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태아일기

[아빠가 쓰는 태아일기] 임신 20주부터 24주까지

inhovation 2016. 10. 2. 00:34

2016. 7. 12. 화 [네번째 만남]

오랜 시간, 한 30분정도 초음파를 봤다. 귀 한쪽만 안보여서 잘 있는지 확인이 안됐다. 그래도 뭔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귀로 추청하며 손가락 다섯 개씩, 발가락 다섯 개씩, 있을 건 다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안심이 된다. 특히 윗입술이 잘 붙었다는 말에 더욱 안심이다. 오늘 초음파를 볼 때 엄청난 움직임은 없었지만 입을 뻐끔뻐끔 하는 것은 딱 보였다. 완전 귀엽다. 머리가 위로 향해있다는데,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출산이 까까워서는 머리가 아래를 향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2016. 7. 13. 수 [대박 발길질]
하나 배에 손 올리고 있는데 대박 발길질을 내 손으로 직접 느꼈다. 이렇게 강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실제로 보면 아주 작게 볼록 튀어나온 것일 수 있겠지만 내 손은 마치 강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나가 점심을 못먹어서 끼룩이가 많이 안 움직였다는데, 집에 와서 주스 마시고 밥 먹고 하니까 마구마구 움직였다고 한다. 끼룩이도 밥을 먹어야 힘이 나는구나.


2016. 7. 14. 목 [발로 쑥]
배에 손을 대고 있는데 손을 다시 끼룩이라 발로 쑥 밀었다. 어제에 이어...
이제 하나가 누워 있어도 배가 볼록 나와있다.


2016. 7. 15. 금 [끼룩이 요동]
밤에 하나가 천도복숭아를 먹고 앉아있는데 끼룩이가 뱃속에서 요동쳤다. 하나랑 나랑 처음으로 끼룩이의 움직임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와우!! 끼룩이가 무언가로 배를 콕 하고 찔러서 우리가 볼 수 있었는데, 진짜, 짱.신.기.


2016. 7. 16. 토 [배가 톡]
집에와서 쉬는데 끼룩이가 또 안에서 막 움직여서 배가 톡 하고 올라오는 걸 봤다. 앞으로 자주 보면 좋겠다.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


2016. 7. 19. 화 [산모교실 선물_락앤락]
하나가 산모교실 가서 락앤락 한 박스를 받아왔다. 끼룩이 이유식을 여기다 담아주면 되겠다.

끼룩이는 여전히 배 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나도 오늘은 또 살짝살짝 움직이는 거를 봤는데, 신기신기~


2016. 7. 23. 금 [뭐하고 노니?]
이제 끼룩이가 움직이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뱃속에서 혼자 뭐하고 노는걸까?


2016. 7. 24. 토 [요리하는 남편]
하나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고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스파게티... 입덧 할 때는 이것저것 요청하는 요리가 많았다가 요새 좀 약해지긴 했는데, 여튼 난 열심히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퇴근하고 나서는 집에 오더니 한밤중에 갑자기 한 번도 해먹어 본 적 없는 마파두부가 먹고 싶다고... 밤 12시 30분에 마파두부하는 남편은 또 어디 있을까?


2016. 7. 26. 화 [산모교실 선물_우주복, 요거트 메이커]
하나가 산모교실에 갔는데 선착순 15명 안에 들어서 끼룩이 우주복을 받아왔다. 행운권(37번)으로 요거트 메이커도 받아왔다. 나는 회사에서 그동안 속썪이던 일이 최종적으로 모두 해결되었다. 끼룩이는 춤을 춘다. 오예~


2016. 7. 27. 수 [정리정돈]
끼룩이 엄마가 며칠 전부터 (평소에는 거-의 안하는) 책상, 화장대 등 정리정돈을 시작하더니 오늘은 혼자 냉장고 정리를 했다. 임신하면 뭐가 달라지나?

끼룩이 들어있는 배는 많이 커졌다. 끼룩이한테 말을 걸어봤는데 움직이는 듯, 안 움직이는 듯.


2016. 7. 28. 목 [생명의 신비]
끼룩이 엄마는 이제 과일이 엄청 많이는 안 땡기나 보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먹던 천도복숭아를 잘라놨는데 먹지 않았다. 예전에는 바로바로 먹었는데...

