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83
가정, 내어드림
이용규 지음
규장 펴냄
하, 이게 얼마만의 독서인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이 3명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꾸준했던 책읽기는 멈춰버린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반)강제 첫 아이의 세례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아빠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읽게 된 오랜만의 독서. 여유롭게,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어도 오랜만에 온전히 책읽기에 시간을 쏟고, 육아일기가 아닌 다른 글을 쓴다는 것이 뭔가 그동안 막혔던 부분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 좋긴 하다.
우선 이 책은 '내려놓음'과 '더 내려놓음'으로 유명한 이용규 선교사님의 책이다. 책의 서두에 본인이 쓰신 책의 내용도 너무 오래 되어 기억이 안난다는 게 공감이 됐다. 나도 두 책을 읽었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버드 졸업하고 몽골로 선교사 갔다는 게 '내려놓음'이라는 것 정도만. (사실 이것도 이 책, '가정, 내어드림'을 읽으면서 다시금 기억해 낸 것이다) 여튼, 앞부분은 몽골 이후 인도네시아로 가서 사역을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가정 관련도 아니네, 분량 뽑으시려고 그랬나' 하는 생각에 큰 재미는 없었다. 뭐, 근데 읽다보니까 결국 선교사님 부부가 겪었던 가정의 문제(양육 관련 등)들이 몽골에서 인니로 옮겨오고 이런 것들이 관련이 있어서 배경지식(?)을 넓히는 차원에서 있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일단, 괜찮은 점들을 써보자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랜만의 독서가 마음에 평안(?)을 주며 제목에 쓴 것 처럼 '나는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사실 (핑계일 수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매일 아침 큐티를 하고 가까운 지인들과 카톡으로 서로 공유하며 나눔도 했었다. 물론 책도 많이 읽고 블로그에 정리도 했었고. 그런데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세상으로 나온 아이와 마주하면서는 이런 것들이 모두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갓난 아기일 때는 우는아이, 지금은 놀자고 덤비는 아이를 마주하느라 여유롭게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이런 생각보단 머리를 식히는 일(유튜브...ㅋ)을 하거나 정말 일찍(8시 반? 어쩔땐 내가 1등으로) 잠들기 일쑤였다.
세례교육을 하면서 아빠들만 모였는데, 목사님께서 매일 기도하시는 분, 매일 말씀 읽는 분, 매일 가정예배 드리는 분을 물어봤었는데 기도에서는 몇 명 손을 들었다가 말씀과 가정예배에서는 전멸이었다. ㅎㅎㅎ 참, 핑계일 수 있지만 그동안 너무 이런 생각을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매일매일 육아와 집안일을 해야 하는 우리 부부에게... 왜 얘는 엄마가 봐주면서 아빠가 요리하고 있으면 주방으로 오려고 떼를 쓰고, 아빠가 봐주면서 엄마가 밥을 먹고 있으면 엄마한테 안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 여튼; 책에서도 나온 이야기고 (딸 셋을 키우신) 장모님도 아내한테 하셨던 이야긴데, 우리가 애가 한 명이라서 너무 얽매이는 것은 아니냐고, 둘, 셋 되면 알아서 크게 냅두게 된다고... 책에서는 '각자 아이들의 다른 성격을 받아들이고 하나님께 맡기게 된다'는 고급진 표현을 사용했다.
아- 근데 아직 잘 모르겠다. 둘, 셋이 안 되봐서...ㅎㅎ 신혼 때(얼마 전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는데, 5년까지는 신혼이라 하더라=아직 신혼), 나의 꿈(?)은 둘둘, 총 넷을 낳는 거였는데, 아직 접은 것은 아니지만(ㅋ) 이렇게 낳는다고 꼭 좋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오늘 일하다 우연히 인구 통계를 봤는데, 74억이 넘었다. 2016년에. 난 아직도 60억 인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인구를 완만히 감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들도 보면서 나도 그냥 한 명으로 족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런 면에서는 성경에서 말하는(책에서도 나오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 생육과 번성이 '많이 낳으라'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책에서도 나왔던, 자녀를 낳았을 때 (그전에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되고, 또 그 사랑을 잘 알게 된다는 것은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자녀를 낳는 것은 부부에게 최소 한 명 정도는 약간 'need to'를 넘어 'should'정도 아닐까. (그러나 책에서 인구성장과 부흥을 엮어서 설명하는 부분은 너무 근거 없는 것 같아서 별로이긴 했다. 인과관계도 없고, 이런 사건들을 몇 개 찾아낸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는 우연일 수도 있고...)
