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V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예견된 것이었다 / 그냥 하지 말라 독후감

inhovation 2022. 1. 22. 05:37

No.184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지음

북스톤 펴냄

 

4년 만의 독후감이다. 4년 전에는 첫째 세례교육 때문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는데, 그러고 나서 또 정신 없이 보내다가, 둘째 태어나고 나서 또 그냥 정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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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엔가, 전자책으로 "돈의 속성"을 읽었었는데, 독후감은 남기지 못했고, 육아휴직 기간은 책 읽을 여유는 커녕 시간이 진짜 순삭된 느낌이다. 첫째 태어나기 전에는 책 읽고 독후감 쓰는게 나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상이었는데, 애들 보면서는 이런 시간을 내기가 진짜 힘들었다. 출퇴근길에도 뭔가 여유도 없고, 휴직 전에는 몇년 동안 운전하고 다니면서 책을 읽을 상황도 안됐고, 박사과정 하면서는 책보다는 논문을 읽어야 할 때도 있었고... 그렇다고 지금 박사논문을 다 써서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냐, 그건 아니지만, 최근 이직도 하고 뭔가 리프레쉬 되었는지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어색했지만 뭔가 또 자연스레 책을 챙겨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은 "그냥 하지 말라". 오랜만에 연락한 전 회사 동료가 이 책을 언급하며, 나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고 추천해 줘서 전자책으로 읽었다. 저자 송길영은 구 다음 소프트, 현 바이브컴퍼니의 부사장이고 TV에 나와서 대부분 누군지 알 것이다. 아내에게도 사진을 보여주니까 바로 누군지 알았다. 머리 길고, 빅데이터 이야기 하는, ...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어렵지 않고, 그동안 저자가 강연하거나 기고했던 글을 엮은 것이라 편하게 줄줄 읽혔다. 데이터로 우리 시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어렵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설명에 있어서 계량적인 수치아 어려운 이론을 쓴 게 아니라, 키워드를 살펴보니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가 이렇게 있더라, 하는 식으로 근거를 마련하고 우리 사회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맥주라는 단어의 의미 변화를 시대별로 살펴보면 이렇다.

 

예전: 회식이사 스포츠에서 "이벤트"의 맥주, "불금"의 맥주
2012년부터: 퇴근 후 가볍게 마시는 "일상"의 맥주
2019년부터: 퇴근하고 샤워 후에 맥주 한잔과 넷플릭스를 보는 "넷맥"
최근: 부부술상, #술상스타그램 에 자주 등장하는 맥주

 

이렇게 "맥주"라는 단어 의미의 변화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비출산이 증가하니 맞벌이 부부도 평일 밤에 여유롭게 맥주 한 잔 할 수 있게 된 것을 설명한다는 식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고 누구나 들으면 쉽게 이해가 가는 것인데, 인터넷 상에 있는 키워드의 의미 변화가 그 근거가 되니 흥미롭게 다가온다.

출처: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3841300

"그냥 하지 말라"는 책의 제목의 유래(?)는 Nike의 카피를 이용한 것이다. Just do it의 반대 Don't just do it. 무조건 열심히 하지 말라는 의미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하면 소진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 예로 직업의 변천사를 들었는데, 2002년 당시 텔레마케터는 유망직업이었지만 10년이 지나 2015년에는 없어질 직업 1위로 선정되었다. 때문에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그 다음에 충실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즉, 해보고 나서 생각하거나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라는.

 

Just do it >>> Think first

 

생각을 먼저 하기 위해서 생각해야 할 3가지의 상수(조건?)을 제시했는데, "당신은 혼자 삽니다", "당신은 오래 삽니다", 그리고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이다. 앞으로 미래는 이렇게 변화할 것이니 지금 하는 것들을 잘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라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의견에 대해 나는 동의 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어떤 것을 하기 전에는 그 일에 대해 세밀히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일단 해 보고 빠른 판단으로 다시 방향을 설정하는 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내 예를 들어, 최근에 이직을 했는데, 이직 하기 전에도 엄청 많이 고민 했지만(아, 나는 Think first 한 건가...?), 이직 하고 한달 정도가 지나니 내가 생각 했던, 예상 했던 것에서 벗어나는게 상당 부분 있었다. 잘못 이직 했다 싶을 정도까진 아니고. 그래서 한달이 지나고 몇 주 동안은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향 설정을 다시 한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읽을 수는 있어도, 연애도 하지 않은 대학생이 "부부술상"이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또,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코로나에 대한 설명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 등 우리 삶이 급격히 바뀐 것에 대해 갑작스런 변화라기보다 키워드를 통해 계속 살펴봤을 때, 그 갑작스런 변화는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걸 설명하는 표현이 상당히 멋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모든 변화를 몰고 온 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던 변화죠. 누적된 욕망을 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건드린 거에요. 이미 무거운 등짐 위에 마지막 깃털이 떨어져 나귀의 허리를 부러뜨린 것입니다.

특히 굵게 강조한 문장. 뭔가, 이 문장을 읽는데 표현이 진짜, 예술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엄청 공감했던 부분은 책의 말미에 있었던 지금부터 10년 전략(이성적 사고, 업의 진정성, 성숙한 공존)이라는 부분이다. 미래의 핵심 역량에 대해 소개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는 직접 일을 해 보면서 역량을 키우라는 것에 공감이 갔다. 다 외주주는 식으로 하면 실제 그 일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면서 책에 있는 예시가, 내가 회사에서 똑같이 했던 일이라서, 내 이야기인가?, 하고 깜짝 놀랐다.

 

현재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데도 불안함에 뭔가 계속 배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거나, 퇴근 후에 책 쓰기 수업을 들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 모든 시도가 현실적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내 몸에 체화될 만큼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데이클래스를 매일 배우고 있는 셈이죠.
그게 아니라 일상에서 내가 하는 일 자체를 혁신하면 어떨까요? 예컨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거나 업무 하나하나를 개선한다면, 그 혁신과정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 되어 내 경쟁력으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중요한 것은 일을 해야죠. 더 중요한 것은 대행을 주면 안 되요.

굵게 강조한 부분이, 내가 최근 몇년 동안 회사에서 일했던 모습이었는데(정말 똑같이), 뭔가 힘든 시간이었지만, 책에서 이렇게 또 좋게 평가해주니, 이렇게 비춰봤을 때는 좋은 경험을 한 것이란 생각에 위로도 되었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고 나서 느낀점은, 오랜만에 읽은 책이라 그런지 머리가 트이는 기분에 지식이 쌓인 것 같은 기분 좋음을 느꼈다. 전자책도 대여가 아니라 구매로 했는데, 책 산 돈도 아깝지 않았다. 전자책 한줄평에 누군가는, 내용에 알맹이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딱히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느낀점은 다를 수 있으니까. 이런 사람이, 이 책에 대해 얼마나 대단한 내용을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업, 텍스트 마이너(text miner)로서 지내오면 본인이 가진 독특한 시각과 사회 변화의 설명이 나에게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몹시 흥미로웠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도 던져주어서 좋았다. 지금의 상황과 변화될 미래를 생각했을 때,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고민도 하게 하고. 그리고 작년 말에 퇴직금으로 미국 주식 몰빵 했는데, 1월, 계좌가 다 녹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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