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

40.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최인호 지음, 여백 펴냄

inhovation 2016. 2. 29. 22:41

어머니와의 외출


  지난주에 어머니와 계양산에 갔다 왔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계양산을 자주 다니시는 편이라서 종종 제게 같이 가자고 하시지만 저는 매번 거절을 했습니다. 귀찮기도 했고,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제가 어머니께 함께 산에 가자고 말씀을 드렸고 어머니는 흔쾌히 동의하셨습니다. 출발하기 전부터 무덤덤한 제 모습과는 달리, 어머니는 뭐가 그리도 기쁘신지 분주하게 이것저것 준비하셨습니다. 집을 나서 정상을 향해 가는 동안 어머니와 저는 많은 대화를 나누며 모자간의 정을 나눴습니다. 몇 년 만의, 아니 태어나서 처음 어머니와 산에 간 것 같습니다. 같이 가자는 부탁에도 매번 거절하던 아들이 무슨일로 먼저 산에 가자고 한 것이 어머니도 의아하셨는지 제게 물었습니다.


“아들, 근데 왠일로 먼저 엄마한테 산에 가자 그랬어?”

“... 엄마 걸어다닐 수 있을 때 같이 산이라도 가 둬야지...”


  정상에 가서 조금 쉬다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무언가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평소에 안하던 것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평소에 자주 티격태격 하던 어머니와 조금 더 가까워진걸 느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0여 년 전부터 돌아가신 후 큰 누이를 떠나보낼 때까지를 쓴 작가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정말로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변하긴 힘들겠지만, 집에 같이 있는 어머니와 평소에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까지 싸우기도 하지만 이제 정말 그만해야겠다는, 순종하며 공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양산행이 그 결심의 첫 번째 실천이었습니다. 산을 내려오며 어머니께서는 들뜬 마음으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며칠 후에 서구 공원에 국화꽃 많이 피면 거기 한번 가자.”


  대답은 안했지만 이것이 결심의 다음 실천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화를 보며 기뻐하실 어머니를 생각하니...

  바쁘다고만 하는 그 시간 속에서 잠시 여유를 내어 어머니와 외출하는 것, 은근히 즐겁고 가슴 벅찹니다. 어머니와의 외출을 여러분들에게도 꼭 권합니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에베소서 6:2)


2006년 9월 4일 @gg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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