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태아일기

[아빠가 쓰는 태아일기] 임신 25주부터 30주까지

inhovation 2016. 10. 2. 20:29

2016. 8. 16. 화 [다섯번째 만남]

오랜만에 듣는 끼룩이의 심장소리다. 의사 선생님은 시크하게 초음파 검사를 해 주며 모든 게 정상이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정상이라는 말이 정말 얼마나 다행인건지...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만약 심장소리가 안 들린다거나 태아 크기가 정상보다 작거나 크다고 하면 얼마나 가슴을 졸이는 일인지... 그리고 지난 달에 확인 못 한 오른쪽 귀도 있다고 한다. 오늘도 끼룩이가 손으로 가려서 못 볼뻔 했지만 딱 보였다. 이제 정말 있을 게 다 있는 끼룩이! 830g이란다. 건강하고 모든 게 정상적인 끼룩이! 두 달 전에 위로 향했던 머리도 오늘은 아래로 위치했다고 한다. 야호!


2016. 8. 17. 수 [당 검사 결과]

어제 하나 당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104로 정상이고 빈혈수치도 12.1로 일반 여성보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철분제 역시 지금처럼 잘 먹으면 된다고 한다. 하나도, 끼룩이도 완전 건강해, 와우~!
하나가 집에 오는 길에는 처음으로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 받아 보았다고 한다.

2016. 8. 19. 금 [D-100]
하나 배꼽이 이제 평평해 진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끼룩이 예정일 D-100. 모든 것이 평온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었나, 하루하루 깨닫고 있다. 매일매일 하나님의 보호하심 아래에서 우리는 항상 그렇게 살아왔던 것인데 어쩌면 그 은혜를 모르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2016. 8. 20. 토 [경찰 아저씨]
하나 퇴근하고 막 병원에서 나왔는데 경찰아저씨가 끼룩이를 예뻐해 주었다. 심장이 쫄깃했지만 이내 기분이 짱 좋아졌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았는데 마음의 부담감이 너무 크다. 끼룩이도, 하나도 만족할 수 있는 곳으로 잘 구할 수 있길...

2016. 8. 24. 수 [집 구함]
앞으로 끼룩이와 함께 살 집 계약을 앞두고 오늘 일부를 입금했다. 사실상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너무 큰 부담감과 잘 하고 있는 건지 걱정되는 마음들에 심장도 떨리고 왠지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지만, 멀리서 하나가 와줘서 마음이 편했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끼룩이가 많이 움직였다고 한다.
끼룩아, 네 덕분에(?) 집도 사고(물론 은행이...) 안정적인 기반을 점점 마련해 가고 있어. 그래도 영원히 변치 않는 주님 말씀을 믿으며 살자.
하나 배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2016. 8. 25. 목 [출렁출렁]
끼룩이가 움직이는데 이제 볼록볼록이 아니라 출렁출렁 움직인다. 힘 센 끼룩이.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것 같다.

2016.8. 26. 금 [다리 저림]
자기 전에 하나가 오른쪽 다리가 저리다면서 주물러 달라고 했다. 그동안은 세게 해주면 너무 아프다고 했는데 오늘은 세게 해도 너무 시원하다고 하며 너무 좋은 리액션(?)을 보여줬다.

2016. 8. 27. 토 [쥐]
새벽 5시 27분. 하나가 날 불렀다.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다리에 쥐가 난 것임을 바로 직감하고 바로 일어나서 다리를 펴서 엄지발가락을 당겨 주니까 조금 비명을 지르더니 잠시 후 괜찮아 졌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몇 분간 (눈을 감고...) 다리를 주물러주니까 괜찮아졌는지 그만 하라고 했다.
다리에 쥐가 나는 이유를 찾아보니까 예상했듯이 자궁이 커져서 골반과 신경을 눌러 혈액순환이 잘 안되서 그런거라고 한다. 끼룩이가 잘 크고 있다는 반증이긴 하지만... 아직 3개월 정도 더 남았는데...ㅠㅠ

2016. 8. 30. 화 [딸꾹질]
끼룩이가 딸꾹질을 한다. 장기가 거의 다 완성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호흡 연습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하나가 처가에 갔을 때 장모님하고 하나만 있을 때 했다고 한다. 끼룩이가 딸꾹질을 하다니. 귀엽다.

