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107. 맹자(옛 선인들에게서 배우는 지혜로운 이야기), 나준식 옮김, 새벽이슬 펴냄

inhovation 2016. 3. 2. 12:42

  지난 번에 읽은 공자 다음으로 이 책을 골랐다. 바로 '맹자'. 공자, 맹자 읽으니까 왠지 동양철학에 대해 공부한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ㅋㅋ...^^;) '맹자'는 '공자'와는 다른 형식으로 되어 있다. '공자'는 제자들의 질문에 공자가 대답을 하면서 어떤 가르침을 준 것이 하나의 긴 이야기를 형성하면서 서술 되 있다. 그러나 '맹자'는 제목 - 한자 - 뜻 - 풀이로 이어지는 형식으로 좀 더 짧막짧막하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인의예지

惻隱之心은 仁之端也요, 羞惡之心은 義之端也요,

辭讓之心은 禮之端也요, 是非之心은 智之端也니라.

남의 어려움을 보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仁)의 단서가 되고, 나쁜 행동을 보고 부끄러워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단서가 되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단서가 되며,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단서가 된다.

앞에서 말한 남의 어려움을 보고 동정심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인을 행할 수 있는 단서, 즉 실마리인 셈이고, 다른 사람의 나쁜 행동을 보고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의를 행하는 실마리가 되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를 행하는 실마리가 되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있는 것은 지를 행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p. 143)

   책은 두꺼워도 그만큼 여백도 많아서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간다. 처음에 읽을 때는 한자도 읽었는데 얼마 안가 제목, 뜻, 풀이만 읽었다.(ㅋㅋㅋ. 한자는 읽는 소리가 한자 위에 써 있다ㅋ)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몰랐다), 맹자는 공자 다음 시대의 사람이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문화생에게 학문을 배웠다. 도덕정치인 왕도를 주장하였으나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주장이라고 생각되어 제후들에게 채택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향에 은거하며 제자교육에 전념하였다. 이 책에서는 맹자가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나라의 왕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곳곳에 마음에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고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위에 인용한 '인의예지'는 그냥 인의예지라는 것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맹자가 한 말인 것과 그 뜻에 대해 알게 되었다.(ㅋ)

 

  책은 앞에 쓴 '인의예지'와 같은 형식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인의예지 말고도 기억에 남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것은 '물'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물이 흐를 때에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가득 채우고 흘러간다는 것이다. 당연히 알고 있는 현상인데 이러한 물의 특성을 통해 맹자는 학문을 할 때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말했다. 나는 이것을 삶에도 적용해 보았다. 인생을 살아갈 때에 물이 흐르는 것 처럼 항상 흘러가며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정체되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뒤쳐져 있는 것 같을 때, 그 때는 인생의 물이 하나의 웅덩이를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웅덩이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물은  좋아보일 지 몰라도 그 근원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금방 마르고 말 것이다. 그러나 웅덩이가 있는 물은 중간중간에 있는 웅덩이가 물의 근원이 되어 쉽게 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며 인생의 정체기에 있을 때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 않아 보일지라도 그 웅덩이를 채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할 것 같다.

 

  이 외에도 마음에 크고 작은 감동을 주는 많은 예화들이 있다. 맹자라는 책 제목 옆에 '옛 선인들에게 배우는 지혜로운 이야기'라고 써 있는데 정말 그렇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한다고 한다. 이 책 '맹자', 옛 선인들의 지혜는 과거의 지혜이지만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느꼈던 점은, 지난 번 읽었던 공자는 성경의 신본주의적 가르침과 조금은 위배되는 인본주의 사상이나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가르치는 것을 많이 보았었다. 하지만 맹자는 이런 것이 좀 덜 했다. 공자의 가르침이 제일 우선이라고 공자를 약간은 신격화 하는 뉘앙스도 풍겼지만 '경전의 내용을 모두 믿어서는 안 된다'(p. 373)는 내용도 있었다. 요약하면 경전에 있는 사실을 그대로 믿는다면 없으니만 못한다는 것이다. 가끔 도에 어긋나는 것이 있느니 옳게만 보는, 경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을 맹자는 경계하며 가르친 것이다. (왠지 멋있어 보인다......ㅋ)

 

  이런 책은 나중에 읽어봐도 상당히 재미있게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고전은 논어, 선비, 노자의 도덕경! 음... 어서 읽어야지. ^^


2011년 9월 28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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