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

39. 부끄런 A학점보다 정직한 B학점이 낫다, 박광철 지음, 문예춘추 펴냄

inhovation 2016. 2. 29. 22:40

사필귀정(事必歸正)


  휴학을 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휴학이었습니다. 원래는 2학기까지 완전하게 마치고 하려 했지만, 방학을 하자마자 부모님과의 논쟁 끝에 결국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부모님을 설득시킨 근거는 될 수 있으면 빨리 군복무(?)를 마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속사정은 따로 있었습니다.

  2학년부터 시작되는 전공수업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고3보다 더 힘들었던 적을 꼽으라면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매주 제출해야 하는 수많은 문제풀이, 주6일 수업, 밤9시까지 이어지는 보충수업. 이건 대학교가 아니었습니다. 어찌됐건 이런 상황 속에서도 크리스찬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은 했습니다. 3월에 「나는 정직한자의 형통을 믿는다」라는 책을 읽고 큰 도전이 되어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4월, 5월, 날이 갈수록 지쳐만 갔고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짓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문제도 스스로 풀고 했는데 조금씩 남의 것을 베끼기 시작하더니 학기말이 되어서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베껴서 낸 적도 수두룩하였습니다. 이유는 오로지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이러면서도 양심은 있었는지 걷잡을 수 없는 회의감과 옳지 않은 일을 계속 반복한다는 심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학기를 마치고 성적을 봤는데, 매우 실망하였습니다. ‘부끄런 A학점’이라도 나왔다면 기분이라도 좋았을 텐데 ‘부끄런 C학점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많은 생각을 해 보니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고 마음이 편합니다. 성적표에 A가 즐비했다면 평생 부끄러운 상처로 남아있을텐데 하나님께서 주신, 정직하지는 않지만 사필귀정이 된 C학점들이 오히려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많은 대학생 청년들이 개강을 했습니다. 매년 그랬듯이 이번학기에도 부담스러운 리포트와 중간·기말고사의 압박에 시달릴테지만, 그 가운데서도 정직한 B학점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에게 하나님께서 정직한 A학점을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7)

 

2006년 8월 28일 @gg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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