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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인턴이 되다
○이십대를 가리켜 팔십 팔 만원 세대라고 하는 때에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워짐이라 한 청년이 집에서 두 시간 떨어진 지역에 가서 취업하였는데
2 그 청년의 직급은 인턴이요 급여는 최저시급만 받음이요 고용 형태는 계약직이요 계약 후 정규직 전환은 아님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계약서를 쓰고 근무를 시작하니
3 청년의 부모님은 이 어려운 시기에 청년이 인턴씩이나 되는 자리에 취업한 것을 매우 뿌듯해 하시고
4 청년의 어머니가 물어 이르되 인턴이 끝나면 정규직이 될 수도 있으니 열심히 일 해 보라하고 청년에게 희망을 넣어주매
5 청년이 이르되 아니니이다 여태껏 이곳에서 인턴에서 정규직 된 자가 없었고 그런 자리도 아니라 하니 희망을 가지면 안 될 것 같음이니이다
6 그러나 청년의 마음속에는 혹시나 내가 정규직 전환 일호가 되거나 정말 일을 잘하면 특채라도 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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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인턴생활 시작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인턴생활이었으나 회사에서 나에게 요구한 것은 심히 작았으니
2 강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보이기 위해 사무실에서 일등으로 출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요 제 구시가 되기 전에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복사기에 종이를 채우고 가습기를 청소하고 회의 테이블을 정돈하였더라
3 근무가 시작되면 대부분 그때그때 주어지는 일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인턴의 주 업무였으니 대부분은 문서 복사와 수발이요 때로는 가위질과 풀칠도 함이라
4 회의가 있을 때에는 사내방송부터 회의실 준비를 도맡아 했으니 슈퍼에서 물과 과자를 사오고 회의실에 가지런히 차려놓고 복사한 회의 자료와 필기구를 올려놓고 마이크 시험까지 끝나면 회의 준비를 마침이라
5 그러나 인턴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였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회의실을 깨끗하게 치우는 일을 해야 할 뿐이었더라
6 이렇게 한 달을 지내고 나에게 들어온 월급은 일당 사 만원으로 주휴수당 포함 세후 백 만원을 갓 넘겼으니 첫 월급 기념으로 이것저것 구매하고 남는 것은 딱히 없었더라
7 한 달 동안 일을 하며 기대했던 일은 아니어서 내가 이러려고 대학교를 졸업했나 이런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월급을 받고 나니 마법 같이 그래도 다시 출근할 의욕이 생기니라
일하면서 공부하기는 힘이 들더라
8 ○인턴 계약도 중반부에 접어드니 청년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떠오르며 불안감이 엄습해 옴이라
9 정규직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인턴이 끝나면 나는 무엇을 하리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할까 그러지 못하여 다시금 취준생이 되면 어떡해야 할까 고민이 되던 그 때에
10 회사 선배가 나를 불러 이르되 공부에는 끝이 없으니 책도 많이 읽고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라 지금 너에게는 시간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내가 볼 때 너는 시간이 많도다
11 이에 내가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어야겠다 다짐하고 지옥철의 인파 속에서 책을 폈으나 앉지 못하면 독서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웠느니라
12 내가 다시 결심하여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하며 핸드폰으로 인터넷강의를 보려 하였지만 앉아서 작은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잠이 쏟아져 핸드폰만 놓칠 뿐이라
13 그러므로 출퇴근 시간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포기하고 일을 마치고 나서 공부를 해 보려 하였지만 이것 역시 어려웠으니
14 회사에서 집에 들어오면 일단 누워야 내 육신의 그윽히 깊은 데서 참된 평안이 찾아오고 이후엔 심히 피곤하여 책상에 앉기는커녕 씻으러 일어나는 것이 몹시 어려운 일인 것을 너희도 알리라
15 또한 그래도 나는 지금 우선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니뇨 공부는 무슨 공부라는 배부른 생각에 공부 할 동기도 잘 생기지 않으며 핸드폰만 하다 잠들기가 일상이라
16 그런즉 독서, 공부, 잠,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잠이라
17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어느덧 계약기간 만료가 찾아오며 청년이 인턴을 수료하게 되었고 남은 것은 수료증 한 장 뿐이니 그동안 받았던 월급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일 년을 채우지 못하는 계약에 퇴직금도 받지 못함이라
18 인턴을 마치기 전에는 회사에서 다른 부서에 직원이 필요한데 생각이 있느뇨 다만 그 자리도 계약직이라 네가 인턴을 하였으니 채용에 큰 무리는 없다 하였으나 나는 1)아니라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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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을 마친 청년의 깨달음
○내가 시간이 지나 그 때의 경험을 돌아보니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 충성된다는 말씀이라
2 박봉에 대단하지도 않은 일을 했었지만 그래도 배울 게 많았거늘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던 작은 일들이 부서와 회사가 돌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음이라
3 누군가는 해야 하는 기초적인 업무를 인턴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요 인턴을 마치고 다시 취업시장에 나와 보니 그 때의 경험을 크게 쳐 주는 이들이 많이 있더라(그러나 쉽지는 않더라)
4 하지만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니 청년 인턴을 회사에서는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올바른 대우를 해 주지 않는 상황이 아직도 만연해 있도다
5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6 청년들에게 열정이 없다, 노력이 부족하다 하지 말라 지금은 열정을 갖고 노력해도 비정규직조차 되기 힘든 시기라
7 청년들에게 말뿐인 위로와 조언을 하기 보다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만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하라 그들이 학자금 갚기에도 빠듯함이니라
1) 어떤 사본에, 대학원으로 떠나겠노라
꼭지명 : 신청년행전
제목 : 인턴행전
2017년 4월 @QT Zine(Young2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