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25일차> 일손 돕기(옷 장사), LA, 라스베가스 여행 준비

inhovation 2016. 10. 6. 00:00

2013년 2월 4일 월요일

 

  오늘까지 일을 도와드리고 내일부터는 LA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원래는 매주 화요일에 가게가 쉬는 날이셔서 매주 LA에 가서 물건을 떼 오셨는데 불경기다 보니 12월 마지막주 이후로 LA에 다녀오신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때 가져온 물건을 요 며칠 새 거의 다 팔아서 이제 가야 할 때가 되셨다고. 사실, 우리를 LA로 데려다주시기로도 하셨으니까 이러는 김에 물건을 떼오시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찌됐건 옷을 많이 팔아서 카운터 뒤에 옷걸이 함은 가득 차 있다. 새로 옷을 걸어 놓아야 하지만 재고가 없다. 장사가 잘 됐다는 증거.

 

  카운터를 보다가 실수한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호칭'에 대한 것이다. 5장에 20달러 하는 티는 경쟁품목(?)이어서 옆가게도, 앞가게도 모두 가게 앞에 내 놓고 판다. 그래서 우리 물건을 집은 손님이 다른 가게로 가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는 것. 그래서 카운터에 서서 잘 봐야 한다. 그런데 어떤 나이 많은 흑인 아주머니가 옷을 몇개 집어 들고 옆 가게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순간, 반사적으로 "HEY!!!" 하면서 손짓을 했다. 그러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봤고 아주머니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옷을 다시 걸어놓고 가버렸다. 다른 쪽에서 가게 정리를 하던 여자친구와 주인님이 달려왔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주인님이 앞 가게로 가자 약간의 언사가 오갔는데 들어보니 그 사람이 조금 불쾌감을 표출했다고 한다. 자기가 무슨 개냐고, 개를 부를 때나 쓰는 말을 했다고.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친한 사람들 끼리는 쓸 수 있는 hey 이지만, 손님과 주인, 손님이 왕이라고 했을 때 왕을 부를 때 hey를 쓰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이건 나의 완전한 실수였다.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깊이 배운 호칭문제였다. 이후로 나는 항상 나이 많은 여자에게는 ma'am을, 남자들에게는 sir를 꼭 붙였다.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인사에 대한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온 국민이 알고 있는, 바로 하와유, 아임 파인 땡큐 앤유,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얼핏 듣기로는 How are you가 그냥 Hello 같은 인사처럼 쓰인다고 들어서 꼭 저런 교과서적인 대답을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과서대로 대답하는 것이 왠지 웃기기도 하고. 그런데, 아니었다. 하와류를 엄청 자주 써도 꼭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동안 손님들에게 항상 HI, Hello 라고 인사를 하면 나에게 How are you라고 많이 그랬는데, 난 그 때마다 다 씹어버렸지. 휴- 이후로도 사람들과 인사할 때 나에게 하와유라고 말하면 항상 Fine, Great 이라고 대답해줬다. 그러니 사람들이 확실히 좋아한다. 역시, 교과서는 진리인가?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겪으면서 일은 끝났다. 집에 가니 여자친구가 일당 겸 용돈을 받아왔다. 200달러. 1달러도 아끼려고 노력하는 우리에겐 정말 큰 돈이다. 사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티켓을 사주신 것으로도, 숙식을 제공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빚지는 것 같은데 여비까지 주시니 정말 너무 감사했다.

  짐을 싸는데 정말 고민이 많이 되었다. 옷을 많이 가져가고 싶었지만 점점 가방은 무거워졌고, 그렇다고 옷을 포기하기도 어렵고. 여름옷도 아니다보니 부피도 많이 나갔다. 그러나 결국 넣었다 꺼냈다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옷을 포기하기 시작했고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림도구도 마지막엔 포기했다. 색연필, 클립보드 두개, 몇 장의 A4 용지까지도 줄이는 노력을 했지만 배낭은 여전히 무거웠다. 사실 억지로 가져간다면 가져가긴 하겠지만 올 때의 짐도 생각해야 하니 줄이는게 최선이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짐은 적을 수록 좋은 것 아니겠는가.

  저녁을 먹고는 일찍 잤다. 1시 15분 출발이다. LA까지는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서울에서 제주도보다 더 가는 정도 거리라고 하니. 아직 실감이 안난다. 7시간을 차로 운전해서 가면 LA가 나온다니. 잠이 안올듯 하더니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LA. 어떤 곳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