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청년행전

13. 신(新)아가서

inhovation 2016. 4. 23. 19:00

한 용기 있는 자의 사랑 이야기를 각색하여 소개하노니 짝이 있는 자는 그 시작이 어떠했었는지 추억해보고 짝이 없는 자는 없는 중에도 감사하며 용기를 얻기를 소망하노라. 기억하고 기억하라 짝이 있으나 없으나 우리는 다 주의 것이라.


1장

인사

1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이천구년 한 해 동안 큐티진에 청년행전을 연재한 나는

2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솔로인 모든 형제와 자매들에게 문안하노니 메리 크리스마스

3  너희가 커플이 아니라고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생기리라

4 짚신도 짝이 있는데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5 내가 이번 달에는 옆구리 시린 연말에 마음이 울적한 솔로들에게 힘을 주고자 한 형제의 용기 있는 사랑 이야기를 소개하니

6 일천구백구십팔년부터 십년을 연애하고 지금은 결혼 삼년차로 아내와 백일이 갓 지난 아가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부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이라


신(新)아가

2장

첫 만남

1 한 형제의 아가(雅歌)라

2 내가 대학에 갓 입학하고 난 뒤  성가대에 들게 되어 너를 처음 보았구나

3 네 첫 모습은 아름다운 뒤태였으니 드문드문 갈색으로 염색한 너의 긴 생머리는 하늘공원에 흔들리는 억새풀 같구나

4 카키색 티셔츠에 평범한 캐주얼 차림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너의 뒷모습은 흙 속의 진주와 같도다

첫 대화

5 대학 입학을 축하한다는 너의 말에 나는 소심하게 '네'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었으니

6 너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연상의 여인이로구나

7 나에게 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는 너의 말에 내 마음은 '누나를 나에게 소개시켜주세요'라고 외치고 있구나

8 이렇게 시작한 첫 대화는 내가 영원히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추억이로다


이상한 일

9 너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니 나는 또 짝사랑에 빠졌나보구나

10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의 머리에서 풍기던 샴푸 향기가 자꾸 떠오르니 이번에는 내 짝사랑의 정도가 더 심한 것 같구나

11 내가 아무리 그 향기를 다시 맡고 싶어 좋은 샴푸로 내 머리를 감아도 그 향기를 낼 수 없으니 내 마음이 심히 답답하구나

12 그러면서 나는 언제 한번 학교로 놀러온다는 너의 약속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구나


데이트

13 네가 정말로 학교로 놀러온 사실에 내 마음은 매우 기뻤지만 걱정도 되었으니

14 내가 미팅 한 번 해 본, 여자 친구 한 번 사귀어 본 경험이 없었음이라

15 여차저차해서 파파이스로 가니 너는 열 손가락으로 닭다리를 뜯는 날 나무랐도다

16 두 손가락만 써서 닭을 먹는 시범을 보여 주는 너의 모습은 닭 무리 속에 끼어 있는 봉황과 같구나

17 너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궁남지의 연꽃 향기보다 향기로운 네 머리카락의 향기가 풍겨오니 나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로구나


편지

18 이어지는 만남 속에 난 너를 마음에 두게 되었으니 내 마음이 폭풍우 속 난파선과 같이 요동쳤도다

19 네가 나를 그냥 동생으로만 그냥 그 정도로만 아끼고 챙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느니라

20 너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데 확인할 길이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구나

21 결국 나는 러브레터를 쓰기까지 이르고 이를 몰래 너의 가방에 넣어 전달하니 내 심장이 심히 떨렸도다


삐삐

22 수업이 얼마 남지 않아 삐삐의 조그마한 액정으로 시간을 확인한 나는 너에게서 삐삐가 한 통 왔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23 바로 그 순간,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바로 그 순간 삐삐의 진동이 내 손안에서 퍼져 온 몸을 감쌌도다

24 헉!

25 기적과도 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쁜 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도다


3장

고백

1 삐삐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마지막에 던진 너의 말을 듣는 나는 뭔가 큰일이 터질 것만 같았구나

2  '나… 나… 나… 나 너 좋아해'라는 말에 나는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구나

거리감

3  서로의 마음을 알았지만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구나

4 마음은 늘 날아다니는 듯했지만 너와 막상 대면하면 어색한 기운마저 감도는구나

5 아, 난 여전히 너를 누나라고 부르는구나

6 이 미묘한 거리감이여


비디오방

7 어느 날 나는 너와 비디오방을 가게 되었구나(그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고 비디오를 볼 목적이었음을 잊지 말라)

8 나는 반쯤 누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영화에 몰입하려 하던 그 때에 너는 참으로 대범한 행동을 하였구나

9 나에게 팔짱을 낀 너의 행동에 순간 너무 놀랐지만 나는 태연히 비디오를 보는 척 하였구나

10 하지만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는 마치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 소리 같았도다


손 마주잡기

11 우리가 팔짱은 꼈어도 손은 못 잡았으니 나는 참으로 순둥이였구나

12 '손잡아도 돼?'라는 질문에 너는 나에게 '그런 건 묻지 말고 남자가 먼저 확 잡아버려야지'라고 면박을 주는구나

13 그렇게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았으니 그 때 너는 베이지색 봄 점퍼를 입고 있었구나


누나는 없다

14 말은 놓은 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누나라는 호칭은 버릴 수가 없어

15 나는 삐삐 음성 메시지에 '이제 누나라고 안 불러도 되지?'라고 녹음했으니 또 물어보는 식으로 말해버렸구나

16 나는 조금 더 강한 면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쭛쭛야 사랑해'라고 했으니 처음엔 참으로 어색했구나


사랑을 하면

17 서로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웃지 않을 수 없구나

18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구나

19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구나

20 잠을 잘 수가 없구나

21 잊을 수가 없구나

22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2009년 12월 @QT Zine(Young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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