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

48.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 푸른숲 펴냄

inhovation 2016. 2. 29. 22:47

2006년 11월 25일~26일 육군훈련소에서...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들고 있던 수정형님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얼마 전, 이 책을 읽은 슬기(동생)을 통해서도 또 알게 되었다. 책을 본 첫 느낌은 그냥 그저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훈련소. 딱히 내 흥미를 끌만 한 것이 없는 곳이다. 내무실 한쪽에 있는 책장에서 골라잡은 책은 그나마 얼핏 알고있는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첫 인상과는 달리 첫 페이지를 넘기고 계속해서 읽다보니 상당히 재밌었다. 불침번 근무를 기다리면서 침낭 속에서 랜턴을 켜고 볼 정도면...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이 책 처럼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파고들어 보니 재밌는...

  내용은 제목 그대로였다. 세계일주를 걸어서 마친 바람의 딸 한비야가 해남 땅끝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횡단하며 일주를 마침 내용(일기)이다. 시작하는 전라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부터 걸어서 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말에도 웃으며 횡단을 시작한 한비야. 사실 세계일주도 걸어서 마쳤는데 우리나라 횡단은 그녀에게 매우 쉬웠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유명인사이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어렸을 땐 아버지를 여의고 대학도 남들보다 훨씬 늦게-그렇다고 일류대학도 아닌 곳을-갔다. 사실 그동안 내가 다 알고 있던 내용들이 아닌가? 화려한 스타의 뒷 배경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나는 자꾸 자신감을 잃어가기도 했고 자꾸 내 미래에 대해 의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었다.

  책의 내용 중에서 이런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생에는 자신의 시간이 있다고... 사회의 통상적인 시간 개념을 부정하는 말이다. 몇 살에 대학 졸업, 그리고 언제는 취직, 그리고 몇 년 후 결혼... 어쩌면 이런 강박관념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비야의 말은 참으로 위안이 된다.

  사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잘은 모른다. 하지만 목표는 있다. 기한도 정해놓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너무 강박관념을 갖지는 말아야지. 한비야가 말한 '자신의 시간'이라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때를 가리키는 '카이로스'인 것 같다. 기도하며 카이로스를 기다려야겠다. 자유롭게 행군을 하는 한비야처럼... 열심히 걷는 날은 걷고, 쉴 땐 한 걸음도 안 걷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마치 어렸을 때 듣는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라'는 말과 같은 것 같다.

  다시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내 책이 아니라 밑줄을 못 치며 읽어서 조금 아쉽다. 반드시 다시 사서 줄을 그으며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나도 한번 우리 나라 횡단을 해 보고 싶다. 난 자전거로. 아니, 하자! 적절한 때를 정하고 잘 계획해서 꼭 해봐야지.


※ 잠시 훈련소에 있을 때 책 읽고 써온 독후감입니다. 같이 나누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한 번 올려봤습니다. 나오자 마자 책 사서 읽고 싶었는데 어떻게 지내다보니 2달이 다되도록 다시 읽어보기는 커녕 아직 책도 안샀네요. 이제 정말 사서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안 읽어보신 분은 꼭 한번 읽어보세요.

정말 재밌습니다.^^

 

2007년 1월 23일 @gg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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