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102. 하나님 앞에서 울다, 제럴드 싯처 지음, 이현우 옮김, 좋은씨앗 펴냄

inhovation 2016. 3. 2. 12:33

고통,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을 통해 성장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몇 명은 있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 혹은 친구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겁게 살아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내 이들과 함께할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한 작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서로 잠시 떨어져 있는 경우일 수도 있고, 이 책에 있는 것 처럼 죽음을 통한 이 세상에서의 완전한 단절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네명의 자녀와 함께 인디언 캠프를 갔다 돌아오는 날 교통사고를 당해 세 여자와 한 순간에 작별하게 된다. 어머니, 아내, 그리고 딸. 저자 뿐만이 아니라 남아있는 세 자녀와 함께 매일의 삶을 고통 가운데서 지낸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기도 하고 가해자에게 분노하기도 하며 정말로 힘든 날들을 보낸다. 몇일 동안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이들의 힘겨운 삶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여 울컥한 순간들이 수 차례나 있을 정도다. 특별히 어제 입대하게 된 동생 생각에 상실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하였다.

 

  상실은 누구에게나 슬프고 고통스런 일이다. 꼭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겪고 있는 힘든 일이 모두 그렇다. 삶 속에서 경험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역시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고, 관계의 문제에서 나오는 어려움 역시 마찬가지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고통에 대해서 깊게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고통의 정도에 대해서 먼저 밝히는데 개인적으로 참 공감이 갔다. 각각이 겪는 고통의 정도는 서로 비교하며 측량 가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겪는 그 사람에게는 매우 큰 고난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족의 전부를 잃은 사람과 지병으로 인해 겪는 사람은 각자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봤을 때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 가서 "나는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을 당했어"라는 식의 위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고난의 정도는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세 명의 가족을 떠나보낸 후 겪은 일들을 이 책을 통해 세세하게 풀어내면서 우리에게 상실의 문제를 다루는 법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것 처럼 세명의 가족을 잃은 사람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정도로 위로하는 것과 같은 구성은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극심한 어두움 속에 있는 한 사람이 하나님께로 나아오게 되는 과정들을 통한 하나님의 은혜를 느꼈다. 어쩌면 상실에 대한 간접체험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극심한 슬픔가운데 빠져 무기력함 속에서 지내던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로 점차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더 가까이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의 지금 이 상실의 슬픔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영원한 부활의 삶을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사건인 것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고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짊어져야 하는 운명이다.

만일 세상이 이곳에서 끝나고 더 이상의 세상이 없다면,

죽음이야말로 최후의 승자이며 우리는 슬픈 운명을 타고난 존재들이다.

그러나 여러 세대에 걸쳐서 신실한 크리스천들이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을 지나갔고,

앞으로도 다음 세대들이 또 이 길을 밟고 갈 것이다.

그들 모두 지금 우리가 가슴속 깊은 곳에 담고 있는 것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예수님께서 그 모든 것 중심에 계신다.

그분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죄와 죽음을 이기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마음 속에 다시 한 번 밝은 빛이 동터올 것이다.

소망도 돌아올 것이다.

거기서 나는 다시 살아갈 이유와 믿음을 버리지 않을 용기를 얻는다.

다시 한번 나의 영혼은 슬픔뿐 아니라 소망으로도 가득 찬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큰 믿음과 전에 가져보지 못했던 기쁨을 얻는다.

여전히 내 안에 슬픔을 담고 있으면서."

  일반적으로는 예수님이 우리의 고통을 치유해 주셔서 정상적인 삶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진짜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하는 말일 것이라 생각한다. 위와 같은 저자의 고백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같이 전개된다. 고통가운데 있었지만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기쁨을 갖는다고. 그러나 마지막의 고백이 진짜 진리인 것 같다. "여전히 내 안에 슬픔을 담고 있으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말 공감된다. 나 역시 어려운 시간들을 다시금 되새겨 볼 때, 지금은 예수그리스도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운 삶, 그리고 이전보다 더 성장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일을 생각할 때면 여전히 내 마음 한켠은 슬프고 아려온다. 

 

  하나님 앞에서 울다. 상실의 문제에 대해 정말 잘 다룬 책이다. 꼭 상실만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있어 우리의 마음을 충분히 자극하고 영혼을 적셔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풀러신학교 종교철학 교수인 루이스 스메데스가 이 책을 읽고 말한 것 처럼, 나 역시 "언젠가, 불시에 상실이 찾아왓을 때 내가 이 책을 기억하고 다시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11년 3월 22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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