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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디자인과를 졸업한 팔년 차 편집디자이너의 말이라
2
디자이너의 삶
○내가 디자이너로서 사는 이유는 이것이니 돈을 좇아 하는 것이 아니요 오직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
2 처음에는 약간 자아실현이 될 줄 알고 시작하게 되었으나 이런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일의 강도가 녹록하지 않으니
3 디자이너의 삶이란 갑 곧 클라이언트가 수정 시안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요청할지 몰라 저녁 약속이 취소될지도 모르는 삶이요 때로는 집에 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삶이라
4 이직을 하려 해도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니
5 분야는 여러 가지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디자이너라는 이름은 같으나
6 어떤 사람에게는 광고를, 어떤 사람은 책을, 어떤 사람은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는 모바일을, 어떤 사람에게는 패브릭 디자인을 하니
7 이 모든 세부 업무가 달라서 경력 인정이 안 되기도 하고 서로 견제하기도 하지만
8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다고 도움이 안 되는 일은 없으니 점차 본인의 직장 선택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배우며 정리되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
디자이너의 고충
9 ○갑의 요청하는 내용은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으니
10 이르되 모던함과 동시에 화려하고, 깔끔하고 엘레강스한 느낌이며, 라이트하되 가볍지 않은 색깔을 원하노라 하니
11 이에 내가 밤이 새도록 고민하여 수정하였으나 이차수정과 삼차수정을 하게 됨이요 그제야 갑이 이르되 그냥 처음 것이 나은 것 같다 하니라
12 또 그들이 금요일 퇴근시간에 문자를 보내어 혹시 퇴근하였느뇨 하여 내가 답장으로 곧 퇴근할 것이요 하니 그들이 급히 전화하여 이르되 수정사항을 방금 메일로 보내었으니 월요일 오전 회의에 보고할 수 있게 하라 하니라
13 내가 어두운 사무실 책상에 돌아와 거기서 울며 이를 갈며 컴퓨터를 켜고 수정작업을 진행하니
14 갑이 해달라는 대로 하고 나면 남는 것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물이요 이는 포트폴리오에 넣기도 부끄러운 줄 내가 앎이라
15 때로는 디자이너에게 폰트 종류와 크기, 색깔까지 정하여 수정하라고 요청하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생각이 들며 속으로 이르되 이럴 거면 그냥 네가 디자인 하는 것이 어떻겠느뇨 함이라
16 또 실컷 다 수정해 놓으면 그때가 돼서야 추가 자료를 주며 반영해달라는 요청도 있으니 아니 그럼 처음부터 주던가, 아니면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말이라도 하던가 했으면 하지만 나는 이내 묵묵히 수정을 하고 있을 뿐이라
17 ○가끔은 클라이언트가 이르되 결과물이 너무 좋아 수정할 것이 없다 하니 이는 단번에 통과됨이요 이런 자에게는 내가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며
18 더욱 좋은 자는 처음부터 이르되 디자이너님이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자니 이런 자는 내가 껴안아 주고 싶기도 하더라
19 (그러나 가끔 결과물을 보고 엄청난 수정을 요구하는 자도 있더라)
선배로서의 팁과 조언
20 ○아직 이곳에 발을 내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먼저 단축키의 신이 되라 그리하면
21 홀연히 키보드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작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22 오랜 작업으로 인해 항상 자세를 바르게 하며 체력을 기를 것이니 더불어 손목과 어깨 통증을 완화시켜 줄 타블렛 마우스는 디자이너들의 필수 아이템이라
23 ○디자이너라고 해서 보이는 것만 신경쓰지 말라
24 오타는 초보 디자이너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곳들의 실수니
25 클라이언트들이 이로써 수정을 요청하느니라
26 기본적인 국문 맞춤법과 영문 알파벳을 신경 써야 할 것이니 작업을 할 때 원고를 앞에 두고
27 항상 정독하라
28 쉬지 말고 생각하라
29 범사에 기획자의 마음을 가지라 이것이 디자인을 할 때에 너희를 향하신 클라이언트님의 뜻이니라
30 ○클라이언트가 이것은 왜 이렇게 디자인 하였는지 물을 때에 그냥이라 하거나 단순히 이쁘지 않느뇨 하지 말 것이니
31 논리 있는 디자인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일미리 이미리의 차이에도 예리하여 영점일과 영점이오의 차이를 감지하기까지 하며 또 그 색감의 변화를 판단하나니
32 그러므로 클라이언트가 우리의 디자인을 인정하며 최종 컨펌을 해 줄 것이라
3
디자이너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내가 그동안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깨달은 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위대하심이요
2 계절이 변할 때 자연에서 느끼는 아름다운 형태를 보고 있노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고 따라 하기도 힘든 그분의 위대하심을 찬양할 수밖에 없노라
3 우리들은 고작 천 가지 만 가지 컬러칩에서 고민하지만 하나님의 컬러들은 그 이상이니 그분을 경외하지 아니할 수 없도다(컬러칩은 번역하면 색을 나타낸 표라)
4 연차가 쌓이며 능숙해지는 장점은 있으나 젊은이들의 새로운 시선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따라가기에는 힘겨움을 느끼며
5 나의 아이디어가 소멸되어가는 것 같은 두려움 가운데서 내가 눈을 들어 하나님의 창조물을 바라보며
6 디자이너로서 나의 감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노라
7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모든 전문직들에게 함께 있을지어다
꼭지명 : 신청년행전
제목 : 전문직삼서
2017년 7월 @QT Zine(Young2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