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신청년행전

비정규직기

inhovation 2018. 12. 29. 00:00

1

청년이 직업을 잃다

○한국 땅에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팀장이 좋아하는 자더라

2 그의 스펙은 학점이 사점대요 토익이 구백대요 자격증도 많음이요 인턴도 했음이요 석사학위도 있었으니 이 사람은 한국 청년 중에서 꽤 훌륭한 자라

3 그가 출근부터 퇴근까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그의 동료들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성실히 일 하더라

4 하루의 일을 끝낼 즈음에는 업무수첩을 돌아보며 혹시 빠뜨린 일은 없는지 점검하고 내일 할 일을 정리함이라 그의 행위가 항상 이러하였더라

5 ○하루는 팀장이 그의 앞에 온지라

6 팀장이 청년에게 이르되 너의 계약만료가 다가오니 그동안 노고가 많았노라 십일 개월 계약을 하였으나 네가 원한다면 일 개월 후에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다 하니

7 내가 대답하여 이르되 팀장님이여 내가 일 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노니 나를 써주소서

8 팀장이 다시 이르되 십일 개월 계약은 인사실의 방침이니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노라

9 ○그가 일 개월 후에 다시 십일 개월을 일하고 계약이 만료되니 회사는 더 이상 계약을 하지 않음이라

10 팀장도, 청년도 꺼내지 않았지만 이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불합리한 계약 기간이요 어떻게든 이년 이상 채용하여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방침이었음을 모두가 앎이라

 

2

친구들이 청년을 위로하러 오다

○그 때에 그의 친구 세 사람이 이 모든 불합리함을 그가 겪었다 함을 듣고 이르렀으니 모두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비슷한 일을 당하는 자들이라 그들이 청년을 위로하려 하여 서로 약속하고 오더니

2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각자의 억울한 일을 이야기하며 신세를 한탄하더라

3 ○첫 번째 친구가 이르되 내가 지금 겨우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으니

3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규직만 노려야 할지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업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힘들었음이라

4 더 이상 부모님께 신세질 수 없어 결국 비정규직도 알아보며 원서를 넣었지만 이것 역시 합격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으나

5 어렵게 취직하여 출근을 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계약직이라는 꼬리표는 회사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신경 쓰이니

6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들은 모두 정규직일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니라

7 ○두 번째 친구가 이르되 내가 계약직으로 오년 째 일하니 이제 그런 꼬리표에선 자유하게 됨이라 내가 굳이 계약직이라 하지 않으면 티도 나지 않음이라

8 그러나 회사 안에 있는 시간에 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은 이것이니 몇 년째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계약직의 삶이라

9 비슷한 경력의 정규직 직원은 승진을 하지만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만 하고 있으니 경력은 늘어가되 성취감은 점차 줄어가니라

11 ○세 번째 친구가 이르되 이 모든 어려움도 힘들지만 월급 차이에서 오는 막막함도 때론 견디기 힘드니

12 연차도 쌓이고 승진도 하는 정규직들의 오르는 월급을 매년 물가상승률 정도만 오르는 나의 월급이 따라잡기에는 심히 부족함이라

13 누군가는 이직을 하며 연봉협상도 한다고 하지만 나는 계약이 끝나고 다른 회사 계약직으로 입사할 때 더 낮은 월급을 받기도 했음이라

14 때로는 기관의 성과를 위해 정규직과 함께 일하고 좋은 성과를 냈지만 성과급을 받은 것은 정규직뿐이었으니

15 내가 이러려고 경평보고서를 만들며 야근을 했나 자괴감이 듦이라

16 그들의 성과급 잔치에 나는 초대받지 못한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더라

 

청년의 대답

17 ○청년이 대답하여 이르되 우리의 사정이 모두 딱하도다

18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비정규직의 설움을 나도 겪어보니 참으로 답답하도다 언젠가부터 이런 현실이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되어버린 이 나라의 정책 또한 원망스럽도다

19 공부를 다시 해야 할까 취업을 다시 해야 할까 나는 이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겠노라

20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일을 배운 것과 직장생활의 경험을 가진 것과 함께 했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진 것이니

21 나는 주께서 이런 것들까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줄을 기도할 뿐이라

 

3

주 안에서 모두 하나

○청년이 실업급여를 받고 몇 번의 계약직과 또 다시 실업급여를 받고 무기계약직으로 취직함이라

2 고용의 불안이 해소되고 정규직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 무기직이 되었을 때에 청년의 마음은 기뻤으나

3 근무를 계속할수록 여전히 은연중에 나타나는 정규직과 무기직 간의 갈등과 차별이 청년의 마음을 괴롭게 함이라

4 ○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편 가르기를 하려 함이 아니요 그들을 화합하려 함이로라

5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팽배해버린 비정규직 제도를 당장 없애기는 힘들겠으나 이들을 향한 차별은 당장 사라져야 할지니

6 누구든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7 ○ 너희가 다 같은 목적을 위하여 회사 안에서 직원이 되었으니

8 누구든지 같은 회사 안에서 일하기 위하여 계약서를 쓴 자는 동료로 옷 입었느니라

9 너희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팀장이나 팀원이나 인턴이나 부장이나 다 회사 안에서 하나이니라

10 ○ 나는 주께서 네 부서에 함께 계시며 네가 어떠한 차별도 쫓아내는 자가 되길 바라노니 은혜가 너희와 함께 있을지어다

 

 

꼭지명 : 신청년행전

제목 : 비정규직기

 

2017년 9월 @QT Zine(Young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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