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태아일기

[아빠가 쓰는 태아일기] 임신 31주부터 34주까지

inhovation 2016. 11. 15. 07:32

2016. 9. 25. 일 [토닥토닥]

끼룩이가 내가 안 볼 때는 엄청 움직이고 내가 보면 절대 안움직인다. 마치 날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이...ㅠㅠ

하나 배 이곳저곳을 만져보니 옆구리쪽으로도 살이 엄청 붙었다. 보들보들. 끼룩이가 안에서 어떻게 했는지, 배가 딱딱해 지면 하나가 들어가라고 토닥토닥 해 주는데, 나도 손으로 만져보면 진짜 뭔가 만져진다. 손인지, 발인지, 엉덩이인지, 머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배 속에 있는 걸 이렇게 만지는 것도 신기한데 실제로 내 품에 안고 만지면 얼마나 신기할까?

지난 1년 3개월동안 함께 했던 교회(S)에서 마지막이라고 선물을 주셨다. 배냇저고리랑 내복인데 완전 이쁘다. 장농에 넣어뒀는데 끼룩이 선물만 가득하다.


2016. 9. 26. 월 [출렁출렁]

끼룩이가 완전 많이 움직였다. 출렁출렁. 귤을 먹을 때 특히 많이. 오랜만에 겉으로 티나게 끼룩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귤을 좋아하나보다.

자기전에 기도할 때도 끼룩이가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는데 내가 손으로 만지작만지작 하니까 피해가듯 도망갔다.

하나가 똑바로 누으면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옆으로 누워서 잔다.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도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었다. 나도 숨이 잘 안쉬어지는 느낌은 왜일까?

임산부 베개를 점점 더 잘 활용하고 있다. 완전 편하다고... 침대에 4명이 누워있는 거 같아서 나는 떨어질 것 같다.


2016. 9. 27. 화 [꿈]

꿈을 꾸었다. 끼룩이가 배 밖으로 손가락 발가락 같은 것을 볼록하게 튀어나오게 해서 계속 움직이는 걸 내가 보고 만지며 신기해 하는 꿈. 어제 끼룩이의 현현(顯現)이 진짜 신기하긴 했나보다.

자기 전엔 다리 마사지를 쭉쭉 해줬다. 하나가 너무너무 시원해한다.


2016. 9. 28. 수 [갈비뼈 밀기]

침대에 누워서 배에 손을 올리고 있는데 끼룩이가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너무 딱딱한 게 움직여서 뭔지 만져보는데 너무 많이 딱딱해서 보니까 하나 갈비뼈였다. 헐, 끼룩이가 움직이면서 갈비뼈를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힘쎈 끼룩이.


2016. 9. 29. 목 [임신한게 대수다]

하나가 어제 임신한게 대수냐고 회사에서 듣고 온 게 계속 마음에 걸리나보다. 속상해 하는 하나를 보니 마음이... 짜증난다! Y, J 나쁜 사람!



2016. 10. 1. 토 [만삭촬영]

아침부터 만삭촬영 하러 사진관에 갔다. 스튜디오 촬영은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지만 또 이런 촬영은 오랜만에 해 보는 것이라 금방 감을 익히고 잘 했다. 사진 계약은 안했지만 그냥 하나랑 나랑, 그리고 끼룩이랑 재미있는 추억 하나 남긴 듯 하다.

백화점에서 끼룩이 이불이랑 겉싸개 이런걸 봤는데 가격이 상상 초월이다. 어른 이불 세트의 몇 배야 이게... 휴...


2016. 10. 2. 일 [시온]

며칠 전부터 하나 몸 이곳 저곳이 피가 나고 딱지가 생겼다. 긁어서 생긴 것 같은데, 예전에는 긁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나가 세게 긁는 건지, 아니면 살이 약해진 건지 모르겠다.

하나가 잠들기 전에 끼룩이가 댄스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끼룩일지를 블로그에 올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데 갑자기 '시온'이란 단어가 생각나면서 지금 '시온의 빛나는 영광의 아침'을 듣고 있다.


