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에서 볼 것들이 여럿 있지만, 또 넓지 않은 지역 안에 모여있어서, 진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훑고만 지나간다면 유명한 것은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 플라카 지구, 국회의사당, 신타그마 광장, 제우스신전, 벼룩시장, ... 다 좋았는데, 내가 가장 좋았던 곳은 리카베투스 언덕(산)이다. 아침에만 세 번 갔다. 첫날은 혼자, 둘째날은 같이 간 일행이랑, 셋째날은 혼자. 아침마다 가서 일출을 보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짜, 앞에서 언급한 유명한 관광지보다 나는 리카베투스 언덕에서의 시간이 가장 좋았다.

만약 누군가가 아테네에 이틀 이상 머무른다면, 나는 리카베투스 언덕에는 꼭! 올라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도 일몰이나 일출 시간에 맞춰서. 나는 일출 시간에만 갔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거의 없었고), 정상에서 만난 다른 사람이, 자기는 일몰 때 왔었는데, 사람이 좀 많이 몰린다고 했다.
지도상, 리카베투스 언덕 서쪽(오른쪽)으로는 관광지는 아니고, 동쪽(왼쪽)이 아크로폴리스가 있는 언덕과 관광지라서, 일몰 시간에는 아마 아크로폴리스 쪽으로 해가 넘어가는 대단한 광경이 펼쳐질 것 같다.




첫째 날엔 시내 달리기를 하면서 제우스 신전, 올림픽 경기장, 북동쪽 대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리카베투스 언덕의 남동쪽에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이쁜 집들도 보였고, 언덕을 오르며 보이는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정말 장관이다. 높은 건물 하나 없고, 사방이 모두 탁 트였다. 사람도 많이 없어서 좋았다. 콜로라도에서 엄마랑 같이 온 온 젊은 남자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도 모자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쉬고 있는데, 상의탈의한 백인 외국인이 정상까지 뛰어왔다. 나도 상의탈의하고 뛰어 올라와 보리라 다짐했다.

일출을 보고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반대쪽으로 내려갔는데, 정말 무슨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느낌의 길 이었다. 울타리가 있는 굽이굽이 내리막길에, 정면에서 떠오르는 해. 같은 장면을 각도를 달리해서 몇 번을 찍었는지 모른다.


첫 날의 감동을 함께 간 일행들에게 말하니, 둘째 날엔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적당히 걸어서 올라갔다. 국회의사당부터 부지런히 간다면 30분 정도면 올라간다. 2km 정도 되는 거리다.




언덕을 오르며 낮은 아파트 사이를 지나 정상으로 향했다. 팁을 주자면, 정상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보면, 정상에 있는 카페 지붕 자리에 가려서 사진이 그렇게 이쁘게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카페를 돌아서 살짝 내려오면 위에 있는 사진 풍경 각도가 딱 나온다. 일행이랑 각자 자리 잡고 앉아서 해 뜨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그리스에서 두 번째 일출을 보고 정상을 찍고 다시 반대로 돌아나왔다. 첫째 날에 내가 다녀온 반대 코스이다. 같은 길은 갔는데, 첫날 보이지 않은 것들도 보이고 재미있었다.
셋째 날은 나 혼자 다시 리카베투스 언덕으로 향했다. 일행은 가지 않는다고... (왜!? 힘들었나, 별로였나, 여튼.) 어제 갔던 코스로 갔는데, 오늘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 산 중턱에서 방향을 바꿨다. 바로 최애 장소에서 일출을 볼 때 바라보이는, 앞에 있는 또 다른 언덕. 지도상 산 정상은 남서쪽이고, 오늘 올라가려는 조금 낮은 언덕은 정상 기준 북동쪽에 있다. 원형극장을 끼고 돌아가면 바로 있다.



첫째 날, 둘째 날, 모두 다 좋았지만, 셋째 날, 이 바위 언덕에서의 시간이 가장 좋았다. 사실 올라갈 수 있게 해 놓은 곳이 아닌 것 같았는데, 거의 암벽등반 수준으로 바위 언덕을 기어서 올라가서 언덕 꼭대기에 자리를 잡았다. 등 뒤에는 원형극장이 있고, 앞에는 진짜 뻥-뚫린 풍경이 있는 곳!




해가 뜨길 기다렸다. 해가 뜨기 전, 해가 보이는 순간, 모습을 다 드러낸 다음, 모두 다 너무 경이로웠다. 정말, 이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렸으면 좋을 만큼, 너무 가슴 깊이 울리는 그 무언가가, 마음을 너무 벅차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 분동안 있다가 바위 언덕을 조심조심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리카베투스 언덕을 크게 돌아서 있는 산책길(둘레길)을 따라 달리기를 해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상의탈의하고. ㅋㅋㅋ 큰- 개를 끌고 가는 사람 몇 명을 보았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사람 몇 명을 보았다. 이게 뭔가, 진짜 상의탈의하고 달리기를 하면 쿨링이 너무 잘 되서 그런지,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리카베투스 언덕으로 올라가는 최고 멋진 길, 앞에 보이는 바위 언덕에서 누렸던 그 감격은 진짜 잊지 못한다.
나는 일출에 리카베투스 언덕을 가서 아크로폴리스 반대쪽만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정상에서 보는 아크로폴리스도 정말 멋지다. 아마 일몰에 갔다면 내 사진들이 다 달라졌겠지. 일출은 또 일출만의 느낌이 있고, 일몰은 또 일몰대로의 느낌이 있을테니, 둘 중 한번은 정말 강력히 추천한다.
'여행 이야기 > 24 아테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 아테네 페리파토스 (0) | 2025.03.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