다. 일단 큰 여행을 계획하기 보단 가까운 새크라멘토 다운타운부터 샌프란시스코 코스를 먼저 정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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