2016. 10. 3. 월 [와플]

하나 출근 준비 하는 모습을 보다가 이 닦는 모습을 봤는데 배가 너무 커져서 허리를 약간 구부린 모습도 너무 힘들어보였다.

집에 와서는 와플이 먹고싶다고 해서 산책을 하고 돌아왔는데 집 계단을 한개씩 올라오는 모습도 유난히 힘들어 보였다. 나는 손을 내밀어 잡아주...진 않고 무심히 먼저 올라왔지...ㅎㅎ 문을 열고 기다렸다.

내일이면 이제 끼룩이를 보러간다는 설레임이 가득한 하루였다.


2016. 10. 4. 화 [부끄러움]

끼룩이 초음파를 봤는데 머리만 아주 약간 크고 나머지는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고 한다. 입체초음파는 못찍었는데 끼룩이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ㅠ 첫 사진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벌써부터 부끄러움이 많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나 레깅스도 사고 이불도 한 번 보려고 꼬마야에 다시 갔다. 레깅스는 편한거로 두 개 샀고, 이불을 보는데 백화점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저렴하다. 그치, 이게 정상 가격이지. 대강 가격조사를 하고 나왔다. 토요일에 어머니를 모셔오면 된다. 저렴하게 이것저것 많아서 이불 말고도 다른 것들도 사달라고 해야겠다.



2016. 10. 5. 수 [셀프 화보촬영]

하나 퇴근하고 12시 반에 느닷없이 화보촬영을 했다. 처음엔 텐트 친 마지막 우리집 모습을 필카로 찍었는데 하나 씻으러 가는 길에 끼룩이를 보는데 하나 배꼽이 너무 신기해서 배꼽만 접사로 찍다가 배 나온 모습도 남기자고 하다가 전신촬영으로... 배가 지금도 많이 나왔는데 태어날 때 지금의 두배 정도(어제가 1.9kg)가 되어야 한다니, 배가 터질 것 같은데...

요즘은 사과를 찾는다. 이럴 줄 알고 퇴근 길에 사과를 깎아갔다.

천도복숭아-복숭아-귤-거봉포도-사과

과일 변천사. (요즘 오렌지도 좀 먹고싶어 하던데...)

아, 오늘 끼룩이는 하나 엄청 바빴는데 막 움직였다고 한다.


2016. 10. 6. 목 [이름 고민]

주변 사람들이 이제 끼룩이 이름을 지었냐고 관심을 갖고 물어봐준다. 그런데 관심이 고맙긴 한데 조금 신경쓰이는 것도 있다. 나는 사주나 성명학 같은 걸 잘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는데 이런 걸 고려해서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진짜 그래야 하나?'하며 흔들리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얘기를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게 싫다. 끼룩이...를 어떻게 키울지 모르겠고 또 어떤 사람으로 자라게 될 지 모르겠지만, 끼룩이의 인생을 이끄시고 함께하시는 분은 분명한데 이름으로 인해 이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사주나 성명학...을 고려하고 믿는 것이 또 하나의 우상숭배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우리(나와 아내)의 바람을 담아 끼룩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고, 하나님께 이 아이의 모든 것을 인도해주시길 기도하는 것 뿐 아닐까?


2016. 10. 7. 금 [긁적긁적]

하나가 퇴근하고 배가 가렵다고 긁었는데 피가 났다. 너무 가렵다고... 배가 계속 늘어나면서 많이 가렵나보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배가 딴딴해졌다. 지난 번에 병원에서 물어봤는데 배가 딴딴해지는 거는 자궁 근육이 수축해서 그런다고 한다. 앞으로 이 뭉침 간격이 짧아지면 진짜 진통이 오는거라고. 몸이 출산 연습을 하나보다.


2016. 10. 8. 토 [끼룩이 선물 대잔치]

부모님과 함께 꼬마야에 가서 끼룩이 용품들을 한가득 샀다. 이불, 겉싸개, 속싸개, 배넷저고리, 모자, 체온계, 면봉까지. 백화점의 거품(!)이 없어서 진짜 백화점에서 이불 한개 사는 값보다 싼 가격에 마련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백화점으로 갔으면 큰일날 뻔...

