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제자도, 존스토트 지음, IVP 펴냄
제자됨의 기본을 말하다
존 스토트 목사님은 작년에 돌아가셨다. 이 책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쓴 책이다. 원서의 제목은 The Radical Disciple(급진적 제자)이다. 책을 두 번이나 읽었는데, 약간 어려운 느낌도 들었고 두번 째 읽다보니 잘 정리해 놓고 삶 속에 계속해서 적용해야 할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책을 전반적으로 정리하며 느낀점도 함께 적어보는 식으로 써 보려고 한다. 굵은글씨는 책에서 직접 인용한 부분이다.
머릿말에서 존 스토트 목사님은 제자도(The Radical Disciple)에 대해 설명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성경에는 그리스도라는 단어보다 '제자'라는 단어가 더 많이 나오며, 예수님도 이 단어를 즐겨쓰셨다고 한다. 또한 radical은 라틴어로 뿌리라는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들추어내고 철저하게 헌신하는 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둘을 합쳐 The Radical Disciple이란 "예수님에게 철저하게 헌신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우리는 선택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철저한 제자도를 회피한다. 적당히 헌신할 만한 영역을 고르고, 대가를 치러야 할 듯 한 영역은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우리에게 는 복종할 영역들을 취사선택할 권리가 없다.'고 존 스토트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자도'는 무엇인가? 존 스토트 목사님은 일생의 모든 신학적 경험과 지식을 이 책에 쏟아부은 듯 하다. 이 책에서는 총 8가지의 제자도를 말하고 있고, 이는 다음과 같다.
1. 불순응
2. 닮음
3. 성숙
4. 창조세계를 돌봄
5. 단순한 삶
6. 균형
7. 의존
8. 죽음
이러한 8가지의 제자도는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불순응
세상에의 불순응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완전히 등지고 사는 것은 아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말하는 다원주의나 물질주의, 윤리적 상대주의, 자아도취적 삶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는 내용이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구원을 말한다든지, 영적 생활보다 물질에 지배되는 삶으로의 변화, 무너져가는 도덕적 해이, 자기긍정을 경고한다. 세상방식과 하나님의 방식 중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리는 여론의 세찬 돌풍에 굴복하여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계곡의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닮음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가? 바로 성령충만을 통해서이다. 하나님의 뜻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고 영생을 얻게 하려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를 그리스도처럼 되기를 바라신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전에 교회에서 전도사님을 통해서도 들었던 내용인데, 그 때의 충격이 꽤 컸다.) '우리가 그리스도처럼 된다고?'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고 있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나타나지 아니 하였으나 그가 나타나시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의 참 모습 그대로 볼 것이기 때문이니." (요한일서 3장 2절)
성숙
교회의 수는 많아지고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숫자는 많아지고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소 추세라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복음의 놀라운 전파가 굉장히 급진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보이는 성장일 뿐 내면의 성숙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만 불려가기에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장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성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성숙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성숙이란, 그리스도를 예배하고 신뢰하고 사랑하고 순종함으로 그분과 성숙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 방법은 무엇보다도 먼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선하고 참된 시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진정한 예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바로 성경이다. 성경에 대한 지식은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안에서의 성숙은 단연코 특별한 소수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성숙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성숙에 이를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창조 세계를 돌봄
이는 나에게 약간은 생소한 장이었다. 자연과 생태계를 다룬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을 읽다보면 이것이 왜 중요한 제자도 중 하나인지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이 창조한 창조세계에 대해 우리들이 가져야 할 성경적 입장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을 숭배해서도 홀대히 해서도 안된다. 정복하고 다스리라고 하신 명령 앞에 우리는 창조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태계나 자연 파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존 스토트 목사님은 이런 것들에 관해 친환경 제품을 쓰거나 전기절약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단순한 삶
여기서는 "단순한 삶에 대한 복음주의의 언약"을 싣고, 다루고 있다. 챕터의 제목은 단순한 삶이지만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여러가지 영역에서 우리들의 단순한 삶을 촉구하고 있다. 창조세계, 청지기직, 가난과 부, 새로운 공동체, 개인적인 삶의 모습, 국제적인 개발, 정의와 정치, 복음 전도, 주님의 재림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나는 '개인적인 삶의 모습'에서의 단순한 삶이 와 닿았다. 우리 주 예수님은 우리를 거룩하고, 겸손하고, 단순하고, 자족하는 삶으로 우리를 부르신다. 그러나 내 삶을 바라볼 때 너무나 복잡하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신 4가지, 거룩, 겸손, 단순, 자족을 떠나 인생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모두 더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좀더 적은 돈으로 살고, 좀더 많이 나누기 위해 우리의 수입과 지출을 재점검하려 한다.
