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리더는 내공으로 산다

inhovation 2016. 3. 3. 21:47

No. 153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

고든 맥도날드 지음

김명희 옮김


  고든 맥도날드의 책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유명한 사람이다. 성적 타락으로. 미국에서 목회생활 중 간음했음을 고백하고 공직에서 물러났다가 화려하게(?) 재귀에 성공한 사람이다. 아직까지도 이런 고든 맥도날드의 활동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듯 하다. 그런데 뭐, 이번 독후감에서 나는 이런 내용을 주로 다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화려한(?) 과거를 알고 나면 책의 내용이 좀 보인다. 왜 이런 내용들이 나왔는지 등등. 특히 성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은 구체적으로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서술한 듯한 느낌도 든다. 여튼.



1. 리더는 내공으로 산다

  번역되어 출간되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그렇다. 영어 원제목과 번역된 한글제목이 완전 다르다. 의역 정도가 아니라 그냥 재창조했다. 나는 영어 원제목이 훨씬 더 좋다.


Building Below the Waterline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니 "수면 아래 구축"이란다. 수면 아래 구축. 수면 아래에는 뭘 구축해도 보이지 않는데, 그럼 보이지 않는 곳에 구축하라는 것인가. 꼭 한글 제목을 모르더라도 내용은 리더쉽에 대한 내용이므로 리더와 보이지 않는 곳에 구축하는 것이 관련이 있다는 것은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번역되어 재창조된 한글 제목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답해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 구축하는 것, 즉 내 말로 바꿔보면 '리더는 내공으로 산다'고 답해보고 싶다.


2. 꼭 리더만을 위한 책은 아님

  예비 리더나 현재 리더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이 책의 초반부 내용은 너무 광범위한 일반적인 내용이라서 꼭 리더와 관련이 없는, 그냥 리더를 하지 않을 사람이라도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소제목들을 봐도 다 일반적으로 괜찮은 제목들이다. 예를 들어 4장, '커서 뭐가 되고 싶은가'에 있는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은 사람들이 많이 아는 그냥 평범한 내용이다.


"사명이 없는 사람은 삶의 주도권을 가지기보다는 상황에 반응하며 살게 된다." (p. 41)


  이런 내용은 그냥 많은 사람들이 아는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하고 같은 것 아닌가. 또 81쪽에는 상황이 변하기 보다는 마음을 바꾸라고도 한다. 이러한 내용은 꼭 리더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고, 리더를 염두에 두고 부담스럽게 읽을 내용은 아니다.


3. 목회자용 지침서?

  이렇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점점 별로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목회자용 지침서 처럼 변해버린 듯 한 느낌이 들어서다. 후반부 어느샌가부터, 아마 2부로 들어가면서 부터는 일반인을 위한 내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회에서 평신도 리더를 위한 내용도 아닌, 목회자만을 대상으로 내용이 바뀌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16장 '중도 포기' 에서는 친밀함에서 성관계로 발전하는 '성도와 목사'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아예 직접적으로 '목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것은 아마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살려서 서술한 것 같다. 물론 이런 내용이 나쁜 것은 아니고 잘 알면 좋은 내용이지만,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꼭 있어야 하는 내용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점점 이런 목회자용 지침이 나오면서 읽기 싫어지고 부담스러워 지기도 했다.



4. 그래도 좋은 내용들은...


  그래도 책 중간중간 주옥같은 말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감명받은 것들도 있고, 교회론(?) 같은 부분에서는 내가 고민했던 것과 같은 생각들이 나와서 반갑기도 했고 공감도 해서 좋았다.


- 긍휼, 견고함, 영성형성

"긍휼이란 다른 사람들의 연약함, 두려움, 슬픔을 마음으로 공감하는 능력이다." (p. 29)

"견고함이란, ... 예수님께 순종하며 사는 삶을 의미한다." (p.30)

"영성 형성이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편안하게 그것을 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p.31)

  이렇게 긍휼, 견고함, 영성 형성에 대해 저자가 나름대로 정리하여 정의내려 준 것이 좋았다. 이해가 잘 되게.


- 쉼, 휴식, 안식

"왜 예수님은 탈진하지 않으셨을까? ... 예수님은 그분의 목적에 비추어 모든 시간 투자를 점검하셨다. 그분은 아버지와 함께하는 고독의 시간을 가지셨다. 그리고 그분은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하지 않으셨다." (p. 111)

"안식의 시간은 절대 집안일에 매달리는 시간이나 지치도록 오락이나 파티를 즐기는 시간이 아니다. 안식의 시간은 뒤로 물러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 우리는 예배하고, 묵상하고, 영혼의 충만을 추구한다. 그 시간이 끝나면 우리는 생기를 되찾는다." (p. 119)

  바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인생에서 잠시 멈추고 진정한 쉼을 한 번 쯤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구절이다.


- 교회는...

"예수님이 사도들에게 맡기신 일이 더 큰 조직을 세우는 것이기보다는, 제자 삼는 일과 더 관련이 많았다는 사실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p. 235)

"누구든 모든 사람을 다 알 필요는 없다. 단지 반드시 하위 그룹에 속하면 된다. 누구도 40-50명 이상의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는 없으므로, 큰 교회 내의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하위 그룹 구조가 필요하다. 하위 그룹이 있으면 교회의 크기는 상관없어진다. 작은 교회와 큰 교회의 장점에 대한 오랜 논쟁은 거의 의미가 없다. 누구든 속할 수 있는 하위 그룹이 있느냐 없느냐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p. 270)

  교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나의 주된 고민이자 관심사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제일 좋았다. 더 큰 조직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것, 교회의 크기는 상관이 없다는 것. 여기에 비추어 보면 지금의 한국 교회들의 대형화를 비롯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ps. 너무 오랜만에 독후감을 남겨서...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내가 내 블로그에 내 글을 남기는데 좀 이상하다; 그동안 직장생활고 대학원과 논문 때문에 책도 많이 못 읽고, 읽는다 치더라도 블로그까지 남길 여력은 없었는데, 이제 좀 다시 독후감도 남기며, 올 해는 꼭 200권을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2014년 1월 19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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