저녁엔 동생과 동생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배넷저고리를 선물 받았다. 근데 이건 새로운 스타일로 우주복 처럼 생긴 것. 밥을 먹고 집에 가는 길엔 끼룩이가 엄청 움직였다고 한다. 계속 숙이고 있어서 좁았는데 허리를 피니까 넓어져서 그런가.


2016. 10. 9. 일 [중고나라 아기침대]

교회를 가는 길에 바나나킥을 사서 먹으면서 갔다. 진작 사줬어야 했는데... 근데 또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또 먹고 싶다고 하다니...ㅎㅎ

집에 오는 길에는 교회 누나(S)네 가서 카시트랑 옷, 신발 등등을 받아왔다. 항상 너무 주시기만 하면서 좋은 거 못줘서 미안하다고 한다. (엄청 좋은데...ㅋ)

그리고 나서는 중고나라에서 알아본 아기 침대를 사러 갔다. 딸 둘 있는 집인데 이제 조금 커서 안쓰는 것들을 침대와 함께 엄청 챙겨주었다. 차에 겨우겨우 가득 싣고 왔다. 침대는 이사 간 뒤에 가져가려고 본가에 가서 동생이랑 대강 조립만 해보고 보관해 두었다.

어제 추웠는지 아침부터 코감기가 걸린게 몸살까지 번져 골골대다 잤다. 아프면 안되는데ㅠ


2016. 10. 10. 월 [새벽 놀이]

새벽에 깨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자려고 누운 다음에 하나 배에 손을 올렸는데 끼룩이가 막 움직여서 같이 놀았다. 새벽에 나도 자꾸 이렇게 깨는 게 앞으로 끼룩이가 밤중에 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뭔가 몸의 본능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나 산후조리원 나오고 나서 거취 문제 때문에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내가 토라져 있어서 하나가 진땀을 뺐다. 그냥, 나는 매일매일 하나랑 끼룩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데 몸조리 때문에 처가에 가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한다. ... 떨어져 있을 생각 하니까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거 같은 기분이다.

자기 전에 하나가 기도하는데 끼룩이가 무슨 안마기 안에서 움직이는 볼 같이 쑥쑥 움직였다. 대고 있던 내 손을 밀어서 팔꿈치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힘 쎈 끼룩이. 엄마 목소리가 들리니까 기분이 좋나보다.


2016. 10. 11. 화. [산후조리원, 그 후?]

어제부터 하나가 알아보던 이사갈 집 근처의 산후조리원에 다행히 빈 자리가 있다고 해서 토요일에 가 보기로 했다. 끼룩이까지 지금 병원 말고 집 근처에서 낳고 근처 산후조리원으로 가는 게 하나도 마음이 편하다고... 그러나 그 후엔 잠시 헤어짐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왜 그러질 못하니...ㅠㅠㅠ


2016. 10. 12. 수 [쥐]

아침에 하나 혼자 자는데 쥐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혼자 풀었다고 한다. 내가 요즘 마사지를 못해줘서...ㅠㅠㅠ

퇴근하고 하나 배를 보는데 끼룩이가 엄청 움직이고 머리 같은 곳 아니면 발바닥 같은 곳도 겉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느껴졌다. 하나 배를 보고 있는데 더 커졌다. 옆으로도 많이 팽창하는 것 같다. 끼룩이를 만지면서 확인 해 보니 양수가 차지하는 공간도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2016. 10. 13. 목 [아내가 1순위]

동생이 예전에 선물해 준 결혼 이야기 책을 읽는데 내가 점점 하나보다 끼룩이 생각을 더 많이 한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결혼생활을 잘 하려면 결국 하나랑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끼룩이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인데, 나는 또는 둘 다 끼룩이만 바라보며 살아가면 부부 사이에 대화도 줄고 힘들어지지 않을까... 끼룩이도 잘 돌봐야 하겠지만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항상 1순위인 것을 잊지 말자.


