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V

젊은 세대는 설득이 아니라 마음에 감동을 주어야 한다

inhovation 2015. 11. 8. 22:25

No. 174

책 읽는 청춘에게

우석훈 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 지음

북로그컴퍼니 펴냄



  책 읽는 청춘에게. 마치 편지의 제목과도 같은 이 책은 책 제목이 멋있어서 몇 년 전에 보려고 했던 책이다. 그런데 이제서야 책을 사 보게 되었는데, 내 나이가 과연 청춘이라고 할 수 있을지 살짝 애매해져 버렸다. 책이 나온 지 5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도 청춘이냐고 묻는다면 20대는 지나갔지만 아직 나도 청춘이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이제서야 이 책을 용기있게 산 것도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7명의 대학생이 각각 3명의 (이 책에서 멘토라고 하는) 사회 유명 인사를 만나서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인생책, 청춘이 꼭 읽었으면 좋을 만한 책을 소개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책 읽는 청춘에게' 인 것이다.


  그런데 책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을까. 초반부에 실망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 그리고 팬 또는 그 편은 아니었어도 호감이 있었던 박원순 서울시장 등 비교적 유명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 별로 와닿지도 았고 오히려 어떤 내용에서는 피를 거꾸로 솟게 하는 듯 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결국 20대 때문이다.'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 피해자인 졸업 예정자들과 취업 선배인 노동조합이 협력해서 초임 삭감을 저지시켜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행동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우석훈 인터뷰) p. 20


"당장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급 인턴을 하며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경험을 건져 올리는 것도 의미 있는 결정이다."(박원순 인터뷰) p. 74


"서울대 경제학과라는 '감춰지지 않는 학력'을 가진 민규동은 살면서 특별히 학교나 학과에 자부심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학교와 학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삶의 기반을 어떻게 닦았느냐에 따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민규동 인터뷰) p. 90


  이런 인터뷰 내용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반박을 하자면 이렇다. 우선, 우석훈 박사는 지금 20대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직전의 20대, 즉 현재 20대의 선배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문제들이 모두 선배 20대들로 인해 발생된 문제라고 결론내릴 수 있을까? 선배 20대라고 해도 그들 역시 각박한 삶을 살았을 것이고, 겨우 취업한 그들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다음에 후배 20대들을 위해 움직이기가 과연 쉬운 일이었을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들도 '겨우' '지옥'을 탈출한건데. 오히려 삶의 자리가 더욱 굳어진 기득권층이 자신의 것을 나누지 않고 더 움켜진 것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는 든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은 정말, 노답이다. 인터뷰 당시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직을 맡고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어떻게 바뀌셨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 책이 5년 전에 나왔으니까 지금보다 좀 더 상황이 좋았을 것은 같지만, 노동력을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포기해보라니, 과연 이게 청년들을 진정 위해서 하는 말이었는지 의심이 든다.

  민규동 영화감독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상위 대한민국 0.1%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자신의 학력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이 좀 그렇다.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대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해 보았다면 저렇게 말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콤플렉스이고, 이로 인해 계속해서 발목이 잡히는 사람들이 민규동 감독의 저런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보지 않은, 다른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 같다. 비 서울대 출신으로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대학이라는 것이 아무런 느낌이 없는 꼬리표가 아닐텐데.


  이 외에도 내 생각에 비추어 보아 여럿 반박할 게 있었지만 이 정도로 정리하려 한다. 물론, 저들의 인터뷰 중에 힘과 용기가 되는 말도 있었고 도전이 되는 말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본적으로 고학력 고스펙이라서 도전도 조금 되었지 공감까지는 되지 않았다. 결국 이런 이야기들은 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고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저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조금 있는 사람들, 아버지 뻘 정도?, 이들의 청년시절 역시 힘들었겠지만 지금의 우리들의 힘듦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분만 해도 삼촌뻘 정도 되는 91학번이신데, 수도권 공대 출신에 졸업학점은 2점대였지만 첫 직장으로 S전자에 들어갔다. 이 전에는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취업은 이 때보다 더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 내가 들은 이야기다. 대학만 나오면 기업에서 모셔가려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이 있었다고. 그런데 이런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무조건'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니, 정말 어불성설 아닌가.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지금의 청년들을 제대로 생각해 주는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 때문이었다.


"실패를 겪게 되면 모든 책임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리는 무자기한 오늘날의 사회,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타인은 온전히 나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다."(김혜남 인터뷰) p. 118


"몇십 년 전에는 독재정권이 들어섰던 시기였기 때문에 20대들이 정치,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회가 바뀌었고, 그에 따른 시대적 요구도 달라졌는데 20대들에게 예전과 같이 관심을 가지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박철민 인터뷰) p. 152


"그녀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세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사람들은 나라를 움직이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세상엔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이들도 있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이지나 인터뷰) p. 212


"글쎄요. 제가 그렇게 했다고 해서 젊은 세대애게 나처럼 하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마해영 인터뷰) P. 242


  이 내용들은 모두 이전 시대의 20대(자신들의 20대)와 현재의 20대를 같게 보지 않는 내용이다. 이런 말은 읽으면 그냥 우선 감동이 된다. 대학원을 다닐 때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젊은 세대는 설득이 아니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움직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정말 그런 것 같다. 십수년, 수십년 전의 20대보다 절대적인 스펙이 얼마나 올라갔는가. 이들을 과연 무능력하다고 할 수 있는가. 기득권층의 견고한 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무능력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헬조선, 흙수저라고 자조섞인 농담을 하지만 이에 대해 청년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하며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어 위로하고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면, 인터뷰 내용들은 결국 일부 사례일 뿐이고 나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게 이 책의 한계이기도 하다. 개천에서 용난 듯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건 지금 이 시대에서는 정말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봐도 괜찮다. 그러니까 나도 이 사람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만을 갖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내 삶에 나에게 맞는 실천적 노력을 추구해야 하는 것을 결론으로 삼고 마음 속에 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책의 구성에 따른 한계일 수 있겠지만, 인터뷰 형식에 멘토라는 호칭까지 붙여서 그런지 '멘토'들을 무한 찬양만 하고 있다. 한마디 한마디에 대해 비판적 수용이 전혀 없이 쓰여진 것도 조금 아쉽다. 그래도 괜찮았던 점은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해 이들이 가진 경험이나 느낌,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이들의 인생책을 통해 나도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은 긍정적인 점으로 남아있다. 앞으로 21권(엄밀히 말하면 싫어하는 사람의 추천책 6권을 뺀15권ㅋ)을 차근차근 읽어보며 책 읽는 청춘이 되어야겠다.



ps. "책 한 권을 읽고 고민하는 것이 토익 점수 몇 점 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닙니다."(차승재 인터뷰) p. 254

이 말에 토익보다 독서를 선택하려 했으나, 나 같은 경우에는 현업에서 토익 점수, 영어 실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토익 점수 몇 점을 더 올리는 게 더 큰 가치를 지닐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결국 다시 독서보단 토익인가...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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