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태아일기

[아빠가 쓰는 두번째 태아일기] 임신 9주, 둘째 임신 공식 확인

inhovation 2019. 2. 8. 23:53

2019년 2월 8일 금요일


1월 23일 아침, 아내가 임신테스트 2줄 사진을 보내오고 둘째를 가지게 된 것을 알았다. 그날이 됐는데 안해서 왜그런가, 설마설마 했는데 임신이었다. 그리고 오늘 병원을 가기까지 날짜 잡기가 조금 힘들었다. 작년, 유산 이후 다시 병원을 가기 떨리는 그런 마음. 어제는 악몽도 꿨다고 한다. 걱정 말라고는 많이 했지만 나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 며칠, 갈색 피도 많이 나와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기도 했다. 첫째와 달리 착상혈도 없었고, 피 색깔도 갈색이라서... 병원 가기 전까지 아내가 찾은 정보로는 무거운 짐을 들거나 하면 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설 연휴 동안 침대 옮긴 일이 찔렸는데, 아내는 세온이를 3층까지 안고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느라 힘써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15kg  세온이...ㅋ


병원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서로 긴장을 풀기 위해 케이크를 먹으며(?) 기다렸다.ㅎ 원래 남자 원장님으로 했었는데, 우리 예약 시간에 수술이 잡혀서 다른 분으로 해준다고 했는데, 공교롭게 작년에 유산했을 때 수술을 해준 나이가 조금 있으신 여자 원장님이었다. 그래도 잘 회복하고 왔다고 하며 초음파 검사. 아내는 혹시라도 안좋은 상황일까 걱정되 나한테 밖에 있으라고 했는데 같이 들어가자고 했다. 만에 하나라도 유산인데, 그 순간을 작년처럼 아내 혼자 둘 수는 없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의 좋은 반응과 태아 사진이 보였다. 녹화를 시작하고, 사진도 찍고, 크기도 재고, 심장소리도 들려주고... 9주...몇일 됐다고 했는데 까먹었다. 9주 2일이었나. 세온이는 7주 6일이었는데, 이때는 머리랑 꼬리(...)만 있어서 올챙이처럼 생겼고 1.5cm였나 그랬는데, 얘는 머리도 크고 팔도, 몸에 많이 붙어있긴 하지만 제법 사람 모양이다. 2.몇센치... 엉덩이쪽에 있는 동그란 거는 떨어져 나간다고 했다. (까먹음...)



초음파 검사가 끝나고 최근 며칠 하혈한 것을 얘기 하니, 지금도 자궁 안에 피가 좀 고여있기도 한데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기가 잘 자리잡을 수 있게 혈액이 많이 공급되는건데 다 흡수하지 못한 것들이란다. 그러나 언제든 심각하면 병원으로 오라고... 유산 때문이었을까, 하나 몸이 이 생명을 지키려고 엄청 애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덧도 심한 시기라서 12주... 앞으로 약 한 달까지는 잘 신경쓰라고 한다.


임신을 알고 나서, 아니 어쩌면 그 며칠 전부터 하나가 계속 식욕도 없고 그랬다. 밥도 반주걱, 이정도씩뿐이 안먹고, 세온이때와 다르게 음식을 엄청 가린다. 해달라는 건 많이 없고 이것저것 말해도 다 싫다고 한다. 정반대. 이러나 저러나 옆에 있는 남편은 어떻게 맞춰야 할지 힘든 건 매 한가지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면 음식 해서 나도 같이 먹으면 되는데, 지금은 다 싫다고 하니, 내가 먹고 싶은 것도 편히 못먹고, 그런...ㅎㅎ


이름은 정했다. (벌써?ㅋ) 이미 생기기 전부터, 둘째 이름은 하온으로 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나랑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이름을 뭐로할지, '온'자 돌림으로(집안의 돌림자 그런거 없음) 적당한 것이 뭐가 있을까 했지만 남녀 안타고 약간 중성적 이름으로 하온을 정했다. 세온도 그렇고 하온도 그렇고 약-간 여자 느낌이 나긴 하지만, 뭐...ㅎㅎ 의미는, 한문은 안정했는데, 이행시(?)로는 '하나님 나라 온 세상에' 정도...ㅋ


예정일은 9월 14일. 마지막 학기 개강과 동시에 출산휴가를 쓰게 되겠구만...ㅎㅎ 아, 이것저것 할일이 많다. 카시트도 한개 더 사야하고... 차도 바꿔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돈은 없고...ㅋ 엘리베이터 없는 3층 집이 힘드니까 1층 집으로 이사가야 하나 생각도 들고... 근데 내년 1월 전세 만기고, 그리고 내후년 말이면 새 아파트 입주인데, 시기적으로도 조금 어떻게 해야 할지 애매하기도 하고...


의사 선생님은 (첫째가 아들이니까) 아들이든 딸이든 편히 낳을 수 있겠다고 하면서, 그래도 딸을 원하지 않냐고, 아빠는, 그랬는데, 나는 딸일지 아들일지 궁금한 것 보다 이제 한 아이의 아빠가 아니라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마음도 어깨도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도서관에서 침을 그렇게 흘리면서 잤나 보다...)



다음 병원은, 2주 후! 그때까지 하온이도 잘 자리잡고, 하나도 건강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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