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사회적 기업, 의도가 좋으면 무조건 성공?

inhovation 2016. 3. 3. 21:53

No. 154

보노보 혁명

유병선 지음

부키 펴냄


  얼마 전, 사회적기업에 대한 세미나를 들었다. 청년들의 창업을 독려하며 개인의 자본금 일정 금액이 있으면 지원금을 더해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자본금보다 훨씬 많은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에 대해 들으며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보니 괜찮은 생각들이 꽤 들었다. 회사에 탈 없이(?) 잘(?) 다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개인적인 바쁜 일로 실제적인 진전은 시키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예전에 사 놓은 책 '보노보 혁명'을 읽게 되었다.


  보노보. 보노보노는 알지만 보노보는 잘 모른다ㅋ... 말끔한 정장 차림에 꽃을 들고 있고 얼굴은 침팬치 같은 책 표지에 있는 것이 보노보인가보다. 보노보는 침팬치와 비슷하지만 정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동물이라고 한다. 책 날개에 있는 설명에 따르면 침팬치는 우락부락하고 야심만만하며 폭력적인 반면, 보노보는 평등을 좋아하고 섹스를 즐기고 평화를 추구하는 낙천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또한 침팬치가 '도살자 유인원'으로, 다시 말해 인간의 공격적 본성의 뿌리로 지목되었다면, 보노보는 인간의 또 다른 특성인 공감능력을 대표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침팬치가 악마의 얼굴이라면, 보노보는 천사의 얼굴이라고...

(난 잘 몰라서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정말로 침팬치는 공격성이 강하다고 하고, 보노보는 침팬치와는 다르게 평화를 중시한다고 써있다)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주제는 사회적 기업에 관한 책이고, 1장과 2장은 사회적 기업의 성공 사례, 3장과 4장은 사회적 기업에 관한 약간 이론적인 부분이다. 사실 1, 2장을 읽을 때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몇몇 재미있는 사례와 관심가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례를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넘겼다. 3, 4장에 들어서야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설명해주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사례 부분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무료배포의 단점을 꼬집은 피셔(개발자)의 이야기이다. 개발도상국에 머니메이커라는 수도 펌프를 파는 이야기에서 피셔는 이 펌프를 무상으로 나누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피셔는 무상으로 주는 것을

네 가지 점에서 나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첫째, 공정하지 못하다.

둘째,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접근 방법이다.

셋째, 무상으로 나눠주게 되면 해당 지역의 시장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 공짜는 사람들의 의존성을 키우게 된다.


  맞는 말 일수도 있지만 100% 옳은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뭐, 피셔라는 사람의 개인 사례를 통해 저렇게 한 것이 옳다면 어떠한 경우에는 무상지원이 꼭 합리적이진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나도 예전에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은 공부방을 6년(?)정도 운영한 적이 있다. 그 때는 100% 무료로 했었는데... (그래서 사실 무상의 나쁜점을 꼬집은 피셔의 의견에 살짝 반감이 들었다) 그래도 그 때에는(지금도 그렇지만) 무상으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주변에서는 한 달에 5천원, 만원이라도 받아서 학생들의 책임감(?)도 들게 해서 운영하라는 말도 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학생이라면 일정 금액을 내든 안내든 출석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아무리 비싼 돈을 냈다고 하더라도 빠질 것이기 때문이란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가리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교회와 주변의 후원으로 인해 잘 운영을 하였다. (접은 이유는 다른데 있지만...)


  3, 4장에서는 여러 기관에서 정의내린 사회적 기업에 대해 소개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본질적인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적 기업을

"기업적 전략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되

공익을 추구하고,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경제적 사회적 목적을 이루고자 하며,

사회적 소외와 실업 문제에 대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모든 민간활동"

이라고 규정했다.


유럽연합 15개국 연구자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 연구기관은 EMES는 사회적 기업을

"자율적 의사 결정과 지배 구조를 갖추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으며,

사회의 리스크를 동반하는 조직"

으로 정의했다.


영국 통상산업부 산하에 신설된 '사회적 기업과'는 사회적 기업을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사업체로서

기업의 잉여자금을 주주와 소유주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쓰기보다

사업 자체와 지역사회를 위해 재투자하는 기업"

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 기업을

"취약 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 판해하는 등의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으로 규정하고,

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경우로 국한했다.

  이 중 한국정부의 정의가 제일 제한적이라고 한다. 여튼, 네 가지 정의를 종합해 보면 사회적 기업이란 단어 그 자체가 품고 있는 것 처럼 '개인이나 기업의 이윤보다 사회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OECD의 정의가 가장 적합한 듯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대한 설명도 이어지는데, 빌 드레이튼(아쇼카 회장)은 사회적 기업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생선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기잡이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꿀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사회적 기업가의 자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온다.(사회적 기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고 셀프테스트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내가 제일 인상깊은 부분은 사회적 기업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신화를 깨 주는 부분이었다. 책의 제일 마지막에 나왔는데 신화 1번이 바로 이렇다. '명분만 훌륭하면 사회적 기업의 성공은 따 논 당상이다.' (책의 처음부터 이런 내용이 있었으면 좌절해서 책을 끝까지 안읽었을 사람들이 많았을 듯...ㅋㅋ)

  사실 내가 생각으로만 막 발전시킨 생각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수익 중 일부를 훌륭한 곳에 쓰면 되지 않겠나' '좋은 의도를 갖고 있는데 후원 좀 들어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 그러나 완전히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업 아이템이 좋으면 그 사업이 잘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사회적 기업이라고, 사회를 위한 일을 한다는 명목 아래 리스크가 자동으로 해결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의 생각도 잠시 정지가 되었고 전면 재검토 하기에 이르렀다. 좀 해보고 잘 되면 회사 그만두고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생각이었지만, 의도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다 잘 될 것이란 보장도 없고, 만만하게 보고 쉽게 접근하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회적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작은 계기였고, '보노보 혁명'을 통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좋다. 혹시 몰라, 나중에 정말로 회사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을 하게 될지...ㅋㅋ...^^


2014년 4월 17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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