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8
오늘은, 여행 준비 블로그가 일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12월로 접어들면서 회사가 정말 바빠졌다. 12월 1일이 되며 모니터 위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항상 즐겁게, 웃자 웃자”를 포스트 잇에 써서 붙여놨는데, 첫 주는 메모 보면 미소가 살짝 나오더니, 둘째 주는 미소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셋째 주는 메모는 보이지도 않고 인상만 쓰게 된다. 점점 무표정에 웃음을 잃어가고 말도 안 하게 되는 나. 이런 가운데 월화수목, 출퇴근시간에 미생 만화는 다 봤다. 드라마로 볼 때는 야근하면서 아이템 짜내고 그러는게 정말 뭔가 멋져 보였는데(야근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야근을 하며 미생 만화에서 야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정이입 최고였다. 진짜 힘든 야근, 드라마에서 나오는 몇 분 야근은 진짜, 몇 시간 녹초가 되어 일하는 그 야근인데, 내가 잊고 있었다니...
이러는 가운데, 일을 그만하고 여행을 떠나는 날이 다가온다는 것은 (정말 이런적 거의 없는데) 달력에 X표를 치며 12월을 보내고 있어서 느낌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이 2주 전이라는 것은 방금 알았다. 12월 들면서 정말 바빠지기도 했지만, 아내와 여행 준비도 이것저것 하기로 ‘말만’ 많이 하고... 미안하다 너무. 수영복도 사야하고, 일정이 고정된 푸켓, 싱가포르 호텔도 예약하기로 했는데 내가 매일 늦게 와서 항상 저녁도 계속 혼자 먹고 기다리지 못해 먼저 자고 있다. 이번 주말, 출근이 예정되어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수영복도 사고, 호텔도 예약해야지. 함께 여행을 준비하는 기쁨도 있는 건데... 그런데 요즘은, 너무, 바쁘긴 하다, 일이...
이렇게 바쁘게 일 하다 갑자기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안 된다. 아... 푸켓 바다에 발을 담그고, 해변에 아무 생각 없이 누워 햇살을 내리쬐는 기분. 혼자 재미있게 놀러 다녔던 하노이 거리를 같이 돌아다니며 쌀국수를 먹는 맛, 눈물이 나올 것 만 같다. 뭔가, 나에 대한 엄청난 보상, 스스로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는 것 같은, 그래서 그걸 받는 나는 엄청 감동인거지... 그래서 폭풍눈물...ㅎㅎ 어젠 퇴근해 침대에 누웠는데 아내가 깨서 나란히 누워 작년 겨울에 미국 여행 갔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캘리포니아 여행지 베스트 5를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그 때의 추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나오기도 했다. 많이 그리운가보다.
어쨌든, 요즘은 이렇게 여행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일 하는 것에서, 그리고 이제 곧 갈 여행에서 의미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일과 여행, 여행과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결심하기 전부터 고민했던, ‘이번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에 대한 생각도 해 보는 것. 29살의 마지막까지 일하고, 30살의 첫 날 여행을 떠나는 나.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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