좋았던 점은 그냥 이정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아, 그리고 이 선교사님 부부는 넷을 키운, 어쩌면 선배의 입장에서 사모님과 함께 썼던 경험들은 아내와 함께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몇몇 언급된 이 선교사님의 성격과 경험, 성격이 급해 아내를 다그치며 주도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나랑 비슷한 것 같아서(그런데 알고보니 모든 남편이 다 이렇고...ㅋㅋ) 공감도 되었다. 우리도 어디 나가려고 하면 나는 준비 다 하고 아들을 안고 있는데, 아내는 아직 옷도 다 못 입었다든지 하는...ㅎㅎ 사모님의 입장에서 쓴 파트는 아내에게 충분히 위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육아로 지쳤었던 그런 이야기들...
BUT, 뒤로 갈수록 좀 별로라서 휘리릭 읽었는데, 단적인 예로 자녀 교육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 예로 자녀를 한국 대학에 보낼 만큼은 되지만 미국 대학에 보낼 정도의 경제력이 없는 경우, 대부분 한국 대학에 맞춰서 아이를 준비시킨다. 반면에 선교사들은 어짜피 재정적인 능력이 안 되기에 모험하는 셈 치고 미국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다 보면 장학 혜택이 많은 미국 명문대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선교사 자녀로서 어려운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복]이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자녀 교육의 최고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자녀가 좋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부모의 최고의 보상으로 여겨져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그분을 신뢰하며 따르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시고 자녀를 통해서 [갚아주심]을 교육의 현장에서 자주 목격한다.
p. 176 ([복]과 [갚아주심]은 내가 강조함)
일단 더 쓰면, 이게 3부, '미래, 내어드림' 파트였는데, 자녀 교육 이야기가 주로 나오면서 주로 대학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 하버드, 예일, 미국의 주립대, "다양한 기회"라는 소챕터에서는 독일, 유럽의 국립대, 기타 북유럽이나 동유럽, 동남아권까지 대부분 유학의 길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마지막에 해외로 눈을 돌리면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나는 이게 좀, 좀 그랬다. 일단 내가 유학을 가지 못해(?)...ㅋ라기보다, 약간 해외대학(그것도 명문대 위주) vs 국내 대학으로 나뉘는 느낌이었다.
뭐, 내가 뒤에서는 휘리릭 읽어서 오해를 풀 만한 부분을 못 읽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앞에서 인용한 '미국 명문대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경우'=[복], '자녀가 좋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갚아주심]으로 해석되는 건, 내가 너무 좀스러운건가? 만약 내가 아이를 키웠는데 하나님 진짜 짱 잘 믿고, 믿음도 핵 좋은 그런 사람으로 자랐는데, (좀 민감하긴 하지만, 앞에서 어짜피 대학의 서열구조 비스무레 이야기가 흘러나가니까) 비수도권의 작은 대학에 갔다 치자. 그럼 복을 받지 못하고 하나님이 여전히 당하게 냅두시는 것인가? 라는...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용규 선교사님을 만나보거나 말씀을 들어보거나 한 게 전혀 없지만, 책을 통해 저렇게 서술되는 늬앙스는, 참 그냥 별로인 것 같다.
나도 최근까지 유학을 고민하다가, 해외로 생활 거처를 옮겨야 하는 문제, 교육의 문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도무지 답이 안나와서 내가 졸업한 국내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지원하고 내년부터 공부할 예정인데, 책에서 너무 일반화해서 해외에는 대학 보낼 돈이 없고 국내 대학에 갈 정도의 재정인 사람, 이런 식으로 해버리니까 좀 그렇다. (내가 유학을 포기한 것에 대해 믿음이 없구만, 이라고 한다면...ㅋㅋ 노답이다. 할말이 없다) 그 사람들도 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텐데. 해외가서 사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살면서 또 나름의 삶, 나도 좀 고급진 표현좀 쓰자면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삶'이 있을텐데 말이다. 여튼.
음... 너무 깠는데ㅋ 여튼, 뒷부분에 교육 이야기만 좀 그랬지, 1장 중반(초반은 인니에서의 새 사역 이야기)부터 2장까지는 괜찮았다. 밑줄도 치면서 읽었다. 마지막으로 괜찮았던 부분을 꺼내서 다시 이야기 하자면, 이용규 선교사님은 외부 일정을 2주를 가급적 넘기지 않는다는, 본인과 가정을 위해서. 이런 부분은 나도 마음속에 킵 해 놓고 앞으로 가정과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들 태어나고 나서 아내가 친정에 가 있고, 나 혼자 지내는 평일 5일도 나는 너무 외롭고 심심하고 힘들었음ㅠㅠ)
결론은, 책 제목처럼 가정을 하나님께 내어드린다는 것이다. 부부의 관계도 바로 세우고, 양육의 문제에 있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하나님께 모든 문제를 맡겨드린다는 것. 이런 것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다시 큐티하는 삶으로, 나부터 돌아가고, 지난 주 세례교육 받고 집에 오는 길에 아내가 말했던 것처럼, 아이가 잠들기 전 노는 시간에 짧게라도 가정예배를 매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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