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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먹고 행복했던 2024년을 마무리하며

inhovation 2024. 12. 31. 10:38

2024년 12월 31일 10시 38분에 제목만 쓰고 임시저장을 해 놓고, 글을 쓰는 현재 시점은 2025년 2월 17일 월요일 21시 58분. 런닝머신 36분 6km를 뛰고 씻고 나온 상태. 늦게나마 한 달 반 동안 숙제처럼 남겨놓은 2024년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사실, 2024년 12월 말에 글을 쓸 시간이 있었는데 노느라, 정확히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느라 못했다. 그 때는 머리를 쓰며 글을 남기는 것 보다 영화 보는 것에 더 끌렸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감사한 2023년을 마무리하며

작년에 그랬던 것 처럼, 올해도 한번 잠시 돌아보며 결산을 해 보려 한다. 박사 학위를 받고 이직 실패한 2022년을 마무리 하며 2022.12.30.(금) 한 해를 돌아보면, 연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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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한 줄로 정리해보니, 제목과 같이 놀고 먹고 행복했던 한 해였다. 가족과 집에서도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고, 여기저기 놀러도 많이 다녔다. 회사에서도 즐거웠다. 2023년 말에 보건복지부 장관표창을 받고, 2024년이 되어 3월에 승진도 하고 보직도 받았다. 동시에 월급도 많이 올랐다. 너무 즐거웠는지 잘 기억도 안나지만, 1월인가 2월에 이직하려고 넣은 곳에 서류 붙고 면접에서 떨어진 다음부터는 (승진 하고) 이직 생각도 (당분간) 싹 접었다. 그래서 즐거웠나보다. 신앙적으로는 여름까지 쭉 상승하다 이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금 그 때를 돌아보면,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 더 단단해지고 깨달은(하나님께서 알게 해 주신) 것들이 있어서, '그런 시간도 있지'정도로 생각하련다.

월드컵공원에서 있었던 10km 달리기

작년에는 족저근막염도 99% 완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호전되어서 달리기도 다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많이 했다. 10km 달리기 대회도 한 번 나갔는데, 사실 이제 나에게는 10km 대회가 큰 의미가 없다. 혼자 뛰어도 10km는 못 뛸 이유가 없고, 최장 15km도 넘게 뛰어봐서, 다음 목표는 거리로 보자면 하프이다.

 

캄보디아 선교

1월. 청소년부 캄보디아 선교를 따라갔다. 2023년 늦가을 즈음 다소 급하게(?) 마지막 퍼즐로 따라가게 되었다. 역할은 회계 겸 사진기사. 인솔교사가 그렇듯 잡부 역할도 있었고. 선교 가기 전에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진짜 이래저래 힘들었는데 (선교팀 안에서도, 회사 상황으로도), 많은 사랑을 경험하고 온 시간이었다.

 

경주 석굴암 가는 길

2월. 급 결정해서 가게 된 2박 3일 경주 여행. 세온이가 불국사와 석굴암을 궁금해 해서, '그럼 가자'하고 급하게 갔다. 불자도 아닌데, 간절한 마음으로 석굴암 오픈런 해서 1등으로 봤다. 두 번 봤다. 오고 가는 거리가 있었지만, 나도 아내도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 경주에 가보는 것이기도 하고, 가족여행으로도 처음 오는 것이라서 뭔가 의미도 있고 재미있었다.

 

10년 만에 새 아파트 입주

3월. 입주. 이 단어 하나로 가득찬 3월이었다. 잔금도 일찍 치러서 이사 전에도 몇 번이나 가서 청소도 하고 베이크 아웃도 하고 가구도 들이고, 이사하고 나서는 집들이를 거의 매 주 했다. 10번은 넘게 한 듯. 세온이 낳으면서 산 집을 1년만에 팔고, 새 아파트 지어지기까지 기다린건데, 오랜 기다린 만큼 더 벅차고 설레였다. 평생 살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전세살이 2년마다 이사다니고 했던 불안감은 없는게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 준다.

 

인천 답동성당

3월. 신포시장에 갔다가 시간내서 앞에 있는 답동성당에 갔다. 인천에 40년 살면서 처음 가봤다. 날이 따뜻해져서 여기저기 놀러 많이 다녔는데, 얼굴이 제일 밝아서 골랐다.

 

공주 곰나루

5월. 공주 여행. 이것도 급하게 정했다. 공산성 공부를 하고 있어서 '한 번 가보자' 해서 1박으로 다녀온 여행. 이후로 공주는 한 번 더 갔다. 올 해(2025년)에도 공주는 왠지 한 번 정도 더 갈 것 같기도 하다.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6월. 3월부터 K리그에 빠져서 경기장도 10번은 간 것 같다. 영상 중계로는 거의 다 챙겨봤다. 축구를 전혀 몰랐던 아내도, 축구 경기장에 돈 내고 처음 가본 나도, 어린 아이들도,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 팬이 되었다. 이 날은, 내 생일 기념으로 갔고, 장모님께서 아이들 유니폼도 사 주시고, 아내가 인스타 사연도 보냈는데, 문제를 잘 맞춰서 가장 좋은 상품인 요트 단독 승선권에 당첨됐다. 일심동체 퀴즈였는데, 제시어 '국가대표'를 세온이랑 나랑 둘 다 똑같이 국기에 대한 경례하는 포즈로 해서, 선수와 똑같은 포즈로 상품을 받게 되었다. 진짜, 첫 경기장에 갔을 때, 제시어 '무고사'가 뭔지도 몰랐는데, 이제, 아이들도 선수들 이름은 줄줄이 외운다. 올 해도 열심히 응원해야지!

