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틀을 깨는 삶, 포에니 전쟁에서 배우다

inhovation 2016. 3. 3. 21:32

No. 149

로마인 이야기 2, 한니발 전쟁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펴냄 

 

  지난 1권에 이어 요즘 로마인 이야기에 완전 빠졌다. 2권은 1권보다 두꺼웠지만 읽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 로마의 시작 몇 백년의 역사보다 짧은 포에니 전쟁사만 담고있지만 분량은 이게 더 많다. 그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다닥 읽었다. 한니발이라는 사람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침공해 왔다는 것 정도만 알았던 나의 얄팍한 지식이 풍성해 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포에니 전쟁이 3차로 나뉜다는 것과 한니발 외에도 스키피오라는 또 다른 유명한 장군이 나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즐거움은 바로 이런 것인가.ㅎㅎ 

  제1,2,3차에 이은 포에니 전쟁 이야기만 담고 있지만 책을 다 읽고 갈무리 해 놓았던 곳을 다시 읽어보니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틀을 깨는 것'이었다. 로마인에게서도, 카르타고의 한니발에게서도 이 '틀을 깸'으로 인해 전쟁의 승패가 달라지는 것이었다.  

 

  1. 창의성

  위 그림은 '까마귀'라는 것에 대한 그림이다. 이 까마귀는 처음 바다로 진출하는 로마인이 고안해 낸 것이다. 육상전에만을 치르던 로마인이 바다에서도 육지와 같이 싸우기 위해 아군의 선박과 적군의 선박을 붙여버릴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 일종의 사다리와 갈고리의 결합체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적선 가까이 다가가면 이 까마귀로 적선을 찍어버리면 그 사다리를 타고 로마인이 적선으로 넘어가 바다 위에서 육지처럼 싸우는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다.

  당시 카르타고인은 지중해를 재패하고 있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신성한 배'에 이런 까마귀 같은 해괴망측한 것을 다는 것을 모독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운의 전통이 없던 로마인들은 항해술에도 자신 없었고, 배의 미관에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을 승리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이런 까마귀를 고안해 낸 것이다. 카르타고인들은 이 까마귀를 보고 비웃다 큰 코를 다친 것이다.

  이런 로마인의 창의성이 그들에게서 배울 점 같다.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 겉모습, 외형은 기존의 배와 비교해 우스꽝 스러울지 몰라도 그들의 목적인 해전에서의 승리를 쟁취하기에는 더엎이 훌륭한 장치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배에 대해 전혀 몰랐던 로마인들이었기에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르는 상태가 좋은 것일까? 알고 있다 하더라도 기존의 틀을 깨는 상상력,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ㅋ

 

2. 기존의 방법 

  이런 까마귀와 비슷한 것으로 '전술'에 대한 것도 나온다. 이것은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이 로마인을 휘저을 수 있었던 방법이다. 당시 전투는 보병 대 보병, 기병 대 기병으로 싸우는 것이 전통이었다. 귀족으로 이루어진 기병끼리의 체면 싸움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전술의 활용에 대해서는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가 창시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알렉산드로스의 전술을 한니발이 사용하여 기존의 전투 방법에 갖혀있는 로마인에 대해 대승을 거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선박 건조의 틀을 깨고 까마귀를 고안한 로마인이 역으로 당한 것이다. 까마귀로 인해 해전에서 대패한, 제1차 포에니 전쟁에서 대패한 카르타고 처럼,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는 한니발의 이런 전술로 인해 완전 작살이 난다. 기존의 방법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싸운 한니발의 전술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전술의 창시자 알렉산드로스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다.

 

알렉산드로스에게는 보병도 기병도 전쟁터라는 장기판 위에서 전술에 따라 움직이는 말이었다. 그는 적의 보병에 대해 기병을 투입하거나 보병대를 기병과 싸우게 했다. 귀족 출신이 많은 기병의 자부심을 존중하는 것 따위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의 관심은 자기 군대가 가진 힘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이것이 전쟁터에서 그가 이긴 요인이었다. 천재는 그 개인에게만 보이는 '새로운' 사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나 뻔히 보이면서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기존의'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야말로 천재다.

3. 관점

  또 머릿속에 남는 말은 한니발의 명언이다.

 

"대부분의 일은 그 자체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점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타란토를 함락한 후 항구를 사용하기 위해 한니발이 한 말이다. 타란토를 점령한 후 로마인 총독과 500명의 병사가 지키는 요새가 남아있었는데, 항구를 사용하려면 이 요새를 장악해야만 했다. 그러나 한니발은 요새를 공격하지 않았다. 주변 평원지대로 정박중인 배를 옮겨놓고 근처에 있는 만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요새에 있는 로마인의 수송로를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타란토 주민들의 게으른 명령 실행으로 인해 이 방법이 효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벗어난 한니발의 발상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의 협조가 잘 이루어 졌다면 전쟁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단순한 전쟁 이야기만을 읽고나서 이런 것들을 정리해 내다니. 대단하다. ㅋㅋㅋㅋ 읽으면서 이런 결과물을 찾아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단지 재미있게 읽기만 했을 뿐인데....ㅎㅎ

  전쟁의 역사에 위대하게 기록되어 있는 포에니 전쟁 이야기를 읽고나서 '틀을 깨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뒤돌아보니 '사람들이 생각한 것 대로', '옛날부터 해왔던 대로', '내가 그동안 보아왔던 방식대로' 살았던 것 같다. (항상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그럴 때마다 안주하는 편안함은 있지만, 내 삶에 발전이 없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고...

  사실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이런 생각 중 하나이다. 대학원 공부 하면서 전공책 읽기도 바쁜데 하루에 몇 시간씩 출퇴근 하는 시간에 역사책을 읽고 있는 다는 것이 사실... 좀 그럴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과 같은 이런 깨달음을 얻으니, 내 삶에 있어서 또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달았다는? 뭔가 정의할 수 없는 뿌듯함? 이런 기분이 좋다.^^ㅋㅋ 직장도 다니면서 대학원 생활을 하는 가운데 '틀을 깨고'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 삶. ㅋㅋㅋㅋ

  또 다음주에 베트남 가는 것도, 이건 옛날부터 이렇게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다 가는 코스대로 갈 생각은 없다. 하노이에 가서 하롱베이는 꼭 봐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냥... 하노이에 가서 내가 보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다 오고 싶다. 갔다 와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다. 처음으로 나 혼자 모든 것을 준비하고 가는 여행이라는 의미도 살리면서....ㅎ

 

  이런 것 말고도 앞으로 내 삶에 다가오는 일들에 대해서도 오늘 느끼고 깨달은 것 처럼 대처하고 행동해야겠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 지 모르겠지만, 발상을 바꾼 로마인, 한니발, 알렉산드리아처럼 나도 발상을 바꿔 생각해 보자.ㅎ..^^

  

  마지막으로, 마케도니아의 멸망을 앞두고 시오노 나나미가 쓴 문구로 글을 마치겠다.

 

"패배는 적에게 지기보다는 자신에게 지는 것이다." (p. 403)


2012년 9월 21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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