2016. 8. 31. 수 [해시브라운]
하나 배가 진짜 또 더 많이 나왔다. 교회누나(S)가 준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는데 배가 나와서 그런지 이 청바지도 이제 답답하다고 한다.
복숭아는 여전히 좋아하고 집에 오자마자 해시브라운을 찾아서 2개를 지금 튀기고 있는 중이다.

2016. 9. 3. 토 [부담]
결혼식 두 곳에 다녀왔다. 한 곳은 우리가 결혼 했던 장소였는데, 2년 반 만에 가보니 감회가 새롭다. 집에 들어오니 힘들었는지 하나랑 나랑 둘 다 침대에서 늦잠을 잤다. 끼룩이도 힘들었는지 딸국질을 했다.
끼룩이가 태어나는 것과 이것 저것 생각하면 나는 마음만 부담인데, 하나는 몸도 고생이고 마음도 부담이고 더 힘들 듯 하다. 하나님께 의지하고 맡기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말.

2016. 9. 4. 일 [선물1]
교회 동생(M)이 끼룩이 옷이랑 겉에 입히는 옷(...'ㅡ'a)을 선물해 주었다. 뜯어보니 편지도 써줬다. 고맙고 감동이다. 잊지 않으려고 편지는 냉장고에 붙여 놓았다.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끼룩이 덕분에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2016. 9. 5. 월 [선물2]
하나 병원 동기(E)가 끼룩이 옷이랑 조끼 선물해  주었다. 끼룩이 것이 점점 쌓여간다. 나보다 끼룩이 옷이 더 많은듯?
자기 전에 기도하고 끼룩이 낳을 때 진통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끼룩이가 강하게 쿡 움직였다. 끼룩이도 동의하나보다.

2016. 9. 6. 화 [손길]
이마트에서 돌아다니는데 끼룩이가 뭘 했는지 하나 배가 딱딱해졌다. 내가 만져주니까 1분도 안되서 다시 말랑말랑해졌다. 아빠의 손길을 즐기는 끼룩이, 보이지 않지만 너무 귀여워.

2016. 9. 7. 수 [털]
집에 와서 누워 끼룩이랑 얘기하면서 움직이라고 히니까 끼룩이가 움직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또 눈으로 보일만큼 끼룩이가 움직였다. 마치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 마냥 웨이브가 장난 아니었다. 지진 난 줄.
하나 배꼽 위쪽에 실핏줄이 터진 것 처럼 빨갛빨갛게 변했다. 그리고 배 전체적으로는 털이 많이 났다. 털이 왜 나지? 찾아보니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이 증가해서 그렇다고 한다. 또 배에 영향분이 몰려서 털이 더 잘 자란다고도 한다.

2016. 9. 10. 토 [공원]
저녁을 먹고 하나가 와플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산책 겸 밖으로 나갔다. 와플도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공원을 통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공원.
결혼하고 100일도 안됐을 때였나, 운동하자고 공원에 나갔는데 하나한테 빨리 뛰지 않는다고 내가 뭐라고 해서 불화를 일으켰던 공원. 배드민턴을 치자고 했는데 바람도 많이 불고 5번도 치기 힘들어 금방 포기했던 공원. 대학원 진학을 놓고 학비 걱정에 어찌해야 할까 앞길이 막막해 고민을 함께 하며 걱정만 커져갔던 공원. 또 연애할 때도 놀러와서 몇시간 씩 놀고 그랬는데, 지금 우리가 결혼해서 이 공원 옆에 살고 있을 줄이야... 곧 끼룩이도 나오고 이사도 가면 이제 이 공원을 언제 와 볼 수 있을까? 올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지금은 서로 많이 맞춰가고 잘 하며 살고 있어서 공원에서 불화는 없다.
며칠 전 부터 하나 왼쪽 엄지 발가락에 물집도 잡히고 아프다고 하는데, 추측에 배가 점점 더 나오면서 걷는 모양이 팔자걸음이 되면서 발가락에 엎던 마찰과 무리가 가는 듯 싶다. 그런데 걸음걸이를 바꿀 수는 없다고 한다. 남은 기간 어쩔 수 없이 고생하는 수밖에...ㅠㅠ
현관에서 혼자 구두를 닦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끼룩이가 어떤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 보다, 나와 하나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기도하는 게 먼저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고민해 봐야겠다.

