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사람을 통해 듣는 북한 교육의 실태를 알아본다
No. 123
북한에서는 어떻게 교육할까
한만길 엮음
우리교육 펴냄
방학동안 읽는 북한에 대한 기초 다지기 4번 째 책이다. 10권을 샀는데... 6권 남았고, 어제 두 권을 더 사와서 아직 8권이 더 남았는데...(ㅠㅠㅋ) 북한개발협력학을 공부하며 교육 분야로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이번 책, '북한에서는 어떻게 교육할까'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에 읽었던 두 책('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과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는 정치적인 색을 띠고 있었지만, 이 책은 정치적인 색을 떠나서 북녘에서 살다 온 16명의 생생한 교육체험기로 북한 교육의 실태를 직접 책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정치색을 띤 책을 읽으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해야 하는지 등등이 좀 복잡하고 머리도 아팠는데 말이다.ㅋ)
이 책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탈북청소년교육지원특임센터의 한만길 소장이 엮은 책이다. 16명의 탈북자들의 증언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아쉬운 것은 이 책이 20세기의 책, 1999년도에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12년이 지난 지금의 북한 교육의 상황을 대변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지만, 이 책을 통해 그래도 지금의 북한 교육 상황을 어느정도 유추해 볼 수는 있었다.
우선, 이 책은 총 세 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1990년대 이전의 북한 교육에 대해 다루고 있다. 집필자들이 대부분 1994년 식량난 이전에 탈북한 사람들이어서 비교적 정상적인 교육 현실을 회상하며 그리고 있다. 2부는 식량난 이후 극도로 열악해진 교육 현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학생과 교사 모두 학교에 충실하지 못하며 식량난에 허덕이는 모습이 대부분 그려지고 있다. 3부는 1부와 2부에서 댜룬 내용들을 종합하며 분석하고 해설을 덧붙인 집필자의 글이다. 16명이 각각 서술한 다른 내용들이 분야별로 알맞게 묶여 북한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책 전체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비록 10년도 더 된 책이지만 이 책을 읽고 지금의 북한 교육의 현실을 생각해보니 정말 암담할 것만 같았다.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식량난은 우리도 알다시피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비록 2000년대 초반에 김대중 정부 등의 쌀 퍼주기,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의 소 퍼주기(?) 등의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위한 도움의 손길도 있었지만, 과연 이런 식량들이 제대로 배급이 되었는지는 의문점으로 계속해서 남아있다. 북한에서 발생하는 아사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10년 전, 15년 전에 있었던 어려움이 심해지면 심해졌지 절대로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생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교원의 월급도 제때에 지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교사가 식량을 찾아 출장을 떠나 수업을 하지 않는, 학생의 결석이 빈번해지고 있는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더 심해져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며, 배급이 아닌,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 생활하는 모습이 암묵적으로도 용인되고 있다고하니 이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볼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앞에서 언급한 식량난도 가장 큰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에서 말하는 것 처럼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이 되지 않으니 교육과 같은 상위 욕구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말미에서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을 읽었다.
말하면 북한 교육을 회복하는 길은 인간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잠재 가능성을 인정하고, 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성장 가능성을 격려하고 조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 주민들도 자기 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성장의 욕구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와 장애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교육은 이러한 자기 실현의 욕구를 개발하도록 격려해 주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은 곧 북한 교육의 멀고도 먼 개혁의 길이 될 것이다. (p. 250)
그렇다. 북한의 교육은 김일성-김정일, 지금은 김정은의 세습 아래 말도 안되는 처지 가운데 놓여있다. 인민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세뇌시키기 위해 임진왜란이 이순신 장군의 노력이 아닌 민중의 힘에 의해 이긴 것이라고 왜곡하고, 이순신 장군은 양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싸웠다고고 가르치고 있다. 모든 학교생활의 시작은 학생든 교사든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닦는 정성사업으로 시작하고 수업 시작 전 5분 동안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명언을 되새기는 교양수업이 있는, 김씨 일가를 숭배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당의 방침대로 획일화시키고 자유로움은 말살시켜버리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인권을 짓밟아버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교육아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한만길 소장은 북한 주민들의 인간 회복을 현 시점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이것지 조금씩 이루어지며 북한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교육 자체의 변화가 아닌 북한 주민들의 사상의 변화이다. 억압된 세상 가운데서 조금씩 눈을 뜨며 탈북을 감행하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머리가 점점 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통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사회의 각 분야에서 심각한 혼란이 빚어지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내가 관심갖고 있는 교육의 문제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북한에서 지내온 생활과 방식, 사상이 다른 사람들을 맞이하며 이들을 교육한다는 문제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사상이 쉽게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그동안 배웠던 역사의 모든 부분들도 뒤집어 버린다는 것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간 회복, 이 인간 회복의 길이 바로 같은 시대, 다른 상황을 살았던 그들에게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나는 이를 위해 어떤 생각을 갖고 통일의 시대와 교육을 준비하며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공부해야겠다.
2012년 3월 2일 @inho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