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V

데이터 비전공자가 꼭 읽어야 할 책 / 데이터 이코노미 독후감

inhovation 2022. 1. 28. 12:29

No. 186
데이터 이코노미
서울대 법과경제연구센터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데이터 이코노미"는 내가 2022년에 읽은 첫 번째 책이고, 최근 독서를 다시 시작한 이후로는 세 번째 데이터 관련 책이다. 이 책 역시 두 번째 책처럼 몇 년 전에 샀었는데 못 읽고 있다가 이제야 집어 들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데이터 분야를 다룬 책이지만 법대 교수나 변호사가 썼다는 것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개별 주제를 엮은 책인데, 법률 분야에 계신 분들이라 그런지(?) 모든 주제마다 깊이가 있고 내용이 탄탄했다. 그렇다고 어려운 말을 써 놓은 것은 아니라 이해하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 책을 한줄평 해 본다면, 나는 '데이터 비전공자가 꼭 읽어야 할 데이터 전문 서적'이라고 하고 싶다. 나는 이과 출신이긴 하지만 데이터가 전공은 아니다. 현업을 하면서 데이터로 전문성을 쌓아서 경력이 이렇게 된 것 뿐이다. 그러나 요즘 광고 같은 것을 보면, 문과생에게도 데이터가 완전 핫 이슈인것 같다. 몇 시간만 하면 코딩 전문가처럼 된다고 하지만, 물론 내가 그 강의를 들어본 것은 아니라 확언할 순 없겠지만, 현업에서 데이터 업무를 하며 느낀 바로는, 단 한줄의 현혹성 광고 문구일 뿐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광고에서는 테크니컬한 것을 중시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코딩과 같은 테크니컬한 내용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 오로지 각 주제별로 데이터와 관련된 첨예한 대립 사항들, 법적 이슈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담고 있다.

 

나는 데이터와 관련해서 잡다하게 다 하는(기획, 수집, 전처리, 분석, 관리 등등등) 현업에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데이터 관련 법적 이슈에 대해서도 매우 깊이 연관이 되거 있다. 그리고 이런 부분도 데이터 현업에서 꼭 챙겨야 하는 이슈 중 하나이다. 내가 경험한 실례로, 데이터를 외부로 공개할 때, 문제되는 개인정보는 없는지 기술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필요했지만, 어디까지를 개인정보로 볼 것인지, 또는 이 데이터를 공개해도 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은 법적 영역을 참고해야 한다. 또, 데이터를 비식별화 할 때, 어떻게 비식별화 할 것인지는 기술적인 영역이지만, 비식별화 하고 활용하는 것은 또 법적 영역이다. 이처럼 데이터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챙겨야 할 부분은 가끔은, 아니 꽤 자주 그 범위가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설 때가 많다.

 

물론, 가끔 유튜브 인터뷰를 보거나 하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데이터 엔지니어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데이터 업무를 하면서 그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체계적으로 분리되어 진행된다고들 한다. 나도 책에서 봐서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데이터에 완전히 특화된 그런 회사에, 또는 충분히 큰 회사의 데이터 조직에 있지 못해서 그런지, 데이터 관련 업무는 나 혼자, 또는 나 포함 2-3명이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고 뭐고 구분하는게 사치다. 그냥, data something은 다 해야 한다. 스팟성으로 떨어지는 업무들도 꽤나 많이 있는데, 서로서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배분해서 하긴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면 그냥 시간 되는 사람이 그런 일들을 맡아서 진행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데이터 업무 현실 상황에서는,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고상하게 전처리 다 된 데이터를 불러와서, 분석 화면 띄워놓고, 토론하고, 코드 수정해서 다시 돌려보고' 그럴 시간이 없다. 일 주일에 분석을 며칠이라도 한다면 다행이다. 물론, 분석 업무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출처: http://www.yes24.com/Product/Goods/43243737

앞에서 서술한 현실 가운데, 이 책은 나와 같은 '현실적 데이터 현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테크니컬하게 데이터를 다루지는 않지만, 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데이터 엔지니어와 같은 테크니컬한 분야에 있는 분들이야 그쪽으로 더 발전을 해도 되지만, 이런 책을 읽는다면 프로젝트 전체를 이해하고 서로 의사소통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비전공자를 비롯한 학생들에게도 데이터 관련하여 이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하고 지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은 데이터를 업으로 하고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다.

 

나는, 내 업이 데이터라서가 아니라 미래에는 데이터가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고 모든 분야가 데이터와 깊게 관련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요즘 광고 문구로 많이 나오는 것 처럼, 문과생도 개발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금의 조급한 현실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반문하면, 모두 개발자 하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데이터 관련 법적 검토는 누가 할까. 어쩌면 지금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 산업 수요가 개발 쪽에 치우쳐져 있어,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해 이런 광고와 상황이 자연스레 펼쳐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지금의 취업시장과 거의 10년의 차이가 있으니 현재 취업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개발자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은, 물론 누군가는 하다 보니 적성에 맞고 잘 풀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 코딩이나 이런 게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너무 하나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각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개발자 티라도 나야 취업이 된다니까요? 라고 반박한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경험 한 가지를 더 쓰자면, 예전에 데이터팀에서 근무할 당시 데이터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제1조 1항, 이런 규정. 자, 그럼 이 규정은 누가 만들어야 할까. 일단, 솔직히 나는 피하고 싶었다. 차라리 쓰레기 같은 데이터를 주고 전처리 하라고 하면 하겠는데, 데이터 관련 규정을 만든다는 것은 시작하기에도 어려워 보였다. 어찌하다보니(?) 우리 팀 막내 직원이(...) 맡게 되었는데, 며칠 지나고 가져온 결과물이 너무 놀라웠다. 디테일은 나와 과장님이 같이 검토해 주며 수정을 했지만(검토는 할 만 하지...), 이분도 데이터 비전공자에 이과 출신이었는데, 데이터 규정을 진짜 잘 수립한 것이다. 이때도 느낀게, '아, 데이터 관련해서 회사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전공 유무나 프로그래밍 역량과는 별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해야 하는구나' 하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 하며,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면, 자율주행, 금융, 의료, 개인정보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적이슈를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읽어보기를 꼭 추천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책 자체는 훌륭하지만, 내가 너무 늦게 읽어서(출판된 지 3년 지남...), 작년에 데이터 3법이 개정되고 데이터 관련 산업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를 다룬 최신 내용은 아닐 수 있다. 카카오 뱅크 출시 전 상황에서 기술하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의 정석은 시대가 지나도 정석인 것 처럼, 데이터 관련 법적 이슈를 다루는 탄탄한 기본서 개념으로써 이 책은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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