우리는 낭비하지 않고, 개인적인 의식주와 여행과 교회건축을 위해 사치하지 않기로 결단한다. 우리는 또한 필수품과 사치품, 창조적인 취미와 무의미한 신분의 상징들, 겸손과 허영, 특별할 때만 하는 축하 행사와 일상적인 이벤트,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 유행의 종이 되는 것이 구별됨을 인정한다. 어느 정도를 한도로 정하느냐 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양심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균형
이 장에서는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을 찾아가며 시작한다. 베드로전서 2장 1절에서 17절 말씀을 바탕이 되고 본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그리스도인을 비유하며 설명하고 있다.
아기(개인의 성장이 필요함) / 돌(서로 시멘트로 발라져 쌓여있어야 하는 교제)
제사장(예배 드리는 사람) / 하나님의 백성(복음을 증거하는 사람)
거류민(거룩해야 하는 사람) / 종(하늘의 시민이 되어야 하는 사람)
둘씩은 모두 개인과 공동체, 예배와 일, 순례자와 시민의 이미지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들이다. 어느 한 곳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균형을 너무나도 쉽게 간과하는 것 같다. 서로의 신앙의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이미지 가운데에 균형잡힌 제자로 바로 설 때에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의존
여기서는 처음으로 제자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나온다. 제자도란 하나님의 영광에 관심을 갖고 그분의 자비에 의존하는 것이다. 자립하는 모습도 필요하겠지만 제자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의존하는 것이다. 죄가운데서 우리 스스로 구원할 능력이 없음을 시인하고 구원자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의존하는 것 말이다. 예수를 주로 고백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고백을 하지 못한다. 즉, 의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육체적으로는 늙어가니 어쩔 수 없고, 우리의 영혼을 구원해 주실 분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께 철저히 의존하는 제자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죽음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이면서도 죽음의 종교이다.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이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원리에 대해 구원, 제자도, 선교, 박해, 순교, 유한성에 대해 살펴보며 논하고 있다. 제자도의 참 의미되는 본문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다.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마가복음 8장 34-35절)
결국, 제자가 된다는 것은 죽음의 삶이다. 선교나 순교를 통해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죽음을 직접 경험해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처한 삶 속에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제자도를 읽고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예수님을 따라가는 제자로 헌신된 삶을 살겠다고 고백하고 있으면서 내 육신의 정욕에 못이겨 넘어지고 쓰러지는 것을 왜 방관하고 방치하고만 있을까. 자기 십자가를 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가볍고 편한 십자가를 지고 가기 위해 얼마나 우물쭈물하며 고민하고 망설이고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삶의 모습들, 제자도가 아닌 모습들에 대해 도전을 받았다.
책의 결론에서 존 스토트 목사님이 말했듯이 여기에 있는 것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할 핵심적인 제자도이면서도 자신의 모습에서 보고싶은 제자도의 특성들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만의 제자도 목록을 만들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성경적이어야 하고 자신이 속한 문화와 경험이 반영된 것이어야 한다.
2012년을 시작하며 나는 어떤 제자의 모습을 가져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말씀과 기도
이다. 포괄적이면서도 정확한, 성경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실천하는 삶인 것이다. 작심삼일이라고 벌써부터 흔들리려 하는 조짐이 보이는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야 하겠다.
"제자도"
존 스토트 목사님의 신앙의 모습을 작은 책에 아주 잘 압축해 놓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꼭 권면하고 싶은 책이다. 모두 꼼꼼히 읽어보고 자신만의 제자도 목록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2012년 1월 4일 @inho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