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전상봉 지음, 시대의 창 펴냄
막연히 읽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책!
북한개발협력학 석사과정에 합격하고 입학 전에 '북한 관련 책 10권 읽자'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두 번째 책이다.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이 얼마나 가슴설레고 훈훈한(?) 제목인가! 서점에서 고를 때에도 이 책이 제일 기대가 되었다. 나 역시도 수 년 내에 통일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확신이 있고, 이 책의 제목처럼 통일이 되면, 그 때에는 마치 통일 관련 일이 블루오션과 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블루오션 중에 '교육 분야'에서 일하기 원하는 것이고.
그.러.나.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산산히 깨졌다. 간결하게 말하면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잘 모르겠고 맞는지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종북좌파적 성향이 너무나도 강한, 아니, 종북좌파세력의 책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 이 책이 왜 종북좌파적 성향을 띤 책인지 나름대로 비평해보고 통일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전상봉이다. 이전에 읽었던 '후계자 김정은'의 저자는 중앙일보 저자였다. 북한 관련 기자였고,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봤을 때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읽고 나서 북한에 대한 지식을 잘 정리해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저자에 대한 특별한 뒷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용이 점점 이상했다. 역사에 대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으며 왜곡하는 모습들이 점점 보여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에 대해 살펴보았다.
2008년,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친북, 반국가행위자 명단을 발표하였다. 100명의 명단 중에 바로 이 책의 저자, 전상봉이 포함되어 있었다. 선정 기준은 친북행위(북한당국노선을 고무, 찬양, 선전, 동조자), 반국가행위(헌법질서 부정파괴 및 국가변란 선전선동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정치노선이나 사상이 이렇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니 책의 내용이 왜 이런식(좌파적 성향이 강한 식)인지 이해는 하게 되었다.(그러나 절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책에 쓰인 단어가 이상하다. "그러나 열흘 뒤인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서거하면서 상황은 다시 ..."(95쪽)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느끼다가 '진짜 이상하다!'라고 느낀 부분이다. 김일성에게 "서거"라는 표현을 쓰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물론 앞에서 말한 저자의 정치적인 사상의 기준으로는 맞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167쪽의 '연합뉴스'의 기사 를 넣은 부분에서는 "김일성 주석 사망(1994년 7월)"이라고 쓰여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의 죽음은 서거가 아닌 사망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이다.
이 책은 통일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왜곡하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최근만 해도 북한은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피격으로 우리나라를 도발하였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2006년이므로 이러한 것을 논하는게 맞지 않는다 치더라도 2002년의 서해교전, 더 이전의 강원도 잠수함 무장공비, 땅꿀, 기타 수 많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왔다. 하지만 책에서 논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평화적인 모습뿐이다.
"7.4공동성명에 대해 북은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우리 민족 앞에 밝은 서광이 비치게 되었다'고 적극 반겼다" (p. 181)
북한은 7.4공동성명에서 이렇게 발표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문제점은 북한이 통일에 대해 가진 태도가 항상 '평화통일'만을 견지해 왔다는 것만을 들고 있다. 제시하는 근거 자료들도 모두 이런 것, 평화에 관한 것 뿐이다. 북한이 셀 수도 없이 많이 감행했던 군사적인 도발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은 한반도를 군사적 우위를 이용한 적화통일을 하여 한반도 공산화를 목표로 하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중간 쯤 1990년대 중후반에 남북의 관계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주장이 돌았던 때를 언급하며 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란 남북의 집권세력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유발하며 서로를 이용한다는 주장이다.(233쪽) 그리고 언급하는 것이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은 자신들의 취약한 정치 기반을 만회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계를 악용하여 정권 강화에 활용했다고 제기할 만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이나 되는 것인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통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독제체제를 강화해왔는데 말이다! 오히려 1996년 총선 직전 발행한 무장병력 투입이 미국의 고립압박 공세를 돌파하는 것이 우선적이고 시급했다고 말하며 북한을 감싸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하게 잘못된 내용이라 생각한다.
미국과 한국정부는 무조건 나쁜 일, 북한은 어쩔수 없었고 항상 착한일만?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느낀점이다.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무조건 동북아시아 점령 및 한반도 점령 야욕을 품은 나쁜 의도로만, 우리나라 정부는 항상 평화적으로 나오는 북한에 대해 반대하고 통일을 망치는 주체로만 묘사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상황과 배경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북한의 평화통일 입장을 거부하는, 그래서 통일을 망치는 입장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채택한 합의문에는 조국통일 3대 원칙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남측 당국은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심지어는 부인하기까지 한다. ..." (p. 186)
"주한미군은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과 대북전략의 첨병 역할을 한다. 또한 주한미군은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병폐를 안긴다." (p. 249)
"북의 핵 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햇볕정책의 실패가 아닌 부시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p. 338)
책의 모든 부분이 이런식이다. 우리나라정부와 미국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북한에 대해서는 항상 착한 이미지만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 후 경제체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위험하다.
"남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려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체제의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의 경제협력은 통일민족경제 공동체 수립을 통해 한반도 중심의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p. 211)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경제체제 아래,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체제 안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고 할 수 있고 빈곤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사정은 어떠한가? 사회주의, 배급체제 아래 굶어죽는 북한주민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원조를 통해 지급받는 식량조차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망해가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의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니, 저자의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 외에도 6.25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이 문제의 소지가 많다. 한국전쟁은 분명한 북이 남을 불법으로 침범한 남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은 전혀 없이 '전쟁이 일어났다'라고만 언급한다. 북을 감싸고 도는 의미가 다분히 엿보이는 부분이다.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나쁜의도로만 말한 점 역시 앞에서 다뤄왔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예비군훈련만 가면 2시간 동안 앉아서 듣는 안보교육의 내용인데 저자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부정, 왜곡하며 이 책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공동선언만이 완전하며 이를 벗어난 모든 통일에 대한, 안보에 대한, 북에 대한 논의는 틀렸다는 식이다.
그래도 괜찮은 점은... 책의 앞부분과 맨 뒷부분에는 '제1장 통일만이 희망이다', '제8장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에서 통일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다른 나라, 베트남, 독일, 예멘의 통일을 다루고 있다. 제1장이 그나마 좀 객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마지막 장에서도 다른나라의 사례를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베트남의 통일은 '민중의 승리', 독일의 흡수통일은 '부작용을 많이 일으킨 사례'로 설명하는 것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동안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는 이런 사람이 정말로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사람의 책을 내가 진지하게 읽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 충격이었다. (친북 반국가 행위자 명단도 보고 좀 놀랐다. 박원순 서울시장, 강기갑 국회의원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내가 정치나 이들에 대해 조금 알게 되어서, 괜찮았다. 이 '위험한 책'을 읽으면서 내가 통일에 대한 입장과 생각을 분명하게 해 줄 수 있어서. 또한 나의 정치적인 성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정리해 볼 수 있어서.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 내가 공부하며 통일에 대해 생각하는,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을 올바르게 세워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에서 쓰임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해야겠다!
2012년 1월 19일 @inho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