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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재택근무를 위한 3가지 해결 조건

inhovation 2021. 1. 2. 23:17

작년 한 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재택근무라는 것을 해 보고, 생각보다 너무 오래 가서 연말까지 계속 됐다. 올해에도 재택근무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완전 초기에 느꼈던 점인데, 비슷한 것도 있고, 좀 더 현실을 오래 마주 하면서 생각이 많이 생겨서 다시 한 번 정리 해 보려고 한다. 사실 1, 2번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사례(?)가 더 늘었을 뿐.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3가지 이유 (재택근무의 현실)

코로나19로 인해 요즘 재택근무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슈인가보다. 포털 메인에도 재택근무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 보면 많은 사람들이 또 이런 기록들을 남기고 있고. 나도 메인에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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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능한 근무를 위한 업무 내부 환경 조성

1, 2가 비슷하면서도 설명하는 대상이 달라서 말이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먼저 업무 자체적인 그 내부만 들여다 보았을 때, 여기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말 할 것도 없고, 재택-출근을 섞어가면서 일 하다보니 외장하드로 데이터 관리하기도 힘들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지금은 풀어줬지만) 보안 정책상 외장하드 읽기 쓰기가 회사 컴퓨터에서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은 불안정한 vpn 망으로 인해 가끔 업무 내용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 특성상 가끔 프로그램 코드를 돌려야 하는 일이 있는데, 외장하드의 드라이브 순서가 집-컴퓨터 간 맞지 않아 사소한 working directory 에러가 나는 것도 귀찮았고, 이래저래 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내부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점이, 적응되기보단 피로감만 더 쌓이게 했다. 아, 차라리 출근을 쭉- 하거나, 재택을 쭉- 하거나 하면 좋겠는데. 하는 이런 생각.

회사에서 이제 전직원 망분리 하면서 노트북을 모두 지급해서 가상PC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바꾼다고 하는데, 어떻게 더 편리해질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난 2월부터 육아휴직이라 노관심...ㅋ)

 

2. 집중을 위한 업무 외부 환경 조성

사실 재택근무를 하기 전에,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는 일을 1도 하지 않았다. 일이 많으면 야근을 하고 차라리 집에 늦게 들어왔지, 집에서는 오로지 가족과 함께 보내고, 개인의 시간을 보내는 용도였다. 공부를 하거나... 회사 관련 일을 집에 있는 데스크탑에 설치하는 '오염행위'를 하기 싫었고, 이런 순결은 거의 10년 간 잘 지켜졌었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재택근무 앞에 나의 순결도 빼앗기게 되었고, 데스크탑엔 온갖 회사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vpn부터 시작해서 사내 메신저, 결재문 작성 프로그램 등등등. 여름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재택 잠정 종료(?) 시즌이 잠깐 있어서, 집 컴퓨터에서 회사의 흔적을 모두 지웠는데 프로그램이 깔끔하게 제거도 되지 않고... 그랬다. 그래서 육아휴직 하면 포맷을 하려고 한다. ㅋㅋㅋ

아, 갑자기 이게 본론은 아니었는데 욱 했는지 다른 얘길 조금 했다. 여튼,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뭐냐면, 관련해서, 그만큼 나는 '집'을 '일'하는 공간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젠 애들도 '아빠는 방으로 출근'하는 게 조금 익숙해졌는지, 9시 넘어서 문 닫고 있으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거실에서 엄마랑 논다. 아내에게 항상 미안할 뿐. 그런데 이것도 웃긴다. 내가 아내에게 왜 미안해 해야 하는 것인가? 나 '개인'이 아내에게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늬앙스는 아니고, 회사에서 일 하면, '아 아내는 집에서 애들 보느라 힘들겠구나, 미안하네', 뭐 이정도 생각일 수 있겠는데, 문 밖에서 애들 둘이 싸우고 울고 갑자기 막 둘째 기저귀 갈아줘야 하고, 난리인 이런 상황들을 듣고 일을 하고 있으면 '아 내가 당장 못 도와주네, 어쩌지...', 이러면서 미안함을 넘어 죄책감까지 든다. 정상적인건 아니라고 본다. ...

여튼,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 이런 업무 외적인 환경 때문에. 회사가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 같고. 애들 둘 다 유치원, 어린이집을 가거나, 뭐 이래야 할텐데, 코로나 때문에 이것도 사실상 힘드니, 온 가족이 집에 갇혀서 이러고 있는거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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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과 삶의 분리

사실 이게 제일 크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거실의 상황' 속에서 사실상 재택근무를 집중 할 수 없다. 가끔은 내가 똥기저귀 갈아주러 나가야 하기도 하고, 싸워서 둘다 울면서 한 명은 엄마 찾고 한 명은 아빠 찾고 하면 문을 열고 상황을 진정시켜야지 나는 다시 일을 할 수가 있다. 이러니 근무시간 중에는 일을 하는것도 쉬는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반복된다. 특히 지난 연말은, 모든 회사가 연말이 바쁠 수 있는데, 12월이 진짜 엄청 바빴다. 회사에 있었어도 아마 야근을 밥먹듯이 했을 것 같다. 회사 출근을 했던 며칠은 밤 늦게까지 일하고 택시타고 집에 온 날들도 꽤 있었으니... 뭐, 그런데 이전부터 야근은 종종 했었지만... 여튼.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까지 몰리게되니 집에서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회사처럼 6시 이후에 일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6시에 정규업무시간이 끝나면 9-10시까진 저녁먹고 애들 씻기고 놀아주고 재워야 한다. 같이 잠들지 않으면 일어나서 새벽까지 일하고, 행여나 같이 잠들어 버리면(내가 1등으로 자면...) 새벽에 깨서 아침까지 일하고 1-2시간 자고 9시 출근 찍고 다시 일을 한다. 와, 진짜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까 너무 지쳤다. 체력적인 그런게 아니라, 전혀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으니까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지고 그랬다. 난 뭐하는걸까. 내가 원해서 이러는 것도 아니고, 회사 일 때문에 이러고 있는게...


여튼, 힘든 한 해 였지만, 어떻게 또 다 지나갔다. 2020년은. 한 달만 버티면 된다. 육아휴직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 이런 재택근무도 끝이다. 뭐, 복직할 때는 상황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재택근무를 한다면 앞선 것들이 좀 해결되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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