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신청년행전

이직전서

inhovation 2018. 12. 30. 00:00

1

인사

○평범한 회사의 직장인 청년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교육기관에 흩어진 청년 직장인

2 곧 회사의 계약서에 따라 (어떤 청년은 계약서도 없이 일한다 함을 내가 들었지만) 회사에 순종함과 매월 들어오는 월급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받은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더욱 많을지어다

매너리즘에 빠지다

 

2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한지도 이제 삼년 차라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삼년, 육년, 구년 차에 회사생활에 위기가 찾아온다 하였으니 나도 삼년 차에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되기 시작함이라

2 힘들었던 신입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일을 했던 첫 번째 해가 지나고, 작년에 해 봤으니 더 잘 할 수 있겠다 했던 두 번째 해가 지나고,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은 세 번째 해가 찾아와 같은 일을 또다시 하다 보니

3 언제나 열정적일 것 같은 회사 생활이 언젠가부터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라

 

팀장이 이상하다

4 ○그러므로 회사 생활에 점점 활력을 잃어가며 주변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니 먼저는 필요악과 같은 야근 강요라

5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마치고 퇴근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나 칼퇴를 했다고 다음 날 팀장이 어제 일찍 갔던데 무슨 일 있었냐고 되묻는 것을 나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으니

6 야근을 하라고 대놓고 강요라도 하면 할 일 다 했다고 대꾸라도 하겠지만 은근히 돌려서 물어보면 딱히 할 말도 없고 기분만 상하니라

7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을 일이 적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여 업무분장까지 다시 하며 일을 넘겨주는 팀장으로 인해 일하는 척 야근을 했던 적이 허다하니라

8 ○팀장의 답답함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니 다른 팀에서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우리 팀에게 넘기려 할 때에 도와주겠다고 하며 프로젝트를 넙죽 받아오니 결국 일하는 자는 팀원이라

9 이때에는 마치 우리 팀장이 아니라 남의 팀장 같으니

10 그러므로 우리 팀장은 우리 팀에서는 멸시를 당하나 다른 팀원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았느니라

 

팀원도 이상하다

11 ○일부 팀원과의 관계도 나를 힘들게 하였으니 의견이 다르고 성격이 다름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정말로 있더라

12 근무시간에 졸음을 넘어서 수면에 이르기는 일상이요 이러므로 야근이 계속되니 윗사람들의 눈에는 일이 너무 많거나 자기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니 답답한 노릇이라

13 가끔 자는 모습이 팀장에게 발각되면 그 팀장은 그를 혼내기는커녕 이르되 네가 일이 너무 많아 힘든 것이 아니뇨 너무 무리하지 말 것은 건강이 제일이라 하니 이 말을 듣는 모든 팀원들이 답답하여 경악하니라

14 ○또 다른 팀원은 유난히 무능력했으니 엑셀을 주로 사용하는 업무에서 단축키는 고사하고 함수 쓰는 방법을 모르니 브이룩업만 쓰면 십초 만에 수만 개의 셀을 처리할 일을 며칠 내내 클릭하며 찾아보고 있으니(이 생각만 하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답답함이라)

15 일을 시킨 사람도 금방 끝날 것이라 하였지만 며칠째 마치지 못하여 연유를 살펴보면 일을 잘 하지 못함이니 결국 이 일이 또 나에게 넘어오게 됨이라

16 그러나 꼭 이런 사람의 카톡 프로필에는 성경구절이 쓰여 있거나 그리스도인임을 유추할 수 있는 영어문구가 쓰여 있으니 나와 같이 한 예수님을 믿는 이 팀원도 내가 정말 사랑으로 품어야 하는지 갈등하게 만드니라

17 결국 업무의 능력 차이에서 오는 이런 문제를 팀장에게 말하며 하소연을 해보아도 이르되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것이니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릴 수밖에 없도다 네 뛰어남을 내가 잘 아나니 그를 잘 도와주라 하니라

18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나도 기한까지 일을 질질 끌며 비효율을 추구하며 생산성도 떨어지고 마음도 편지 않더라

 

3

이직을 생각하다

○또한 예전부터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심각한 동료가 있었으니

2 그는 동료에게 작은 일에도 고성과 고압적인 태도를 습관적으로 취하는 자라 저의 성격이 그러함을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저와 이야기를 하다 그 일을 겪으면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님이라

3 그리스도인으로서 항상 착하고 온유한 자로 직장에서 생활하려 노력하였기에 묵묵히 참고 넘어갔으나 이를 지켜보는 모든 자들이 불편한 상황까지 이르게 됨이라

4 카톡 프로필에 성경구절은 없지만 예수님을 믿는 자요 신실한 동료가 하루는 내게 이르되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회사에서 호구처럼 당하고만 있으면 되지 않는 것 같으니

5 기록되었으되 뱀 같이 지혜로우라 하였도다 또 기록되었으되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하였으니 그의 악행에 대꾸도 하지 않고 참고만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닐지라 하니라

6 이에 하루는 내가 그를 불러 이르되 네 언행으로 인해 내가 심히 불편하니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니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며 고치겠다 하여 의외로 일이 잘 풀렸다 생각하였으나

7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음을 알았노니 서른 넘어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더라

8 전문직으로 일하기에 부서이동도 없는 나는 이직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니

9 과연 내가 이런 이유 때문에 이직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기도하며 말씀에서 답을 찾기 시작하니라

10 ○매너리즘에서 시작하여 이직하는 것 까지 생각하며 마음이 들뜨니 하루하루 출근하기가 더욱 힘들어짐이라

(계속)

 

 

꼭지명 : 신청년행전

제목 : 이직전서

 

2017년 10월 @QT Zine(Young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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