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23일차> 일손 돕기(옷 장사)

inhovation 2016. 10. 4. 00:00

2013년 2월 2일 토요일

 

  오늘도 하루종일 일 하는 날이다. 자유여행 겸 신세여행(?)이라서 이런 날도 감수 해야한다. 뭐, 한국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온 것이라서 싫진 않다. 그리고 일하는 것도 나름대로 미국 사람들 계속 만나면서 즐겁기도 하기 때문에 꽤 괜찮다. 자유여행객이 어떻게 장사체험(?)을 할 수 있겠는가. 옷가게 캐셔를 보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도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먼저, 여자들의 지갑기능을 하는 곳에 대한 것이다. 캐셔 일을 하는 초기에 말로만 듣다가 내가 하루종일 캐셔를 하다 보니까 수 많은 여성 고객들도 상대하게 되는데 돈을 꺼내는 곳 중에 상당수가 바로 '가슴'이라는 것. 민망함도 없다. 가격을 말해주면 가슴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를 꺼내준다. 따뜻한 돈(?)을 받을 땐 기분도 묘하다. ... 무람없이 더 말하자면 가슴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브래지어와 가슴 사이에 빈 공간이 없이, 마치 뒷주머니에 지갑이나 핸드폰을 넣었을 때 엉덩이와 바지 사이에 '챡-' 껴 있는 것 같은 상태이니까 가슴에 돈을 넣고 다녀도 빠지거나 흘러내릴 염려가 없을 것이다. 나중에 이런 여자들의 가슴수납에 대해서 더 많이 보게 되었는데 핸드폰을 넣고 다니는 여자도 보았다. 한국에서는 전혀 보지도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둘째, 이전에도 쓴 것 같은데 남자들의 바지를 내려입는 것이 유행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관찰하면서 깊이 생각해 보았다. 알고보니 힙합패션. 힙합바지를 펑퍼짐하게 입는다는 것을 알기는 알았는데 팬티가 반이 넘게 보일 정도로 내려 입는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가게에 오는 대부분의 젊은 남자들, 결혼 한 남자까지도 이렇게 청바지를 엉덩이 밑에까지 내려입고 온다. 티셔츠를 길게 입어서 가리긴 하지만 보일 때도 매우 많다. 조금 놀랐던 것은 3-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 옷을 젊은 부부가 사서 바로 입히려고 티를 벗겼는데 이 아이도 바지를 내려 입었다는 것! 이렇게 어렸을 때 부터 바지를 내려 입으니 커서도 내려입는 것이 편하겠지. 나중에는 얼마나 편한지 궁금해서 손님 없을 때 나도 카운터 뒤에서 한 번 내려봤다. 그런데, ... 의외로 편하다. 바지가 흘러내릴듯 하면서도 안흘러내리는 것이 배를 조이는 허리띠가 없어서 그런지 정말 편했다. 그래도 난 입던대로 입겠다.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모든 남자들이 바지를 내려입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은 다 올려 입었고 스탠포드 갔을 때도 바지를 다 올려서 입었다. 길거리를 다니면서도 바지를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들 등이 다른 것을 구분할 수 있는데, 섣부른 일반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바지를 올려입느냐, 내려입느냐에 따라서 하나의 계급이 나뉘는 것 같았다. 지적 수준의 정도가 다를 것 같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해 본다. 인종간의 차이, 백인과 흑인도 상당히 관계가 깊다는 것도 더 조심스레 써 본다. 대학교, 도시(샌프란시스코), 백인의 경우에는 바지를 다 올려 입었고, 시골(새크라멘토), 흑인의 경우에는 바지를 다 내려 입고 길거리에서도 혼자 노래를 부른다든지 이상한 제스쳐를 하면서 몰려있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리하면, 계급간의 문화차이가 되는 것인가?

 

  셋째, 이것도 어제 좀 쓴 것 같은데, 즉각적인 소비패턴에 대한 것이다. 오늘은 어제 돈을 타고 못 온 사람들이 주말이라서 더 몰린 것 같다. 게다가 내일이 NFL 결승전인데 샌프란시스코 49ers팀이 결승에 올라서 새크라멘토까지 완전 들떠있다. 우리 가게에서는 취급을 안하는 49ers 티를 찾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월드컵 때 붉은악마 티셔츠처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제 돈을 받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은 바로바로 소비해버리는 습관과 관련이 깊은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월급날 다음에 장사가 더 잘되는 것도 있겠지. 하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역시 우리 가게가 기본적인 옷을 파는 가게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이 티셔츠를 빨지 않고 계속 입다가 버리도 다시 필요해지면 사고 한다. 실제로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지저분한 하얀 티를 입고 와서 같은 티를 달라고 하면 바로 벗어서 입고 나가면서 쓰레기통에 입었던 티를 버리고 간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가? 나는 안그러는데...

  소비패턴에 대해서도 옷 뿐만이 아니라 월세 개념이 강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집도, 차도 다 월세다. 집을 산다고 해도 뭐 10년, 20년, 심지어는 30년에 걸쳐서 갚는 것도 있다고 한다. 빨래방도 많이 있는데 세탁기를 사지 않고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많이 있는 것일 것이다. 대강 계산을 해 보니 세탁기 하나 사는 값이면 빨래방을 잘만 하면 10년 가까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결과도 얻었다. 이정도면 세탁기도 새로 사야할 때도 될 것이고 중간에 고장이 나서 한두번 고친다 치면 빨래방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겠다. 이렇다 보니 한 달 월급이 예를 들어 2,000달러면 대부분을 써버리기 일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 달에는 있는대로 즐기고, 없으면 없는대로 즐기면서 사는 것도 생각해보니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있으나 없으나 아끼고 아끼고 절약하고 절약해서 내 집 사고, 내 차 사고, 뭐 이러는 것 보다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삼천포로 빠진 것 같은 내용도 있는데 정리를 잘 못한 내 능력의 한계일테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니까 내 삶에 깊은 하나의 교훈으로는 남아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것까지 느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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