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지랄총량의 법칙, 인생을 설명해주다!

inhovation 2016. 3. 3. 21:38

No. 151

욕망 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얼마 전 지인과 여행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베트남 배낭여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되었다. 대학교다니는 동안 나는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 심지어 찜질방에서 잔 적도 없이 '재미없게' 살았다. 여행이라고 해봤자 시골 할머니네 가는 정도?ㅋㅋ 그러다 작년에 좋은 기회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해외교육실습을 다녀오면서 해외여행의 맛(?)을 뒤늦게 느낀 것이다. 그래서 여름에 대학원에서 중국 세미나도 회사 휴가를 내면서 참석한거고. 그러다 지금 한참 올리고 있는 베트남 여행도.

  사실 베트남 여행은 두 번의 해외 경험을 통해 '혼자 여행하면 참 좋겠다, 하고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된 것이다. 역시 회사 휴가와 백만원 가까운 지출을 하면서 여행을 계획. 그리고 내년 겨울에 40일 정도 미국 여행까지...ㅎㅎ 늦게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늦게 안 해외여행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있다.ㅋㅋ 이런 나의 여행 중독 초기 증상(?)에 대해 지인은 "지랄총량의 법칙"을 들어봤냐고 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 책, "욕망 해도 괜찮아"를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욕망해도 괜찮아" 일까 "욕망, 해도 괜찮아"일까.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여튼. '욕망'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나오는 뭔가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고 피하고 싶은, 또 억눌러야만 할 것 같은 '욕망'이 괜찮다니. 뭔 내용일까. 엄청 궁금했다.

  첫 장부터 읽어 나가는데, WOW! 이건 정말 대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에 읽어본 책 중에서 제일 재미있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지랄 총량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다.

 

중년 남성의 내면에 남아 있는 소년은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알려진 '지랄'이기도 하고, '에너지'이기도 하며, '청춘'이기도 하고, 프로이트(S. Freud)가 말하는 '이드(id)'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색(色)', 즉 욕망의 영역에 속한 힘이죠. 10대 중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소년은 남성의 내면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춥니다. 조물주의 설계에 따르자면 바로 그 즈음에 가장 자연스렙게 분출되어야 하는 에너지입니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그랬던 것처럼 주로는 섹스를 통해서 말이지요. 그런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욕망을 찍어누른 사람만이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섹스를 통해서 분출되어야 할 에너지는 엉뚱하게도 도서관, 고시원, 영어학원에서 대부분 소비됩니다. 그런 에너지 소비가 '건강한'것으로 권장되기도 합니다.(p. 89)

   일단, 거침없는 단어 선택이 맘에 들었다.ㅋㅋㅋㅋ 지랄총량의 법칙은 저자 김두식의 다른 책, 불편해도 괜찮아에 먼저 소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여튼, 지랄총량의 법칙이란 살면서 적당히 욕구배출(지랄)이 되어야 하는데 억누르고 잠재우다 보면 나중에는 그동안 배출되지 않았던 욕망(지랄)이 터져나온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변양균, 신정아 사건을 이야기 하며 성공으로 가기 위해 욕망을 억누르며 성공의 길로 나아갔던 중년의 남성 변영균이 소년의 감성으로 신정아와 일을 저질렀다고 설명을 한다. 또 저자 스스로의 예에서는 고가 카메라와 렌즈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느 순간 어렸을 적 장난감은 사지 못하고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장난감 가게 앞을 서성이는 어린 저자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둘 다 어렸을 적 적절해 배출되어야 하는 욕망(지랄)이 그렇지 못해 나중에 욕망(지랄)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 이론,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나의 해외여행 예찬과 또 계획과 실행도 모두 설명이 된다!ㅋㅋ 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멋진 이름이 있을 줄이야.

 

지랄총량의 법칙 ㅋㅋ

 

  이 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다. 총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모두 남들과는 하기 조금 껄끄럽지만 항상 가져왔던 생각들에 대해 저자는 책을 통해 거침없이 발설하고 있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런 솔직함이 거부감 없이 좋다. 지하철에서 읽는데 피식피식 엄청 웃었다.^^ㅋ 기독교인 남자라면 누구나 하는 자위행위에 대해서도 수많은 지식인의 답변보다 명쾌한 설명을 내려고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보수적인 사람이었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물론 보수와 진보가 나쁘다 좋다로 나누는 기준도 없고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내가 말한 '보수적'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다. 그동안 나만의 테두리 안에 갖혀 살아왔다는 의미이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이 옳고 남들의 생각은 그르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혼자 생각하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래서 학교 다닐때도 혼자 공부하고,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벌고 아끼려고만 했지 쓸줄도 몰랐다. 그러다 주식으로 날리고...ㅋㅋ 이 외에도 수 많은 나의 살의 영역에서 나는 철저하게 보수적이었다. 변화를 싫어하고 내가 생각한대로만 행동했다.

  저자 역시도 이런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의 형은 이런 울타리를 맘대로 넘나드는 사람이었다고. 저자는 울타리, 틀 안에서 얌전히 생활하는 사람. 넘어가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저자는 울타리를 넘어보라고 권한다. 넘지 못하면 넓혀보라고. 저자도 조금씩 넓혔다고 한다. 나 역시도 넓힐 필요가 많을듯 하다.ㅋㅋ

   여튼, 억누르고만 있었던 욕망. 이제는 약간 자유를 허용해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ㅎㅎ

 

ps. 이런 것에 대해 또 다른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은 이야기다. 지인 역시 '지랄총량의 법칙'은 알지 못했어도 이런..어떤...메카니즘?ㅋ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본인의 삶에서도 그렇게 행동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런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인해 나중에 터진 "지랄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못해봤으니 '나는 좀 (지랄)해도 괜찮아' 라고 합리화 시켜버리면 정말 무서운 거라고...ㅎㅎ


2012년 10월 26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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