2016. 9. 13. 화 [캔디바]
하나가 캔디바를 설명하면서(이름이 생각 안나서) 먹고 싶다고 해서 바로 슈퍼에 갔는데 딱 캔디바가 있었다. 10개에 3,900원이라서 아이스크림을 이것저것 골라서 10개를 샀다. 결혼하고 처음 사 보는 아이스크림 10개, 끼룩이가 하나 식성을 많이 바꿔놓긴 하나보다.
길 걷다가 배가 뭉쳤다고 하는데 요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간다. 하나도 대처 방법들이 생기고 익숙해 진 것 같다.

2016. 9. 14. 수 [기지개]
끼룩이가 안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배 한쪽이 튀어나오면서 봉긋 솟아날 때가 있다. 마치 안에서 기지개를 쭉 펴고 있는 것 처럼. 너무 신기하고 뭔가 귀엽기도 하고...^^

2016. 9. 15. 목 [아빠 목소리]
자기 전에 기도할 때, 하나 배에 손을 얹고 기도하면 끼룩이가 움직인다. 하나 말로는 아빠 목소리가 들려서 그런거라고 한다. 음... 어쩌면 끼룩이도 기도하려고 손을 모으는 것일 수도 있겠다.

2016. 9. 16. 금 [응급실]
새벽 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과 구토에 겨우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아침이 되어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응급실에 갔다. 피검사, 심전도검사, CT, X-ray까지, 누워있는 동안 내가 이렇게 아파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하나랑 끼룩이를 두고 가장인 내가 이렇게 아프면 우리 가족은 어떡하나 하는 생각... 건강하자. 건강해야만 한다.
끼룩이가 하나 골반을 밀어내는 것 같고 마치 뼈에 걸터 앉아 있는 것 같다은 느낌이라고 한다. 아마 나올 준비를 위해 힘껏 골반을 넓히고 있나보다.

2016. 9. 18. 토 [임신선]
요즘 매일 하나 배가 커진다고 쓰는 거 같은데 볼 때마다 새롭다. 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배 위쪽도 좀 올라왔다. 털은 예전보다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임신선은 더 진해졌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를 꺼내서 기념사진을 찰칵 찍었다.
요즘 끼룩이는 내가 쳐다보기만 하면 활발하던 움직임이 잦아진다. 벌써 아빠를 피하는건가...ㅠㅠ
하나 몸이 굉장히 찌뿌둥 하다고 한다. 허리를 항상 펴고 있어서 그런지 쭈욱 굽히고 싶다고 한다. 이제 똑바로 누워 있으면 숨도 찬다고 한다.

2016. 9. 22. 목 [꼬리뼈 마사지]
오늘은 하나가 꼬리뼈를 유난히 더 아파한다. 주물러주니까 너무 시원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리고 배가 너무 무거워져서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기도 점점 힘들어진다고 한다. 지금도 옆에서 장농 짚고 살금살금 화장실로 가고 있다. 끼룩이가 급격히 커지면서 하나 몸에도 무리가 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직 10주나 남았는데...

2016. 9. 23. 금 [골반 마사지]
하나 골반 뼈가 너무 아프다고, 벌어지는 것 같다고 해서 꼬리뼈랑 이런 곳을 꾸욱- 꾸욱- 눌러줬다. 너무 시원해 한다.
자기 전에 기도하려고 배에 손을 올렸는데 끼룩이가 진짜 오랜만에 두두둥 하고 내 손을 쳤다. 왕신기ㅋㅋ
올해 회사 인센티브를 받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는데 못 받게 되서 하나한테 말하니까 하나가 짜증을 냈는데 이 때 끼룩이도 엄청 움직였다고 한다. 인센티브 받으면 끼룩이꺼 이것저것 사주려고 했는데 못사게 되서 끼룩이가 삐진 것 같다.

2016. 9. 24. 토 [라면파티]
백화점 가서 하나 원피스를 한 개 샀다. 그리고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하나가 과자가 먹고싶다며 롤리폴리랑 오감자를 샀다. 바나나킥도 막고 싶다고 했는데 큰 거 밖에 없어서 안샀다. (나중에 따로 사줘야 하나?) 과일은 귤을 샀다. 복숭아에서 거봉포도로 넘어오더니 이제 귤인가? 그리고 라면 코너에 가서는 먹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나중에 끼룩이 낳고 오징어짬뽕, 김치라면, 너구리를 꼭 끓여달라고 했다. 정말 간절하게... 모유수유 끝나면 기념으로 라면파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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