2016. 10. 15. 토 [침대 주인을 찾습니다]

지난 주에 사 온 끼룩이 침대를 한 번 조립해 보았다. 끼룩이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이랑 넷이 매달리니까 금방 했다. 끼룩이 삼촌이 나무조각 일부분을 부러뜨리긴 했지만 사용에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다 완성되고 나니 뭔가 마음이 이상... 침대 주인이 오려면 아직 40일 정도 더 있어야 한다. 휴...ㅎㅎ

산후조리원을 이사갈 집 근처로 옮겼다. 조-금 더 비싸지만 집 가까운 곳이 더 나은 것 같고, 그리고 비싼 만큼 조금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끼룩이 낳고 하나도 여기서 지내고 나도 여기서 출퇴근 할 생각이다. 하나 옆에 딱 붙어 있어야지.

긴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하나 다리를 마사지 해 줬는데 너무 시원해 하다가 하나가 잠이 들었다. 다리가 차가운 것은 혈액순환이 잘 안 되서 그러는 거 같은데, 내 마사지가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2016. 10. 16. 일 [조삼모사]

하나에게 끼룩이가 얼른 나왔으면 좋겠는지(태어나면 힘들겠지만 몸이 가벼운 것), 아니면 지금이 나은지(차라리 안태어나고 지금 둘이 하는 생활) 물어보니까 시간이 얼른 가서 끼룩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ㅎㅎㅎ) 어짜피 나올 거, 하나 몸이라도 좀 편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움직임 하나하나 다 힘들어 하니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집에 오는 길에 김창렬의 올드스쿨에서 부대찌개 이야기 하는 걸 들었는데, 하나(=끼룩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마트에 들려 재료를 사와 집에서 최초로 해 먹었는데 완전 맛있었다.


2016. 10. 17. 월 [감기]

하나가 감기가 걸렸다. 목감기와 코감기. 지난 주 내내 내가 목감기와 코감기로 고생했는데, 토요일 즈음 떨어진 다 싶었던 게 하나한테 다 옮겨갔나보다. 몸살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침하고 훌쩍거리는 걸 보면 참... 약도 못 먹고... 엄마가 아픈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전에 배에 손을 올리고 있는데 끼룩이는 신나게 움직인다. 이제 진짜 40일 정도 남았다.


2016. 10. 18. 화 [비명]

하나가 퇴근하면서 집에 다 왔는데 갑자기 비명을 질러서 깜짝 놀랐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끼룩이가 오른쪽 골반뼈를 시리도록 눌러서 너무 아팠다고 한다. 일 할 때도 끼룩이가 진짜 엄청 많이 움직였다고 했는데... 이제 나올 때가 가까워지니까 답답한가?


2016. 10. 19. 수 [답답함]

하나 배가 너무 커져서 이제 똑비로 누우면 숨 쉬기가 답답해서 베개를 높이 해야 한다고 한다. 다음 달 정도에 배가 밑으로 내려가기 전 까지는 지금처럼 배가 위로 올라와서 가슴을 많이 누른다고...

자기 전에 배에 손을 올리고 있는데 끼룩이가 발로도 차고 헤딩도 하고 그랬다. 이제 끼룩이 움직이는 건 거의 일상이 다 된 듯. 그런데 내가 만질 때랑 하나가 혼자 느낄 때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신나게 움직이는 것인지...


2016. 10. 21. 금 [마사지]

하나랑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자려는데 하나 다리를 내가 발로 눌러주니까 시원한지 아무 말도 안했다. 그래서 일어나서 하나 다리를 두 손으로 열심히 마사지를 해줬다. 제일 시원한 곳은 허벅지 아래쪽이라고 한다. 하나가 누워 있어서 마사지 하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마사지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제 이런 날도 한 달 정도 남...은게 아니구나. 끼룩이 낳고도 마사지는 해 줄 루 있는 거구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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