 

경인교대 운동장

7월. 주말 어느 날, 아내는 집에서 쉬고 나만 애들하고 밖에 나와서 축구를 했다. 축구라기보단 공놀이. 이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2024년엔 진짜 많았다.

 

그리스 아테네 리카베투스산 (Lycabettus Hill)

8월. 그리스 출장. 아침 시간마다 운동하고 시간 날 때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알찬 출장이었다. 첫 날은 공원 달리기를 했고, 둘째 날엔 혼자 산에 달려 올라가고, 셋째 날엔 출장 일행과 산에 걸어 올라가고, 넷째 날엔 혼자 또 갔다. 이 사진은 넷째 날 사진이고, 혼자 일출을 감상한 사진이다. 앉아 있는 곳은, 산 위에 바위 언덕이고, 올라 갈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올라가진 않는 곳이다. 여기서 해 뜨기 전부터 해 뜨고 나서까지 한참 있었다. 정말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또, 고대 그리스 유적들을 보면서, 수 천 년 전 문명과 지금, 수 천 년 후의 문명에 대해 생각하며 사색하는 시간도 좋았다. 

 

춘천 프라임 캠핑장

9월. 2023년엔 그래도 캠핑을 좀 갔는데, 작년엔 한 번 갔다. 새 집에 들어와서 주말마다 집들이하고 시간을 보내느라 캠핑 갈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한 번은 가야하지 않나 해서,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우리의 첫 캠핑지였던 춘천 프라임 캠핑장으로 다녀왔다. 수영도 할 수 있었고, 날씨도 좋았다. 첫 장작으로 불멍도 하고 마시멜로도 구워먹었던 행복했던 시간. 아내가 프사로 좀 해 놓았었는데, 이정도면 아내도 진짜 즐거웠다는 것, 인정이다. 올 해는 캠핑도 다시 좀 다녀볼까 한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10월. 경주, 공주에 이은 호주 여행. 10박 12일정도였나, 10월 초 연휴에 거의 2주 간 다녀왔다. 여행 기간 동안 애들한테 절대 화 내지 말자고 다짐했던 우리 부부, 출국도 하기 전에 공항에서 화를 참지 못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좋은 경험도 많이 하고, 특히, 여행 마지막에 세온이가 엘리베이터 타며, '아 행복하다'라고 혼잣말처럼 했던 순간이 나는 가장 행복했다.

 

서울 롯데월드

11월. 날이 좀 쌀쌀해져서 에버랜드 대신 롯데월드를 갔다. 아침부터 밤까지 신나게 놀았다. 롯데월드는 연애 할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산타클로스 선물

12월. 산타클로스가 세 명에게 선물을 주고 갔다. 두 아이와, 30년 전 아이였던 한 사람에게. 예상을 했던 두 아이는 아침에 신났고, 예상하지 못했던 아내는 아침에 펑펑 울었다. 나는 새벽까지 있다가 늦게 자서, 아침에 선물 여는 모습을 바로 보지는 못했다. 산타클로스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월 별로 정리하고 있어서, 놀러 간 사진이 이정도지, 여기저기 놀러 다닌 것은 더 많다. 대한히 뭘 이루겠다고 목표 한 바도 특별히 없었고,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다. 지도교수님께 여러차례 연락은 오고, 그럴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논문을 볼 시간이 (노느라...) 없었다. 사실, 더 정확히는, 박사과정 자체가 일상의 행복과 병행하기 힘들어서, 일상의 행복을 뒤로 미루기 힘들어서 논문 투고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잠을 더 줄이기도 힘들었고.

 

얼마 전,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다, 내 삶이 '베틀'같다고 생각했다. 한올 한올 실을 짜 나갈때, 어떤 무늬가 될지 바로바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업을 하고 실을 짠 것을 보면 아름다운 무늬가 보인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행복의 실로 엮어나가다 보면 아름다운 행복한 무늬가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 2024년, 나의 '옛 한국식 나이' 39살, 참 좋았다. 30대 전반을 돌아보면, 그 시작점에서는 이렇게 될 줄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렇게 된 것 모두 다 감사하다고 고백할 수 있다. 40대는 어떤 다이내믹한 실들이 베틀에 끼워져 있을지. 20대의 마지막, 30대의 마지막과 같이, 40대의 마지막도 같은 고백을 하길 소망한다.  끝.

 

 

동남아여행 D-1, 스물 아홉, 20대의 마지막 글...

2014. 12. 31 2014년의 마지막 날, 언젠가부터 이런 특별한(?) 날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어렸을 때는 12:00가 딱 지나가는 순간에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오늘은 2014년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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