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

75. 크고자 하면 내려가야 합니다, 빌 하이벨스 지음, IVP 펴냄

inhovation 2016. 2. 29. 23:14

겁나고 두렵고 떨리지만 내려가야 하는 이유


"선생님, 저 ㅇㅇ랑 이제 말 안해요."

"왜??"

"몰라요. 쫌 싸웠어요."

"왜 싸워~?"


  얼마 전, 과외하던 ㅁㅁ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너무나도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고, 이렇게 말하는데 "조용히 하고 공부나 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무려 1시간 30분 동안이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사소한 다툼이었지만 금새 화해하지 못해 몇 일째 서로 서먹서먹하다 못해 완전히 단절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선생님이란 입장에서 "야, 그냥 걔랑 쌩까."라고 할 수 없어서(사실 본심도 아님) 먼저 화해하고 말을 걸어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ㅁㅁ의 잘못이 아니기에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 싫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그럼 ㅇㅇ랑 몇 년 동안 친구였는데 이렇게 절교할꺼냐?'고 말하며 계속해서 설득했다. 비슷한 나의 경험, 책에서 봤던 이야기, 신앙생활 등등을 해주며 화해시키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 계속 되었다. 나는 답답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고 ㅁㅁ 역시 답답했지만 나에게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그러다 결국, ㅁㅁ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

'아니아직'


  문자로 얘기하기가 답답했는지 ㅇㅇ가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통화가능해?'

'응'


  그리고 ㅁㅁ와 ㅇㅇ가 3일만에 전화기를 통해서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ㅁㅁ 앞에서 절대 흥분해서 화내지 말라고 속닥이며 얘네들이 뭐라고 말하나 들으며 앉아있었다. 먼저 전화를 한 ㅇㅇ가 그동안의 자기 입장과 생각을 말했다. 그 말을 다 들은 ㅁㅁ도 역시 자기 입장과 생각을 다 말했다. 오해는 풀린 듯 했다. 전화기 넘어로 ㅇㅇ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ㅁㅁ도 울었다. 나도 역시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참았다. 매우 뿌듯했다. ㅁㅁ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외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내자고 했다. ...

 

  'ㅁㅁ야, 그동안 미분적분 배운건 까먹어도 오늘 경험한 이 짧은 사건은 절대 잊지 말길^^'


  비록 과외는 짤렸지만,  집에 가는 길에 마지막 문자를 보내며 매우 흐뭇했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두 인생의 최고점을 찍고 정상궤도에서 모두의 부러움을 살만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인생의 최고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빌 하이벨스 목사님의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그 인생을 보며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아, 이게 최고가 아니구나...'

  책을 읽다 보면 하나님이 모든 것을 버리고 인간의 몸으로 '내려오신'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따르기 원한다고 하는 우리는 삶 가운데 얼마나 예수님의 모습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우리는 크고자 하지만 그 방법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인지 자문해야 한다.

  앞에서 들려드린 이야기에서 ㅁㅁ의 모습과 여러분의 모습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ㅁㅁ를 설득하는, 거의 한 시간 동안 ㅁㅁ는 절대 사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친구의 그동안의 반응과 성격을 분석하며 아무래도 자기와 관계를 끊으려고 여태 말을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내가 사과했는데 ㅇㅇ가 그 사과를 안 받아 주면 어떻게 하냐고 따지기도 했다. 자신이 친구보다 높은 위치에 서서 친구가 먼저 낮추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네가 먼저 낮은 자세로 친구와의 관계를 풀어 보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님이라면 친구들과의 서먹서먹한 관계 가운데서 쌩까지 않으실 거란 믿음 때문에...

  우리는 크고자 한다. 남들보다 위에 있길 원한다. 돈, 명예, 권력, 학벌 등등 모든 것에 있어서 남들보다 위에 있고자 한다. ㅁㅁ도 그랬다. 절대로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문제를 건드리며 접근해보니 모든 것이 잘 해결 되었다. 마지막 과외를 하는 두 시간 동안 ㅁㅁ는 정말로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우리는 내려가야 한다. 예수님께서 그런 인생을 사셨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셨다. 만나는 사람들도 죄다 사회에서 밑에 있는 사람들 뿐이였다. 그리고 십자가를 선택하시는, 철저하게 내려가는 삶을 사셨다. 하지만 예수님이 내려가는 데에서 끝났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예수님을 따라 살기란 정말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처절한 노력과 희생을 감수하며 내려가는 삶을 살 때에 우리는 크고자 원했던 삶을 살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유익이 무엇인지는 각자 실천하며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내려가는 삶을 선택하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라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빌립보서 2:5-11)

 

2008년 12월 4일 @gg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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