끼룩이는 속에서 계속 꼼지락꼼지락, 들썩들썩, 배가 출렁출렁 움직인다. 하나 배 안에 우리의 사랑의 결실이 살아 있다는게 너무 신기해서 눈물이 찔끔났다.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


2016. 7. 29. 금 [갈비뼈 노크]
하나 배랑 갈비뼈 아래쪽에 손을 올리고 있는데 끼룩이가 갈비뼈에 노크했다. 똑똑똑. 그래서 나도 끼룩이한테 다시 똑똑똑 노크했는데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ㅠ 뱃속에서 요동치며 오늘도 끼룩이는 혼자 재미있게 놀고 있다.


2016. 7. 30. 토 [예지몽]
어제 밤에 하나가 끼룩이를 낳는 꿈을 꾸었다. 단 몇 분만에 끼룩이가 머리부터 쑤욱 나왔다. 예지몽이 되길!
밤에 하나가 먼저 자고 내가 누울 때 깜깜해서 머리를 침대에 꿍 박았다. 이 때 끼룩이가 놀랐는지 좀 움직였다. 그래서 하나 자는 동안 끼룩이랑 둘이 놀았다. 만지작만지작.


2016. 8. 1. 월 [복대]
며칠 전부터 끼룩이가 왼쪽으로 옮겨가서 왼쪽 배만 빵빵하다. 그리고 하나 배꼽은 전체적으로 튀어 나왔다. 복대를 차보더니 신세계라 한다. 근데 너무 계속 차면 안좋다고 하고. 음, 하나가 점점 예민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2016. 8. 2. 화 [멍]
끼룩이가 하나 갈비뼈를 눌러서 멍이 든 것 같다고 한다. 겉으로는 모르겠지만...


2016. 8. 3. 수 [권투 연습]
하나가 자려고 누웠는데 끼룩이가 배를 엄청 때린다. 마치 권투하듯 1초에 한번씩. 내가 만져주니까 좋아서 계속 때린다. 하나 일 하는 하루종일 긴장하고 힘들다가 집에와서 엄마가 복숭아먹고 편하게 있으니깐 기분이 좋은가 보다.


2016. 8. 4. 목 [두 개의 심장]
이름을 뭐로 할까 하다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ㅇㅇ' 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책에서 멋진 말을 보았다. '두 개의 심장' 지금 하나의 몸 속에는 두 개의 심장이 뛰고있다. 우리 이쁜 끼룩이. 자기 전에 끼룩이가 어디 있나 확인해보니 이사를 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2016. 8. 7. 일 [끼룩이 동생]
너무 더웠는지 아침에 일어나보니 꿈자리가 흉흉해서 일어나자마자 하나는 잘 자는지, 끼룩이는 잘 있는지 배에 손 댔는데 끼룩이가 아침인사로 내 손을 꾸욱 눌러줬다. '아빠 저 잘 있어요~ㅋㅋ' '오, 반가워 끼룩아😃' 

그리고 낮잠을 잤는데 내가 어린 끼룩이를 안고 이런저런 말을 하는 꿈 꿨다. 그리고 끼룩이 동생이 생겨서 병원에서 성별을 확인 했는데 남자였다. ...ㅋㅋ


2016. 8. 8. 월 [배 주변 근육]
하나 배가 뭉치고 당기는 것은 아마 끼룩이가 쑥쑥 자라면서 배 주변 근육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발목 인대 늘어났을 때 아픈 것 처럼... 배가 가끔 돌처럼 딱딱하다가도 금새 풀어지기도 하고 그런다.


2016. 8. 12. 금 [탐험가]

하나가 스파게티 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끼룩이는 자궁 속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탐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탐험가 끼룩이 :)


2016. 8. 14. 일 [베이비 페어]
킨텍스 베이비페어에 갔다. 이것저것 사려고 했으나 베이비페어에서 만난 교회 누나(M)가 다 필요 없다고 주겠다며 사지 말라고 했다. ... 'ㅡ'a 결국 하나 속바지 두 개만 사고 저녁은 K형, J누나랑 같이 먹었다. 육아 선배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집에 올 때는 트렁크 한 가득 이것저것 얻어왔다. 어휴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정말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이래저래 하나님께서 다 채워주시는 듯...


2016. 8. 15. 월 [일상의 감사함]
하나가 무화과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고등어김치찜이랑 바지락미역국도 해 먹었다.

내일이 끼룩이 보러 가는 날인데, 기대된다. 끼룩이가 자주 움직이는 게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잘 자라고 있다는 표시니까 끼룩이한테 너무 고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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