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 95일(하고 싶어요 vs 하기 싫어요)

inhovation 2017. 3. 25. 23:13


2017.02.19.일 (생후 95일)

100일을 앞두고, 오늘, 세온이가 첫 뒤집기에 성공했다. 초반엔 엄마의 도움이 있었지만 사실상 거의 혼자 했다고 봐도 무방한...ㅎㅎ 요새 부쩍 고개에 힘이 들어간 거는 알았는데 이렇게 뒤집을 줄을 몰랐다. 우리의 예상(?)대로, 세온이가 뒤집기에 성공하자 아내도, 나도 모두 함박웃음+꺄악 비명. 뒤집기. 누워만 있던 세온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한 것 같다. 이걸 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저녁에도 혼자 눕혀놓기만 하면 몸을 반쯤 틀어서 뒤집으려고 안간힘+낑낑대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 아직 머리에 힘이 부족해서 그런지 허리까지만 돌아가고 머리를 훅 밀어내는 게 너무 힘겹긴 하다. 이번주에는 혼자서도 뒹굴뒹굴 구를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까지는 못 뒤집어서 잠깐 눕혀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해야하는 거 잖아...)

반면에 뭔가를 하려고 하는 세온이가 어제부터는 강력하게 하기 싫은 것을 보여줬다. 바로 젖병 젖꼭지 거부 사태! 모유실감과 아벤트, 두 종류의 젖병(젖꼭지)을 쓰고 있었는데, 신생아용인 1단계와 다음 단계인 2단계까지는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그런데 이번 주부터는 2단계 젖꼭지가 자기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으니까 그런지 먹을 때 낑낑대고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 3단계로 바꿔줬다. 아벤트도 3단계, 모유실감도 3단계. 그런데 분유 탈 때만 봐도, 아벤트 3단계는 3갈래로 조금 많이 나오는 것 같았는데 세온이가 2-3번째 아벤트 3단계 먹을 때 혀로 완전 밀어내버렸다. 조금 깜놀. 그 전에 먹을 때도 너무 많이 나와서 많이 흘리고 그랬다고 했는데, 완전 혀로 밀어버리면서 거부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이다. ... 바로 모유실감으로 바꿔주고, 그러면 모자란 젖꼭지를 사러 나갔는데, 또 딱 모유실감 3단계만 품절. 결국 어제 못사고 오늘 사와서 젖꼭지를 다 모유실감으로 바꿔줬다. 다행인 것은 아벤트 젖병에는 모유실감 젖꼭지가 호환이 된다는 거. ㅎㅎㅎ

100일도 안 된 아기가 이렇게나 자기 의지를 들여서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다니. 정말 놀랍다.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거일 수도 있는데, 힘겨운 뒤집기 성공에 이렇게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뻐할 수 있다니... 또 젖꼭지가 맘에 안 든다며 단식투쟁(...)을 하는 세온이를 보며 놀라는 것도. 세온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엄마와 아빠가 꼼짝하지 못하는구나. 앞으로 또 얼마나 기쁜 일들이 있을까. 앉아서도 고개를 가누는 것, 기어다니는 것, 첫 걸음을 떼는 것. ... (지금 나의 로망은 퇴근하고 문을 열면 세온이가 "아빠~"하며 뛰어와서 내 품에 안기는 것...) 그런데 또 이와 동시에 얼마나 가슴 철렁한 일이 많을까. 떼 쓰는 것, 말을 안 듣고 엄마, 아빠 속상하게 하는 것, 다치는 것. ... (지금도 작은 상처에 덧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한가득(엄마>아빠)인데...)

이런 게 부모가 되는 과정이겠지.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지. ... 세온이를 키우며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사실상 우리 부모님에 대해 새롭게 다시금 알아가는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

PM 10:46 아내는 아이를 재우고 나올 줄 알았는데... 조용해서 들어가보니, 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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