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82
깨어진 세상 희망의 복음
김유복 지음
IVP 펴냄
오랜만에 다시 신앙서적을 읽었다. 언제, 왜 샀는지도 기억이 안나고, 어쩌면 누군가한테 선물로 받았을지도 모르는 책.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모아놓는 책장 한 칸에 오랫동안 꼽혀 있어서 그냥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어렵거나 한 것은 아니고 책의 부제로 써 있는 것 처럼 '그리스도인이 믿는 신과 구원, 희망의 의미'에 대해서 쉽게 쓰인 책이다. 저자는 IVF 간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캠퍼스 사역을 해 왔고, 교회를 개척하여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세워가는 중이라고 한다. 책의 목적을 '들어가는 글'에 있는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기독교를 비판하는 지지하든, 올바른 순서는 먼저 기독교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일 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기독교가 말하는 복음이 무엇인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따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려고 했다. ...
1부에서는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몇 가지 단서들을 다룬다. 2부에서는 본격적인 기독교 이야기를 썼다. 세상은 왜 고통에 빠지게 되었는가? 기독교의 하나님은 고통에 빠진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시는가? 그리고 고통에 빠진 이 세상에 희망은 있는가?" (p. 9-10)
초신자가 아니라면 책의 내용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대부분 다 들어봤을 법한 내용이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복습(?)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초신자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런 기본서(?)를 읽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많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만 정리하면 예배, 하나님나라, 구원에 대한 것이다.
예배 (p. 33)
'예배'를 뜻하는 영어 단어 worship은 worth-ship에서 온 것으로 어떤 가치(worth)를 합당하게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인식하든 못하든 어떤 것을 예배하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인간 본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예배하는 것(=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삶을 조직한다. 예배의 대상은 다양한데, 하나님, 인물, 돈, 술, 권력, 섹스, 로멘스 등이 있다. 그러나 삶의 중심에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을 중심에 둘 때 삶은 필연적으로 파멸하는데, 하나님은 하나님 외에 다른 피조물을 예배하지 못하도록 인간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예배는 흔히 떠올리는 '예배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중심에 무엇을 놓고 살아가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삶의 중심에 무엇을 놓고 살아가는가? 당연히 하나님이어야 하겠지만, 다른 것들이 내 삶의 중심으로 많이 다가오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위에서 예를 든 것 중 특히 돈, 경제적인 것이 그렇다. 삶을 살아가며 경제적인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이런 영역이 우리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돈이 없다면 뭔가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다고 해서 우리가 하나님 없이 경제적인 영역에서만 풍족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엔 마음에 공허함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고 또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스스로만 돌아보더라도 처음 인턴을 하면서 받았던 월급보다 지금이 배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돈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 산술적인 계산을 하면, ... 정말 답이 안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삶의 중심에 돈이 아닌 하나님을 두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돈으로 인생을 살아보려고 하면 결코 답이 나오진 않지만, 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중심에 놓고 살아가면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게 하시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제적인 계산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룬 것 보다는 하나님의 은혜로 이룬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적어도 나는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놓고, 하나님을 예배해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 나라 (p. 147)
하나님 나라에 대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에서는 죽어서 가는 천국을 떠올리기 쉽다. 나도 아주 예전엔 그랬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천국'으로 번역되고, 죽은 영혼이 올라가는 하늘의 어떤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성경에서 천국은 이 '땅'으로 임하는 하나님의 통치라고 말한다. 천국 = 하나님 나라 이다. 천국은 하나님의 통치가 지금 이 땅, 이 세상의 현실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 하나님 나라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하나님 나라가 궁극적으로 완성될 시기는 '아직'은 이르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리해서 신앙생활을 돌아본다면 우리 신앙의 목적이 꼭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예수님이 이 땅 가운데 내려오셔서 복음을 전하며 했던 것들이 모두 이 땅을 하나님 나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후 복음을 전하며 살았던 제자들의 삶 역시 그렇다. 책에서 '이미'와 '아직'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 개념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예수님이 오심으로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가 이미 임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 나라를 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라고 지칭하는 이 땅 가운데서... 그렇다면 우리는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 이 세상 가운데서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의 방식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아직'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지 않았으니 세상의 법도대로 살아야 할지.
구원 (p. 198)
기독교를 욕하면서 인용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사랑하는 자녀를 불구덩이에 던져 넣는 그런 하나님을 나는 믿을 수 없다." 어떤 스님의 말이라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이 말에 대해 어떻게 반론(?)해야 하나 조금 어려웠는데, 이 말은 시점이 잘못된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하나님은 구원하려는 목적을 가진 분이지, 지옥에 보내려고 목적을 가진 분이 아니다. 책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길, 우리는 천국 밖에서 영원히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하나님은 예수님을 이 땅으로 보내셔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를 용서하시고 구원하시고 부활하심으로 우리에게 소망을 주신 것이다.
예전에 책에서 읽었는지, 내가 생각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물에 10명의 사람이 빠져서 죽어가고 있을 때 구조대원이 튜브를 던지고 그들을 살려내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튜브를 잡고 또 다른 사람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일부러' 튜즈를 잡지 않았다고 하자. 그리고 구조대원은 사람들을 구해내다가 힘이 지쳐 죽었는데 다 구하지는 못했다고 하자. 그랬을 때 우리는 튜브를 잡지 않아 죽은 사람들이 있는 것에 대해, 죽은 구조대원을 욕할 수 있을까?
정확하진 않겠지만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이 이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구원의 길을 이미 제시하셨는데, 그리고 그 구원의 길을 이미 알고 있는데, 믿지 못해서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 안타깝지만 정말 어찌할 수 없지 않을까. 물론 이런 사람들을 놓지 않고 구원하기 위해 우리들이 복음을 계속해서 전하며 구원의 길로 함께 가야 하는 사명을 주신 것이지.
이 외에도 책에서는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특히 또 괜찮았던 부분은 책의 맨 뒤에 도움이 되는 책과 Q&A를 정리해 놓았다는 것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진화론에 대해, 종교로 인한 문제에 대해... 초신자가 직접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을 미리 잘 숙지 하고 복음을 전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에서 정리한 예배, 하나님 나라, 구원에 대해 나도 어느 정도 정리는 하고 있지만 더 심도 깊은 공부는 아직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 관련된 성경 말씀도 찾아서 공부도 해보고 책도 찾아서 읽어보고 해야겠다. 세상 떠날 때까지 항상 기도하며 노력해야 하는 부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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