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1일차> 샌프란시스코에서 새크라멘토로

inhovation 2016. 9. 12. 00:00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오랜시간의 비행 끝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렸다. 저녁 7시 정도.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또 걷고 입국심사장으로 갔다. 화장실을 잠시 들렸다 오니 이미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다. 비행기 좌석도 안쪽이라서 늦게 내린 것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간단히 여권 확인과 지문 입력 정도였는데 미국의 입국심사는 꽤 까다로웠다. 사진도 다 찍고 오른손 엄지와 나머지, 왼손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도 찍었다. 그리고 간단히 인터뷰도 있었다. 줄을 바꿔도 앞에 한 사람당 3-4분 정도 걸리는 입국심사가 지루하기만 했다. 드디어 내 차례. 은행에서도 번호표 기다리는 것은 지루하기만 한데 내 차례가 되어서 긴 업무를 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짧게만 느껴지는 것 처럼 내 차례가 되어서 하는 모든 것, 다른사람도 똑같이 했던 사진촬영, 지문입력, 인터뷰 모두 지루하지 않게만 느껴졌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미국에 왜 왔냐, 처음이냐, 돈 얼마 있냐, 학생이냐, 방학을 이용해서 왔냐 등등을 물어봤다. 영어가 짧아도 한 번만 못 알아 듣는 척 하면 다시 알아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영어였다. 나에게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여권에 도장을 '꽝!' 하고 찍어준다. 3개월 체류 가능. Thank you, Sir.
 


    짐을 찾고 출국장에 도착했는데 마중나오시기로 했던 분이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도 다 정지 해 놓고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막막해 지기 시작했다. 그냥 만나기로 한 곳에서 기다리자는 의견과 집으로 전화라도 해보자는 의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 움직였다. 잔돈을 바꾸기 위해 편의점 같은 곳이 있나 information에 물어보니까 카페로 가라고 했지만, 잔돈 바꾸기 위해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먹기는 싫어서 입국장인 윗 층으로 이동했다. 광대한 미국 땅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도 정말 컸다. 병원에 있는 큰 엘리베이터 보다 더 컸다. 그러나 여기서도 잔돈을 바꿀만한 곳은 없었다. 그럼 좀 익숙한 스타벅스나 던킨도너츠 같은 곳에서 사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또 다른 information에 가서 물어보는데 도통 알아듣지를 못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스타벅스를. 뭐가 문제일까. 몇 번씩 스타벅스 어딨냐고 물어보니 이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Oh~ Starrrrrrrrrrrrrrrrrrrrrrbucks!

 

  '아, 미국에서는 r 발음을 정말 저렇게 굴려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이제야 말이 통해서 우리가 가고 싶은 '스타르벅스'를 찾아주는데 시간이 늦어서 문이 닫았단다. 이런. 다른 가게는 어디에 있냐고 하니까 바로 옆을 가리켰다. 아래층에 있던 것 보단 싸 보이는 카페. 우리는 그곳으로 향해서 2.71달러를 주고 크로아상을 한 개 사먹었다. 쪼끄만게 3,000원이나 하다니. 25센트짜리 동전이 생겨서 공중전화로 갔다. 돈을 넣고 전화를 걸어도 전화가 안걸린다. 무슨 멘트가 나오는데 짧은 듣기 실력으로 모두 다 듣기는 힘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마 전화요금이 부족했던 듯. 최소 금액이 있는데 25센트만 넣고 하려니 돈을 더 넣으라는 멘트였을 것이라고.

 

  다시 아래 층으로 내려가서 출국장 출구 두 곳을 몇 번 배회하다 보니 여자친구의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있는 분이 보였다. 인사를 하니까 우리를 마중나오신 분이었다. 우리는 대만을 경유해서 왔는데 서울에서 오는 줄 알고 도착 시간에 착오가 있었던 것. 그분도 우리를 찾아 많이 돌아다녔다고. 계속 길이 어긋난 듯 하다.

   차에 짐을 싣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밤이라서 야경만 보였는데 딱 드는 느낌은 '넓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안 볼 수가 없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저 멀리까지 낮은 건물들이 쭉- 이어져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몇 차례의 외국여행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른나라'에 왔다는 설레임은 없었지만, 뭔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미국'에 왔다는 작은 마음의 요동은 샘솟고 있었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곳이 미국이구나.

  

   우리가 갈 곳은 새크라멘토라는 캘리포니아주 주청사가 있는 곳이다. 한국의 수도가 서울인 것 처럼 캘리포니아주의 주도는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깜깜한 미국을 보면서 졸음과 함께 계속해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 비슷하지만 Freeway라고 해서 요금은 없다고. 도로의 종류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여튼 길이 넓고 시원시원하게, 한국의 굽이굽이 고속도로와는 달랐다.

 

   2시간 정도 달렸나? 배도 고파왔는데 Exit으로 빠져서 햄버거집에 갔다. 바카빌이란 동네? 휴게소는 없고 Exit이 자주 있어서 빠져나오면 바로 주유소, 레스토랑 등의 휴게소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 미국에서 간 곳은 In-N-Out. 나는 몰랐는데 여자친구는 한국에서 많이 검색해 보면서 알고 있었나보다. 한국에는 없는 햄버거 가게.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컵에 5천원이 조금 넘으니 한국의 맥도날드 같은 곳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한국에서 천대받고 무시받고 멸시받는 치즈버거가 이곳에서는 다르다는 것. 콜라는 컵 사이즈만 주문하면 5-6가지 종류의 음료수를 셀프로 무한리필이 가능하다는 것이 좋다. 그럼 우리 생각으로는 작은 컵을 살텐데 큰 컵을 사는 미국인들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또 다른 점이라면 한국에서는 미리 만들어 놓은 햄버거, 미리 튀겨놓은 감자튀김을 주고, 심지어 미리 따라 놓은 콜라를 줄 때도 있는데 여긴 다르다. 주문을 하면 바로 햄버거 패티를 굽고 만들어주며 감자는 바로 튀긴다. 콜라는 셀프니 뭐. 이래서 그런지 햄버거도 맛있었고 감자튀김도 맛있었다. 감자튀김은 한국에서와는 다른, 강한 그런 감자튀김 맛이 아니라 감자 고유의 전통의 맛이 더 난다고 해야 하나? 말로 설명하려니 힘들다. 여튼, 나는 한국의 맥도날드 같은 곳 보다 훨씬 괜찮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미국인들로 둘러싸여 햄버거를 먹는 기분이란 뭔가 묘했다. 온통 보이는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알바생들은 정말 활기가 넘쳤다. 햄버거를 만드는 솜씨, 김자를 튀기는 솜씨, 주문을 받는 실력도 상당해 보였다. 단순히 정말 빠르기만 하다는 느낌과는 달랐다. 모두가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한국에서도 햄버거 만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이런 느낌은 없었다.

 

일을 단지 열심히 한다는 것을 넘어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

 

   시급이 한국보다 높아서 그런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뭐 미국사람, 한국사람,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정서 등등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햄버거집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워 보이는 느낌.

 

   이런 생각을 하며 햄버거를 다 먹고 나서는 다시 길을 떠났다.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 미국 땅은 왜이리 큰 것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참... 11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인사를 드리고 간단히 얘기를 나누고 방으로 올라갔다. 23kg의 캐리어를 들고 올라와 짐을 풀고 1시 정도에 잔 것 같다. 별 생각은 없었고 이 정도 생각만 했다.

 

'아, 에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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