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 100일(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2017.2.24.금 (생후 100일)
100일의 기적은 없었다. 누가 100일이 되면 통잠을 잔다고 했던가? 어떤 분은 '우리 아이는 50일 때부터 통잠 자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우리 아이는 100일이 되어서도 통잠은 없었다. 누군가는 수면교육을 안 시켜서 통잠을 못잔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수면교육을 시키지는 않았다. 수면교육에 대해서 많이 찾아본 것도 아니긴 하지만, 아는 분께 얼핏 듣기로는 수면교육 시킬 때 아이도 많이 울고 부모도 힘들다고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수면교육은 따로 시키지 않기로 했다. 몇 달 전에 비하면 수면 시간도 점차 늘어나고, 물론 통잠은 없지만, 점점 괜찮아 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100일이 되면 통잠을 자진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100일날 무슨 일이 있었는가? 우선 유난히도 일찍 깼다. 새벽 4시 반. ... 분유 먹고 한 시간 넘게 놀았다. 6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재우고 한시간 남짓 추가 수면. 이대로 출근.
퇴근 후. 세온이가 졸려하는 것 같아서 밤 8시부터 재우려고 노력했지만 11시가 되도록 잠을 안 잔다. 아내는 잠 들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계속 돌아다니고만 있다.
생후 100일. 우리에게 100일의 기적'따윈' 없었고 대단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 생긴 새벽형 아기 때문에 더욱 피곤한 100일 아침을 맞이했다. 이건 뭐 100일 전으로 reset 되는 것 같은. 아, 너 새벽 4시 27분에 태어났지. ... 이렇게 세온이의 100일은 숫자적인 대단함 말고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 막 통잠을 자서 '이런게 100일의 기적이구나'를 기대했던 우리 부부의 희망을 처참히 짓밟는...ㅋㅋ 아내 왈, 시간이 은근 빠르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든 통잠을 자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 마냥 고맙기만 하다고. 그치. 시간이 참 빠르지. 생후 몇일인지 세는 것도 1자리에서 2자리로, 2자리에서 이제 3자리로, 긴 시간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참 빨리도 지나왔다. 이제 3자리를 3년 정도는 가져가야 한다. 999일까지.
그럼, 1000일의 기적은 있을까? 1000일. 가늠이 안된다. 그 때, 세온이는 걷기도하고 뛰기도 하겠지. 아직 이유식도 시작하지 못했지만, 그 때에는 내가 해 주는 맛있는 '어른음식'도 같이 나눠 먹을 수 있을까? 1000일의 기적. 기적은 빼자. 우리 아이에게 무슨 '특별한' 기적만을 바라면서 살겠는가. 아내의 말마따나 건강히 자라고 있는 하루하루가 우리 부부, 그리고 세온이에겐 기적같은 하루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줘서 고맙다, 세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